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정동훈

광산 근처도 안 갔는데 평생 '콜록콜록'…범인은?

광산 근처도 안 갔는데 평생 '콜록콜록'…범인은?
입력 2019-03-18 19:43 | 수정 2019-03-19 10:40
재생목록
    ◀ 앵커 ▶

    저희가 이 문제에 주목하는 건 결국 건강 때문입니다.

    석면으로 인한 환자나 사망자 중 20대는 11명, 석면의 잠복기가 10년 이상인 걸 감안하면 초중고등학교 때 노출이 의심됩니다.

    교사 출신도 18명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이든 교사든 절반 정도가 석면 광산이나 공장 근처에 산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럼 어디를 의심해야할까요 학교라고 단정지을 순 없어도 분명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석면 지도 만들고 이렇게 관리 매뉴얼도 2백 페이지 넘게 두툼하게 만들어놨습니다.

    내용을 좀 볼까요?

    석면 학교는 6개월마다 부서진 데가 있는지, 석면 가루가 날릴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제거할 때는 경고 표지도 붙이라고 돼있습니다.

    그런데 석면 지도가 엉터리면 이런 매뉴얼 있으나 마나겠죠.

    그리고, 그 피해는 아이들과 교사들 몫입니다.

    이어서 정동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남아있던 석면을 모두 제거해 지난 2016년 무석면학교가 된 서울윤중초등학교입니다.

    그런데 다 없앴다던 석면자재가 지난해 1,661제곱미터 대거 확인됐습니다.

    첫 석면지도를 그릴 때 뭉텅이로 빼먹은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겁니다.

    올해 1월에야 고친 석면지도를 보면 본관 1층부터 2층 1학년 교실, 3, 4층 거의 모든 층 천장이 석면자재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석면인줄 몰랐으니 관리도 엉망이라 4층 석면 천장 곳곳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1학년 1반 등 사실상 전학년 교실과 튼튼이방, 전교어린이회의실 천장 등 모두 29곳이 비슷한 상태였습니다.

    매뉴얼대로라면 즉시 보수해야 하지만, 석면인줄 몰랐으니 방치돼왔던 겁니다.

    또 매뉴얼대로라면 노랑 바탕에 붉은 글씨의 경고문도 붙여야 하지만,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현재 사정은 어떤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학교 측이 출입을 막아섰습니다.

    [서울윤중초 교직원]
    "학교 나름대로 우리가 이걸 판단해서 이걸 취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 결정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예요."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된 학교는 또 있습니다.

    서울경복초등학교입니다.

    지난 2015년 석면을 다 제거하고 무석면학교가 됐지만, 애초 석면지도에 없던 석면이 지난해 2천제곱미터(2,446제곱미터) 넘게 확인됐습니다.

    그것도 석면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분무재입니다.

    [서울경복초 교직원]
    "딱딱하게 붙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건드리는 게 더 해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매뉴얼대로라면 분무재는 "약간의 충격에도 석면이 날릴 수 있고 석면 농도가 높아 상대적인 위험성이 매우 커 우선 제거" 대상입니다.

    이런 분무재가 본관 2, 3, 4, 5층 교실 아이들 머리 위에 4년 넘게 방치됐던 겁니다.

    [서울경복초 학부모]
    "(아이들이) 숨을 얼마나 들이쉬고 내쉬고 하는데 걔네들이… 좀 그러네요."

    석면인 줄 모르고 공사를 했다면 사정은 더 심각해집니다.

    서울창신초등학교와 인천송림초등학교가 그런 경우입니다.

    매뉴얼대로라면 석면 제거를 할 때는 벽과 바닥을 비닐로 촘촘히 감싼 뒤 오염된 공기를 차단하는 음압기를 설치하고, 공사 전엔 가루가 안 날리도록 습윤제도 뿌려야 하고, 공사가 끝나면 학교에 석면이 남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하지만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창신초 냉난방기 교체 업체 직원]
    "여기는 당연히 무석면 학교다, 석면 자재가 안 들어가 있는 학교다라고 인지를 하고 공사를 한 거였죠. 석면 자재로 돼 있는 경우는 날릴 수 밖에 없는 거죠."

    게다가 석면이 있는데도 무석면학교로 교육청의 인증까지 받고나면 석면 안전을 관리하는 전담자를 따로 둬야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김현욱/가톨릭대 보건대학 교수]
    "아이들 같으면 뭐 공 던지거나 신발 던지거나 막 그러면 깨지기도 하고 그런데, 거기에 석면이 있다고 그러면 이제 고스란히 노출이 되는 것이고…"

    무석면학교로 잘못 인증받은 학교는 부산 내성초, 인천 건지초, 대전 유성초, 강원의 남산, 대포초 등 현재까지 확인된 곳만 45개 학교, 해당 교육청은 최근 무석면 인증을 무더기로 취소했습니다.

    엉터리 석면지도가 드러난 건데, 무석면이었다 석면이었다 오락가락하는 사이 아이들은 석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 [단독 기획] 석면지도가 '엉터리'인 학교 찾아보기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