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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들의 도시 실향민 문화축제

아바이들의 도시 실향민 문화축제
입력 2023-06-17 08:08 | 수정 2023-06-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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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실향민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 강원도 속초라고 하죠?

    그래서 아바이순대나 갯배처럼 실향민이 만든 문화가 관광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답니다.

    ◀ 차미연 앵커 ▶

    이런 실향민들의 문화가 총 집결하는 축제도 매년 열린다는데요.

    속초시 60주년을 맞은 올해엔 더 특별해졌다고 합니다.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피난민들이 내려와 판잣집을 지으며 살아왔던 강원도 속초.

    그 도심 한복판이 거대한 축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은 실향민 문화축제의 현장입니다.

    [이병선/속초시장]
    "잊혀질 수도 있고 이젠 사라질 수도 있는 북한 지역의 문화, 예술,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복원하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실향민의 도시 이곳 속초가 시로 승격된지 올해로 꼭 60년 됐습니다. 때문에 이번 8번째 실향민 문화축제는 그 어느 해보다 풍요롭고 다채롭게 준비됐다고 합니다."

    먼저 속초 앞바다에서 펼쳐진 함상 위령제.

    꿈에도 그리던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먼저 운명을 달리 한 실향민들의 넋을 위로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육지에선 탈북 예술인들의 공연과 함께 북한의 음식과 놀이같은 여러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됐는데요.

    특히 첨단기술을 이용해 고향 집의 위치를 찾아주고 옛 사진을 복원해 주던 곳은 속초를 찾은 실향민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주선기/실향민]
    "젊었을 땐 몰랐는데 80세가 넘어가지고 아버지나 할아버지들이 어떤 마음으로 여길 오셨다가 헤어졌나 하는 걸 이제 심정적으로 느끼죠."

    한 켠엔 속초 아바이마을의 옛 피난민 판잣집들이 재현됐고요.

    [김민애/속초 시민]
    "전쟁이 가져다준 피해도 너무 큰 것 같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사진으로 보면서 저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이런 생각도 많이 했고요."

    당시의 사진과 그림, 여러 사연들은 이젠 추억이 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구병석/속초 시민]
    "우리 어렸을 적에는 청호동(아바이마을) 사람들이 거의 이북 사람들이니까 말투가 다 함경도 말이야. 아주 이북 사람 말이죠. 그러니까 확연히 다르죠."

    이런 북한 말투들이 아예 무대 위로 올려졌습니다.

    "속초에 왔는데 뭐 먹을만한 것 없습네까?"
    "없습네까?" "냉면!"
    "아 냉면! 기러디~~"
    "그것이 바로 함흥냉면! (평양냉면!)"

    이북 사투리를 주제로 한 경연대회가 펼쳐진 건데요.

    남북 어린이의 끼 맞대결로 유쾌하게 표현한 초등학생들.

    "동글동글 왕감자 대홍단 감자
    아하 감자! 감자! 왕감자!!
    정말정말 좋아요~"

    무대를 넓게 쓰며 한 편의 연극으로 구성해본 청년팀도 있었고요.

    [김청익/속초 시민]
    "이제는 살아계시는 분들, (실향민) 1세대 분들이 얼마 안 계세요. 그 분들 만을 위한 게 아니라 그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이 있는 거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우리 아이들, 미래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그런 복합적인 축제의 장이 이렇게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온 탈북민들은 고향의 말로 자신의 탈북 스토리를 털어놓으며, 숨겨왔던 끼도 유감없이 발휘해 봤습니다.

    [최화동/탈북민]
    "그 언제나 먹고 싶은 돼지고기, 남조선은 잘 먹는데 우린 왜 못 먹나"

    그리고, 어렸을 때 남쪽으로 내려와 이젠 여든살 안팎이 된 실향민들.

    [김옥랑/실향민]
    "이 애미나이가 혼자서 아를 서이 키울라니 아주 눈물이 빗물같이 떨어지네 아이고 한강 물이 왜 많겠나 내 눈물이 흘러서 한강 물이 됐지요."

    이북 사투리는 아직도 이 분들에겐 뼛속까지 남아 있는 고향 말이었습니다.

    "아, 고향 버리고 왔는데 말까지 버리란 말이오?"

    [홍영건/실향민]
    "우리 역이 폭격을 당하거나 국군들이 후퇴할 때 우리 집에 들어와서 엄마가 밤을 삶아주거나 흥남으로까지 걸어오면서 그 눈보라 헤치고 나오는 거 기억이 생생하지"

    이런 말과 함께 춤과 노래도 실향민 문화에선 빼놓을 수 없는데요.

    "평안남도 무형문화재들
    춤판들 한번 놀아봅세~"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1호인 평양검무.

    서도의 애절한 분위기를 담은 수건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 춤이 된 부채춤에,

    서도소리의 하나인 배뱅이굿.

    농사지을 때 부르던 농요와,

    흥겨운 함경도의 민요까지.

    이북 5도의 무형문화재들은 이렇게 실향민 도시에 모여 각자의 존재감을 맘껏 뽐내봤고요.

    함경도 북청사자놀이를 계승해 강원도의 무형문화재가 된 속초사자놀이처럼, 분단과 전쟁이 낳았던 실향민들의 삶은 또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지며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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