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국 앵커 ▶
탈북민들이 처음 남한에 오면 석달 간 머물며 정착교육을 받아야 하는 공간이 있죠?
◀ 차미연 앵커 ▶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 바로 하나원인데요.
최근 이곳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탈북민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들 상영회가 탈북민들 앞에서 개최됐다네요.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남한정착 초기 석달 동안, 여러 사회적응 교육을 받으며 합숙하는 공간이어서 탈북민들이 제2의 고향이자 친정집으로까지 여긴다는 하나원.
지난해부터는, 사회에 진출한 수료생과 그 가족들을 초청해 친정집 방문 행사도 열고 있는 이곳에 최근 색다른 영화제가 찾아왔습니다.
[박철/하나원장]
"북한이탈주민들을 특별한 사람이 아닌 단지 북한에 고향을 둔 우리의 평범한 이웃, 이렇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된 영화제입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탈북민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가 공모됐고 총 62편이 응모해 4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는데요.
하나원 시사회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잠시 후 이곳 하나원에서 탈북민들의 힘겨운 남한정착 과정이 표현된 영화들이 처음으로 상영된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들이 담겼을까요? 함께 들어가보시죠."
하나원 관계자들과 갓 탈북해 현재 정착교육을 받고 있는 하나원 교육생들, 그리고 하나원 수료 뒤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은 탈북민들이 관람석을 채웠고요.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대상 작품이 먼저 상영됐습니다.
서울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탈북여성 서희.
남한사회 적응이 아직 부족해 버스 놓치기가 일쑤고, 한푼이라도 더 벌고자 아르바이트를 구해나섰지만 그때마다 벽을 실감합니다.
"북한에서 왔어요.."
"아 그러시구나....."
"나 북한사람 처음 봐."
편견과 차별.
이 때문에 집에 놀러온 친한 직장 동료에게도 자신의 출신을 숨기는데 급급한데요.
하지만 그 동료는 서희가 탈북민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평범하게 대해왔고, 이에 서희는 자신의 원래 이름이 서희가 아닌 금희라고 털어놓으며 소박하게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최진실/<서울가스나 금희> 연출]
"탈북민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시나리오로 쓰기보다는 좀 더 일상에서 많이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그런 스토리로 짜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각종 면접과 채용 과정에서의 편견과 차별은 이어진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했습니다.
"아니, 제가 '서빙 급구' 냈었잖아요. 그게 지원자가 없다가 조건에 맞는 사람이 딱 한명 지원했는데 그게..탈북민이에요."
"서빙 구하는거면 좀 그렇지 않나? 손님들이 아무래도 조선족은 익숙해도 탈북민은 안 익숙하잖아?"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생각과는 달리 성실함과 책임감이 느껴졌고요.
"근데 말투가 여기 분이 아니신가?"
"조선족입니다."
"아, 이 분, 탈북민이세요, 조선족이 아니라"
이렇게 마음의 벽을 허물자 친구처럼, 가족처럼, 하나가 됐습니다.
7년 전 탈북해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20대 청년.
어느날 밤, 70대 노인이 다짜고짜 경남 합천으로 가자고 해서 먼 길을 운전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요.
"대체 여가 어디고?"
"기억 안 나세요? 대리 부르신 거?"
"합천이잖아요."
오래전 고향이 수몰돼 졸지에 실향민으로 살아왔고, 근래엔 치매를 앓기 시작하기도 한 노인이 다시 고향을 찾은 겁니다.
"여기가 내 고향이데. 다시 몬올 줄 알았는데 40년 만이래이"
청년 역시 고향인 북한 원산을 떠난 탈북민이고, 부모님 생사도 알 수 없게 됐다는 걸 듣고서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요.
수몰민과 탈북민, 두 실향민은 각자의 고향을 향해 절을 올리며 가슴 깊이 맺혀 있던 한을 풀어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도 나왔는데요.
남한 정착 13년 동안 대학도 나오고 취업도 했지만, 편견과 차별에 시달려온 한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담았습니다.
""거기서 왔다는 거 애길 왜 안했어?" 이러는거야."
그 편견과 차별에 낙담하지 않고 당당하고 멋진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친구를 응원하고 있는 작품.
[홍보람/<터닝포인트 ing> 연출]
"친구가 전에 회사를 다니다가 거기에서 좀 차별을 당했어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유로. 그러고 나서 그 친구가 차별에 굴하지 않고 그 차별을 발판 삼아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남한 출신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다뤄본 탈북민들의 남한 정착 이야기.
탈북민들은 적지 않게 위로를 받았고요.
[하나원 수료 탈북민]
"저희를 위해 이렇게 영화도 만들어주시고 조금이라도 저희 아픔을 덜어주려고 애쓰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모두가, 영화의 메시지처럼 편견과 차별이 없는 하나된 세상을 꿈꿔봤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
이상현
하나원 찾은 탈북민 소재 단편영화제
하나원 찾은 탈북민 소재 단편영화제
입력 2023-12-02 07:54 |
수정 2023-12-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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