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사회
기자이미지 백승우

②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②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입력 2021-09-10 17:19 | 수정 2021-09-10 18:51
재생목록
    ②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되자마자 현안 보고를 받는 등 경영 복귀한 것을 두고 취업제한 조치를 어겼다는 논란이 거셉니다. 취업제한 규정이 있으나마나, 무용지물이 된 실태를 세 차례에 걸쳐 다룹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묵묵부답입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 행보를 두고 불거지고 있는 취업제한 위반 논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이 가석방 뒤 엿새만에 '그룹 지배권 불법승계 의혹' 피고인으로 또다시 법원에 들어섰을 때도 그랬습니다.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자들이 물었지만 입을 꾹 다문 채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삼성 "답변 없는 게 답변"

    삼성전자 측에 서면 질의도 했지만, 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취업제한 위반 논란에 대한 이 부회장의 입장은 무엇인지, 법무부에 취업 승인을 신청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MBC 질의에 삼성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 답변해달라 요구했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답변이 없는 게 답변"이라면서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청와대와 법무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겠죠.
    ②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그간의 사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86억여 원 뇌물공여, 횡령 혐의로 징역 2년6개월형을 확정받았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에 따라 5억 원 이상 거액의 횡령, 배임 등을 저질렀을 경우 일정 기간 해당 기업 취업이 제한됩니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은 5년 취업제한 통지를 받았습니다.

    "취업제한 위반" 이 부회장 고발

    그런데도 이 부회장이 회사로 나가 현안 보고를 받았다고 하니 규정 위반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은 건 당연합니다. 지난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7개 단체는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공동 고발했습니다.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②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경제정의실천시민엽합 홈페이지

    박범계 장관 "미등기 임원이라 취업은‥"

    이재용 부회장은 말이 없는데, 먼저 입을 연 건 법무부였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위반 여부에 대해 "O, X로 답을 할 수 없"지만, "미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취업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냐"며 이 부회장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②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법무부, 탈법 가이드라인으로 법 질서 훼손"

    정말 미등기 임원이면 취업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걸까요?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우리 나라 재벌 총수일가의 경우 회사에서 등기 임원 여부와 무관하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이 미등기임원으로 있지 않은 계열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거의 상식에 속한다"면서 "미등기 임원이라 취업이 아니라는 논리는 터무니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법무부가 '일정 기간 회사에 영향력이나 집행력을 행사, 향유하지 말라'는 법 취지는 무시한 채 오히려 탈법 가이드라인으로 법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삼성전자 임원 99%가 미등기 임원

    실제로 등기 임원을 피하는 재벌 총수는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21개 주요 대기업집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 외에도 신세계, CJ 등 상당수 총수가 어떤 계열사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삼성전자 임원의 99%가 미등기입니다. 2020년 삼성전자 기업공시를 보면 등기임원은 11명인데, 미등기임원은 1,089명입니다. 미등기라도 경영 활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겁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법무부가 미등기 임원이라 취업으로 볼 수 없다고 하니까 논란이 큰 건 당연합니다.
    ②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그런데 이런 논란,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지난 2014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취업제한 조치를 당했을 때 곧바로 등기 임원직을 내려놓고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변신한 뒤 이른바 '옥중 경영'을 해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지금쯤은 법무부가 어디까지 취업으로 볼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은 만들어놨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②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법무부 "가이드라인 없다‥법령 미비"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없다"면서 "법령이 미비한 게 사실"이라고 답했습니다. 여태껏 기준조차 마련해놓지 않은 겁니다.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당연히 그 가이드라인대로 따라서 하면 되는데 그게 명확하지가 않으니까...법령에 미비한 게 좀 있는 게 사실이고요. 그것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많이 있어요. 지금 다툼에." [법무부 관계자]



    닮은 꼴 이재용 부회장·장세주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처지에 있는 분이 있습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입니다.(['취업 제한' 중에 연봉 41억‥'미등기'라 문제없다?] MBC뉴스데스크 9월 8일 보도) 이 부회장과 장 회장, 닮은 점이 많습니다. 먼저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게 그렇습니다. 경영상 필요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고전적인 변명도 통할 구석이 전혀 없습니다. 자신의 탐욕과 이익을 위한 범죄였습니다. 이 부회장은 회삿돈 86억 원을 빼돌려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뇌물로 줬습니다. 장세주 회장은 회삿돈 77억 원을 빼돌려 도박하고 개인적으로 썼습니다.
    ② 이재용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
    이재용 부회장과 장세주 회장, 그래서 두 명 모두 특경법 위반으로 취업제한 대상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장 회장 모두 실질적으로 경영 활동을 하는데 큰 걸림돌이 없습니다. 미등기 임원임을 강조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세주 회장은 MBC에 자신은 미등기 임원이라 취업제한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본인이든 회사든 뭐라고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이 미등기 임원이라 문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말을 보면, 이 부회장의 내심도 그렇지 않겠냐 추측하는 겁니다.

    해묵은 논란, 법무부는 뭐 했나?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조차 만들어놓지 않은 법무부를 탓하는 건 만시지탄일까요? 법무부는 뚜렷한 기준 하나 만들지 않고, 그동안 "미등기 임원은 취업으로 볼 수 없다"는 재계의 논리를 묵인해 왔습니다. 이재용 부회장도, 장세주 회장도 법령상 허점을 파고든 겁니다. 그리고 그 빈틈을 메꾸지 않고 방치해온 건 법무부입니다. 이 부회장이 침묵하고 있는 건 괜한 분란을 만들지 말자는 심산도 있겠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줄도 모르겠습니다. 법무부 말입니다.

    취재: 백승우 기자
    자료: 이승주 리서처

    [연관기사]

    ① 취업 금지했는데, 회장님 연봉은 41억 원(https://imnews.imbc.com/news/2021/society/article/6299897_34873.html)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