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전동혁

'영재교육'에 수백 억…나랏돈으로 서열화 굳히기

'영재교육'에 수백 억…나랏돈으로 서열화 굳히기
입력 2019-04-24 20:14 | 수정 2019-04-24 21:21
재생목록
    ◀ 앵커 ▶

    그러면 이렇게 기를 쓰고 선행 학습해서 영재고에 진학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정부가 애초에 목표한 나라의 인재가 되기 위해서 일까요?

    아니면 명문대 입학을 위한 보증 수표를 받기 위해서일까요?

    교육 당국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어서 전동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영재고에 입학을 해도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사교육은 계속됩니다.

    [A 씨/경기과학(영재)고 졸업생]
    "금요일 날 수업 끝나고 친구들끼리 밴을 타고 가서, 대치동 (학원) 가서 수업을 듣고. 평균 4개 정도 다녔는데. 일주일에 60만원씩 52주를 치면 3천만 원."

    [B 씨/경기과학(영재)고 졸업생]
    "막상 와서 배워보니까 선행(학습)의 끝이었어요. 대학의 선행."

    그래도 영재고를 선호하는건 명문대 입학이 사실상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임성호/입시학원 대표]
    "서류 심사 위주인 학종에선 굉장히 유리한 학교로서, 영재학교 진학 자체가 주요대학 상위권 학과, 인기 학과에 우선적으로 진학을 사전에 시켰다, 이렇게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죠."

    실제 최근 3년 간 영재고 졸업생 중 서울대 입학 비율은 31%에서 36%로 약 80명 가까이 늘었는데, 올해 서울대 입학 영재고 학생 10명 중 9명은 수시로 선발됐습니다.

    [A 씨/경기과학(영재)고 졸업생]
    "외부 대회를 많이 했고, 학교 내에 교내 활동도 많이 하니까, 특기자 (전형) 쓰기 편하죠. 학생부에는 많이 적었어요."

    운영 취지와 달리 영재고를 나와 의대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의대 진학시 학교 추천서를 써주지 않고, 장학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은 있습니다.

    하지만 추천서는 연구활동을 같이 한 교수에게 받으면 됩니다.

    [B 씨/영재고 졸업생]
    "학교 선생님 이상으로 절 더 많이 아니까. 그분들께 추천서를 받아도 되는 거죠."

    지난해 서울과학영재고 졸업생 4명 중 1명이 의대에 가는 등 전국 영재고에서 61명이 의대로 진학했습니다.

    영재고 입학을 위한 초등학교 사교육 열풍은 이른바 '영재고 대중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전국 단 1곳이었던 영재고를 8곳으로 늘렸는데, 영재고는 선행학습 금지 예외 대상이어서 고등학교, 대학교 수준의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을 뽑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고등학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선행학습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문제는 외면한 채 과학기술부 144억여원 등 교육부, 시도 교육청을 통틀어 한 해 수백억원의 국가 예산을 영재 교육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범/교육평론가]
    "국민 세금을 많이 들여서 이렇게 영재학교를 운영하는 정도가 되려면 그만한 타당성이 있어야될 것 아니에요. 이런 학교라면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운영할 필요가 없겠죠."

    영재교육이 정말 특출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취지라면, 영재고가 아니라 입시 경쟁과는 관계없는 별도의 기관이 더욱 부합한다는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선행학습 금지법을 영재학교 입시에도 적용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연관기사]

    1. "영재고는 명문대 골든로드"…초등생부터 채찍질

    2. 원장의 고백 "자존감 떨어진 아이들…남은 건 무반응"

    3. '영재교육'에 수백 억…나랏돈으로 서열화 굳히기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