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이정신

30년 만의 '국가' 사과에도…"경찰만 보면 덜덜"

30년 만의 '국가' 사과에도…"경찰만 보면 덜덜"
입력 2019-10-15 20:11 | 수정 2019-10-15 20:14
재생목록
    ◀ 앵커 ▶

    형제 복지원은 7, 80년대 군사정부 시절 부랑아를 수용한다는 이유로 3만여 명을 끌고가 강제 노역과 폭행을 일삼던 곳입니다.

    확인된 사망자만 5백여 명, 일부는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간 사실도 드러났지만 이후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1년 전 사과도 하고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올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다짐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정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눈물로 사과했습니다.

    [문무일/전 검찰총장 (지난해 11월)]
    "인권이 유린되는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 본연의 역할에…"

    대법원에 재판을 다시 해달라는 비상상고도 신청했습니다.

    당시 회견장엔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대우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김 씨의 삶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퇴소 후 30여년이 지났지만 집 안팎에 직접 CCTV를 설치했을 정도로 극심한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잠을 못 자죠. 자꾸 (복지원)안이 생각나고 경찰들만 보면 나 잡아가려는 건가 싶어서 도망다니고. 한 번씩 우울증이 와가지고 자살 충동을 많이 느끼거든요."

    원양어선 탄 아버지를 기다리던 10살 아이를 경찰은 골목길에서 붙잡아 무작정 형제복지원에 넘겼습니다.

    그곳의 일상은 하루 10시간 넘는 강제노역, 끊이지 않는 구타와 학대였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원산폭격을 머리가 아니고 얼굴을 땅에다가 하는 거예요. 머리를 밟아버려요. (몸이)흔들리잖아요. 흔들리면 흔들린다고 발로 밟는 거예요."

    또 다른 생존 피해자인 한종선씨는 누나, 아버지까지 형제복지원에 끌려갔습니다.

    복지원 퇴소후 누나와 아버지는 정신병원에 수용됐습니다.

    동생은 형제복지원 시절 학대와 폭력을 당하며 변해가던 누나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자]
    "엄청 때리고 기합 주고, 고문 주고 막 한단 말이에요. 그 과정을 보면서 누나가 점점 갈수록 이상해지는 것을 봤죠. 때리다가도 말 안 들으면 이상한 '씨피제'를 줘요. 허가받지 않은 정신과 약…"

    한씨는 정신병원 등에 수용된 숨겨진 피해자들을 찾아내는 것이 진실규명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자]
    "(형제복지원이) 막 잡아들인 거고, 그리고 내보낼 때는 급하게 내보낸 거거든요. 그걸 은폐시키기 위해서 사람들을 그냥 급하게…"

    하지만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를 법제화한 과거사규명법안은 2년 전 발의만 됐을 뿐, 아무 진전이 없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전혀 변한 게 없고 오히려 국민들이 다니면서 저희한테, '검찰총장이 사과했으면, 국가가 사과했으니까 이제 해결된 것 아니냐'고 묻는 바람에 오히려 더 힘들었죠."

    사과도, 재판도, 법도, 이들에겐 여전히 희망고문입니다.

    이들의 국회 앞 천막 농성은 다음달이면 2년이 됩니다.

    MBC 뉴스 이정신입니다.

    (영상취재 : 현기택, 영상편집 : 김재환)


    [연관기사]

    1. [단독] 살아있는 유령 '행려환자'…왜 유독 부산에만?

    2. 30년 만의 '국가' 사과에도…"경찰만 보면 덜덜"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