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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리포트

축제여야 할 곳이…노동자들의 무덤 '카타르 월드컵'

축제여야 할 곳이…노동자들의 무덤 '카타르 월드컵'
입력 2015-03-21 09:53 | 수정 2015-03-2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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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안녕하십니까. 월드리포트입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의 월드컵 시설 공사를 둘러싸고 비난이 커지고 있습니다.

    네팔출신 노동자만 이틀에 한 명꼴로 숨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카타르 월드컵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문소현 기자가 보도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네팔 남부의 시골 마을.

    자동차가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옵니다.

    차에서 내려지는 건 붉은색의 관.

    카타르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남성의 시신이 고향으로 돌아온 겁니다.

    [아버지]
    "아들은 열 식구의 가장이었어요."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석유 부국 카타르에선 축구 경기장과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90% 이상은 외국인인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 출신입니다.

    [수나르/이주 노동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네팔에선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도, 돈을 많이 벌 수도 없어요."

    하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목숨까지 잃는 네팔인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틀에 한 명꼴로 카타르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시신이 비행기로 실려옵니다.

    [어머니]
    "아들이 이렇게 시신으로 올 줄은 몰랐어요. 이제 더는 자식 얼굴을 볼 수가 없네요."

    사망자가 속출하는 건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열악한 환경 때문.

    숙소는 겨우 몸만 눕힐 수 있을 만큼 비좁고, 식사는 위생이 엉망인 부엌에서 때워야 합니다.

    낮기온이 50도까지 치솟는 날씨에 매일 중노동을 해야 하는데다, 제대로 된 안전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합니다.

    결국, 1,000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푸르나/이주노동자]
    "날씨가 그렇게 더운데도 현장에 식수가 없어요. 물을 못 마셔서 죽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도 다반사지만 고용주의 허락 없이는 마음대로 일터를 바꾸거나 카타르를 떠날 수도 없습니다.

    카타르엔 고용주가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비자 발급을 보증하는 이른바 '카팔라 제도'가 있는데, 고용주가 이를 악용해 마음대로 계약을 바꾸고 여권까지 빼앗기 때문입니다.

    [이주 노동자]
    "월급이 28만 원이에요. 식비를 합쳐 45만 원을 받기로 했는데도요. 화가 나지만 어쩌겠어요."

    국제적인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이 노동자의 무덤이 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월드리포트 문소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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