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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사무소 폭파 소송 쟁점과 실효성

연락사무소 폭파 소송 쟁점과 실효성
입력 2023-06-17 08:02 | 수정 2023-06-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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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정부가 3년 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간 민간에서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었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소송을 제기한 건 처음입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에 원칙을 세우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소송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또 쟁점은 무엇일지 김윤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조선중앙TV/2020년 6월 16일]
    "개성공업지구에 있던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습니다."

    3년 전, 북한은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고의적으로 폭파했습니다.

    그 충격으로 바로 옆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도 반파됐습니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묵인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조선중앙TV/2020년 6월 16일]
    "현 사태가 쓰레기들의 반공화국삐라살포망동과 그를 묵인한 남조선당국때문에 초래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남북연락사무소는 북한 땅에 있지만 우리 세금으로 건설되고 유지, 운영된 우리 건물입니다.

    기존의 남북교류협력 협의사무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데 86억원, 이후 추가 개보수에 98억원 등 총 184억 원이 들었습니다.

    함께 파괴된 종합지원센터의 피해와 감가상각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모두 447억 원에 달합니다.

    정부는 남한 소유 건물을 협의도 없이 무단으로 철거한 데 대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6월 14일]
    "북한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법률적으로 명백히 불법행위이고‥"

    북한 상대로 소송, 가능한가

    그동안 민간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직접 원고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장에 원고는 대한민국, 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소송도 북한을 국가가 아닌 '비법인사단' 성격으로 재판을 준비 중이라고 통일부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유욱/변호사]
    "소송은 열릴 수 있고요. 법적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잖아요, 우리 법원이. 다만 송달이 현실적으로 안 되기 때문에 공시 송달로 진행되고‥"

    소송서류를 북한에 직접 전달하기 어려운 만큼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게재하는 '공시송달' 방식으로 공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재판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 있을 경우 사용하는 방법인데,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 재판이나 북한에 억류돼 강제노역한 국군포로 소송 때도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북한, 소송에 나올까? ... 결과는?

    북한이 소송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 법은 피고가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경우 원고 승소로 판결이 나게 됩니다.

    하지만 재판에서 우리 정부가 이긴다고 해도 북한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 재판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순순히 배상을 해줄 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한에 있는 북한 자산을 압류해야 하는데 현재 남한 내 북한 자산은 북한 영상물에 대한 저작권료 20억 원 정도가 전부입니다.

    재판을 할 수 있고, 재판에서 이길 수 있지만 실효를 거둘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이번 소송은 실제 손해배상을 받아낼 목적이라기보다는 남북관계에 원칙을 세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구병삼/통일부 대변인]
    "우리 국민의 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원칙이 있는 통일 국민 대북 정책을 통해‥"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3년이 지나면 소멸되기 때문에 소멸시효 이틀을 앞두고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도 줄줄이 소송?

    정부는 연락사무소 폭파 이외에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금강산관광 시설을 허락 없이 철거한 데 대해서도 손배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2월 거듭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대응한 뒤 우리 기업들은 주요 설비는 개성에 두고 급히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우리 기업이 두고 온 공장 설비를 가동하고 출퇴근용 버스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2008년 중단된 금강산관광도 마찬가지.

    북한은 남한 정부가 세운 시설들을 일방적으로 몰수하고, 민간이 세운 호텔, 골프장, 횟집 등의 시설도 철거를 지시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9년 10월 23일]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공단 시설을 손괴하거나 무단사용한 잘못은 분명하지만 상황은 복잡합니다.

    개성공단의 건물과 설비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비용으로 지었지만 토지는 북한의 소유입니다.

    그래서 2015년부터는 우리 기업들이 토지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에서 기업들을 철수시키면서 북한에 토지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우리가 계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정대진/원주한라대 교수]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가 물자 지키는 것보다 우선될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다툼의 여지가 좀 있을 건데, 그 후로 어쨌든 북은 북의 주장대로 또 우리는 우리대로 또 소송으로 가는 그런 상황이 지금 된 것이죠."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사업에 책임을 묻고 원칙을 세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유욱/변호사]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의 여론도 있고 다른 구제 방법을 딱히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만, 남북관계를 협력 대화에 의해 풀어갈 수 있는 노력이 또 한편으로는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상대방이 없는 가운데 이뤄질 법정 공방과 판결 이외에 직접 만나 담판을 짓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통일전망대 김윤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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