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 부수며 마음에 쌓인 화를 푼다

◀ 앵커 ▶

최근 세계 곳곳에 이른바 '분노 방'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방안의 물건을 마음껏 때려 부수며 마음에 쌓인 울분을 푸는 곳이라지만, 오히려 분노와 폭력성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 리포트 ▶

미국 위스콘신 주의한 힐링업소.

여성들이 방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종 보호장구를 착용합니다.

"먼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무기를 선택하면 돼요."

방으로 들어가서는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합니다.

텍사스 주에도 비슷한 방이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컵이나 접시는 물론 텔레비전 같은 전자제품까지 순식간에 박살 내 버립니다.

방 안의 물건들을 실컷 때려 부수며 마음에 쌓인 화를 푼다는 일명 '분노 방'입니다.

3만 원에서 6만 원 정도만 내면 15분 동안 마음대로 부술 수 있습니다.

[조이/고객]
"피곤하지만 즐겁고 후련하고 웃음이 나요. 내가 치우지 않아도 되고요."

미국은 물론 러시아나 캐나다,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특히 모스크바의 분노 방은 가정집처럼 꾸며 놓았습니다.

진짜 살고 있는 집을 때려 부수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섭니다.

분노 방의 주요 고객은 사람과 부딪히며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감정 노동자'들과 이혼한 부부, 특히 여성들이라고 합니다.

[베이커/'분노 방' 주인]
"이혼한 사람이 가장 많고, 남자보다 여자 손님이 더 많아요."

물론 한바탕 부수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는 손님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분노 방이 분노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트스타인/심리학자]
"쉽게 화내고 흥분하는 사람은 분노 방에서 더 분노를 키울 수 있어서 추천하지 않아요."

분노 방을 찾는 게 습관이 되면 폭력에 중독돼 다른 곳에서도 폭력을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캐서린/콜롬비아대 심리학 교수]
"분노 방에서 물건을 때려 부수다 보면 집에서도 화가 날 때 물건을 부술 수 있어요."

전문가들은 마음에 쌓인 화를 풀기 위해 일회성 분노 방에 의존하기보다는 운동이나 산책, 명상 등 다른 취미활동을 찾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입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