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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백승우

다 걸리는 건 아니잖아? 선관위의 신호위반론

다 걸리는 건 아니잖아? 선관위의 신호위반론
입력 2020-09-28 19:10 | 수정 2020-09-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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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걸리는 건 아니잖아? 선관위의 신호위반론
    "모든 사람들이 신호 위반을 하지만 다 걸리는 건 아니잖아요." 김대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의 말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남들 다 하는데 재수 없어 걸렸다"고 해도 토를 달 수 없다. 현재 국회의원 재산 신고 제도가 이렇다. 재산을 누락하거나 축소해도 운이 나쁘면 걸리는 거다.
    다 걸리는 건 아니잖아? 선관위의 신호위반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 김홍걸 무소속 의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9월 23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수사자료 통보'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조 의원의 경우 이미 시민단체가 고발한 상황이라 검찰에 자료를 넘기는 통보 조치를 했다는 것만 다르지 두 의원 모두 이제 검찰 수사를 받아야할 처지다. 총선을 치른지 다섯 달이 지난서 이뤄진 조치다. MBC 보도로 두 의원의 재산 누락, 축소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다. 그럼 그동안 선관위는 뭘 했을까?

    선관위의 설명은 이렇다. "제도는 성실 신고에 기반해 있다. 후보자가 성실하게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사후에 법적 책임을 지면 된다. 선관위는 검증할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후보자의 재산을 검증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도 아니다." 요약하면, 선관위는 후보자 재산 내역을 선거 전에도, 후에도 검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외부의 신고가 들어오면 검토한 뒤 수사의뢰 등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 걸리는 건 아니잖아? 선관위의 신호위반론

    조수진 의원 총선 당시 재산신고 내역 / 김홍걸 의원 총선 당시 재산신고 내역

    하지만 현행 제도는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막아놓았다. 후보자 재산 신고 내역에 유통기한이 있어서다. 후보자들이 총선 당시 공개한 재산 내역은 선거가 끝난 현재 확인할 수 없다. "선거일 후에는 이를 공개해선 안된다"는 공직선거법상 단서 조항 때문이다. 그래서 조수진, 김홍걸 두 의원이 후보자 때 신고한 재산 내역도 지금은 볼 수 없다. MBC처럼 선거 기간 동안 선관위 공보물이나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들을 따로 모아두지 않았다면 말이다.(MBC뉴스 홈페이지 - [공개가 곧 감시 ③] 국회의원 재산공개 인터랙티브 https://imnews.imbc.com/newszoomin/groupnews/groupnews_12/index3.html에서 총선 때 자료도 볼 수 있다.)

    총선 당시 재산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소용없다. 선관위는 비공개 사항이라며 공개를 거부한다. 국회의원 당선인으로서 처음으로 재산 공개를 할 때가 되어서야 갱신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 21대 국회는 8월 28일에 공보를 통해 재산 현황을 알렸으니 총선 이후 다섯달 가까이 정보 공백이 생긴 셈이다.

    선관위는 법이 그렇다는 이유로 후보자 때 신고한 재산 정보를 비공개 상태로 보관만 할 뿐이다. 재산 내역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와 공유하지도 않는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오는 11월 말까지 당선인들이 신고한 재산 내역을 따로 검증한다. 일을 두 번 하는 셈이다.
    다 걸리는 건 아니잖아? 선관위의 신호위반론
    선관위가 이런 문제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선관위는 재산 신고 제도와 관련해 개정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관할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자의 재산신고사항을 해당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송부하고, 송부받은 해당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신고사항을 대조, 심사하여 그 결과를 공개하며, 그 결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50조에 위반된 사실을 발견한 때에는 해임, 징계 의결을 요구하거나 관계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1995년에 선관위가 낸 의견이다. 김대일 중앙선관위 대변인은 "25년 전 의견에 대해 가타부타 의견을 말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25년이 흘렀지만, 선관위는 똑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국회 내부에서는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자의 재산 공개와 관련해 후보자 때 등록한 재산 내역도 계속해서 공개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최근 당선자들의 재산 논란은 후보자 시절 제출했던 재산 내역이 비공개돼 검증할 수 없는 현실이 유발한 측면이 크다"며 재산 변동 내역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최근 조수진, 김홍걸 두 의원에 이어 총선 때 재산을 누락한 의원들을 추가로 보도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 이주환, 정경희,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다. (뉴스데스크 9월 25일 보도, '조수진' 재산 자료 검찰로…"혐의 없다고 보기 힘들어"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921748_32524.html)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오는 10월 15일이다. 다들 고의는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해명의 진실성을 가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5개월을 선관위가 어영부영한 셈이다.

    공개된 자료로만 검증할 수밖에 없는 취재의 한계상 재산을 누락해 신고한 의원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 물론 허위 재산 신고의 책임은 1차적으로 의원 본인이 져야 한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 운영하는 기관이 미리 빈틈을 메워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걸리는 건 아니"라는 인식 수준으로는 다시 25년이 흘러도 선관위는 여전히 그 자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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