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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망진단서도 간호사가…시신 세우고 앉히고"

[단독] "사망진단서도 간호사가…시신 세우고 앉히고"
입력 2019-04-22 20:03 | 수정 2019-04-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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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이런 노인 요양시설은 전국 5천 3백 곳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시설을 점검하는 건강보험공단 인력은 90여명에 불과해 관리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중증 치매나 노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이 입원하는 요양병원은 좀 다를까요?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요양병원은 전국 1천 7백여 곳에 달하는데 보건 당국이 4년에 한 번씩 점검합니다.

    이렇다보니 병원인데도 임종이 임박한 상황에 의사는 없고, 간호사가 사망 진단을 해왔다는 한 요양병원 간호사들의 충격적인 고백을 들어보시죠.

    강원도 평창의 한 요양병원.

    지난 2007년 모텔 건물을 개조해 문을 연 이곳에는 중증 치매와 노환을 겪는 어르신 70여 명이 입원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요양병원의 사망진단서가 좀 이상합니다.

    사망 종류는 병사, 직접 사인은 심폐 정지.

    모두 똑같습니다.

    심지어 의사 서명까지 미리 해놨습니다.

    환자 이름 등 인적사항만 빈칸입니다.

    [병원 직원 A씨]
    "책상에 견본을 하나 만들어놔요. 유리판 밑에다가 끼워 놓고. 그거 보고 환자 성함 적고 이렇게 표기를 해서 직인 찍고 그렇게 나가거든요"

    의료법상 사망선고도, 사망진단서 작성도 모두 의사가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병원에선 미리 만들어 놓은 사망진단서를 간호사가 마무리한다는 겁니다.

    [병원 직원 A씨]
    "처음에는 수기로 작성했거든요. 2015년 초까지는. 글씨체가 다 달라요. 간호사마다 (사망진단서를) 다 한 번씩 썼기 때문에…"

    간호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최근 1년 새 30건이 넘고, 병원이 문을 연 후 계속돼왔다는 증언.

    생사가 오가는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의사는 없었습니다.

    [병원 직원 B씨]
    "원장님 오더(지시) 없이는 아무런 처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산소를 드리는 정도 간단한 응급처치 밖에 못하고 마냥 기다리는…"

    임종을 맞은 뒤 환자가 옮겨지는 과정도 충격적입니다.

    과거 모텔에서 쓰던 좁은 엘리베이터를 그대로 쓰다 보니, 시신을 세우거나 앉힐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병원 직원 A씨]
    "4층이나 그런 쪽에서 환자분이 돌아가시잖아요. 그럼 돌아가신 분을 세워서 올 때도 있고 이런 말 해도 될 지 모르겠는데 휠체어에 앉히거나 접어서 이렇게 모시고 내려올 때도 있어요."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주사제를 사용하다 보건소에 두 차례나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유통기한이 13년 전인 2006년 7월로 돼 있는 약도 있었습니다.

    [병원 직원 B씨]
    "보건소나 감사를 온다고 하면은 그 전날 미리 언제 오겠다 날짜를 알려주거든요. 수선생님이 당직실에 다 숨겨 놓는다든지. 그거를 원장님이 투여하는 걸 봤어요."

    이에 대해 병원장은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진열만 하고 쓰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망진단서를 간호사가 작성한 건 한 두 차례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습니다.

    [병원장]
    "제가 한 두 번 못 온 적 있어요. 이제 (환자가) 사망할 때도 갑자기 사망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나빠져 가지고 마지막에 사망하는 거여서…"

    이 병원이 보건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는 올해 초 68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이 전부입니다.

    요양병원을 감독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평가에 따르면 이 병원은 모든 항목에서 문제가 없었고, 특히 약물 부문은 '상' 등급을 받았습니다.

    간호사들의 증언이 없었다면 이 병원 역시 믿고 맡길 곳이었습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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