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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리포트

우리에 빠진 아이 구하려 고릴라 사살

우리에 빠진 아이 구하려 고릴라 사살
입력 2016-06-05 17:11 | 수정 2016-06-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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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고릴라 우리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고 고릴라를 사살했는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습니다.

    잘못은 사람이 해놓고 왜 고릴라가 죽어야 하냐는 건데요.

    동물원과 아이의 부모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 리포트 ▶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동물원, 고릴라 우리에 4살 난 남자 아이가 빠졌습니다.

    우람한 덩치의 수컷 고릴라는 아이를 구석에 몰아넣고 주변을 경계하다.

    갑자기 아이를 끌고 자리를 옮깁니다.

    "비명... 오마이 갓"

    아이의 가족은 어쩔줄몰라 발만 구릅니다.

    "엄마 여기 있어!"

    고릴라는 아이를 앞에 앉혀 놓고 이곳저곳 몸을 만지면서도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아이를 일으켜 세우더니 다시 끌고 가 구석으로 몸을 숨깁니다.

    [오코너/목격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자 우리에 들어온다고 생각했는지 아이를 먼 곳으로 끌고 갔어요."

    고릴라는 이렇게 10여 분간 아이를 끌고 다녔고, 동물원 측은 위급 상황으로 판단해 고릴라를 사살했습니다.

    결국, 아이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고릴라를 꼭 죽여야만 했느냐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30년 전 영국에서도 아이가 고릴라 우리로 떨어졌지만, 이때는 고릴라를 해치지 않고 아이만 구조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동물원 측은 고릴라가 이미 흥분상태였고, 마취총을 쏘면 아이가 더 위험해질 수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메이나드/신시내티 동물원장]
    "마취총을 쏘지 않은 것은 고릴라를 더 흥분시킬 수 있고, 약효가 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동물원에서 탈출한 침팬지를 잡고자 마취총이 동원됐는데, 마취총을 맞은 침팬지가 사람을 공격하는 등 30분 가까이 격렬히 날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잭 해나/야생동물 전문가]
    "아이를 안고 있다가도 공격할 수 있어요. 끔찍한 일이죠. 고릴라를 안 죽였다면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고릴라 우리의 담장을 높이 1미터가 안 될 정도로 허술하게 만든 동물원과,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부모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부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까지 벌어져 수십만 명이 서명했습니다.

    [앤서니/동물보호단체]
    "180kg의 멸종위기 롤랜드 고릴라가 평생 갇혀 있다 죽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하람베'라는 이름의 사살된 고릴라는 올해 17살인 서부 롤랜드 고릴라로 몸집이 크고 사납게 생겼지만 성격은 온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몸값도 10억 원 안팎에 달합니다.

    [스톤스/'하람베' 사육사]
    "하람베는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였어요. 동물원도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겁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야생동물을 평생 우리에 가두는 동물원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어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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