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라면 5개"‥멈춰버린 긴급 복지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26118_35744.html
<멈춰버린 긴급 복지‥"약자에게 더 가혹해">
"이거 진짜 문제가 심각해요. 엄마와 아이의 생명이 달린 건데.."
한 미혼모지원단체 측이 고충을 토로해왔습니다. 당장 끼니를 때울 돈도 없는 미혼모들이 기초급여와 긴급복지를 신청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수급자 선정도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급한 대로 민간단체에서 식량과 아이 병원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9월, 정부는 각종 복지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 개편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근데 이게 석 달째 먹통이라, 취약계층에게 가야 할 기초생활수급비나 긴급복지생계지원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남은 건 라면 5개, 통장엔 7천 원>
8개월 아들과 단둘이 사는 20대 미혼모 A씨.
"주위에 도와줄 가족도 없고 봐줄 사람도 없어요.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한 민간단체의 도움으로 아이 기저귀와 식량은 구했는데, 이젠 이마저도 떨어져 가면서 찬장에는 라면 5봉지가, 통장엔 7천 원가량이 남았습니다.
긴급복지생계지원금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한 달 넘게 급여를 받지 못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구청에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차세대 전산을 새로 개편해 지연되고 있다, 어쩔 수 없으니 그냥 기다려야 한다'는 답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취업 지원만 20곳‥'미혼모'라 번번이 탈락>
4살짜리 아들이 있는 20대 미혼모 B씨의 사연은 더욱 딱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두 달간 최소 20곳에 취업 지원을 했지만, 어린아이를 홀로 키운다는 이유로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일과 중에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올해 여름까진 모텔에 살다가 지난 9월 미혼모단체가 마련해 준주거지로 거처를 옮겼고, 즉시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습니다.
B씨는 아이가 먹다 남긴 밥으로 하루에 한 끼를 때우고 있는데, 이제 남은 식량은 즉석밥 4개뿐.
상황이 이렇지만, 지자체에서는 전산 오류 때문에 선정 결과가 한 달 더 미뤄질 거란 얘기를 해왔습니다.
"절망적이었어요. 또 한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하지. 겨우 여기까지 버텨왔는데. 이 아기가 무슨 죄가 있다고. 얘가 굶게 될까 봐 그게 좀 가장 두려웠어요."
아이만 바라보며 말 그대로 매일 '버티고' 있는 B씨는 날이 추워질수록 걱정도 커진다고 했습니다.
"제일 걱정되는 건 이제 난방을 해야 하잖아요. (아이의) 두툼한 옷도 있어야 하고. 정말 간절하다는 말이 제일 맞는 것 같아요." <"꼭 돕고 싶어요!" 보도 뒤 후원 문의도>
기사가 나가고, 짧은 리포트에 이들의 절박함을 충분히 담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며 잠든 밤사이, 제 메일로 열 통에 가까운 후원 문의가 와있었습니다.
'같은 부모로서 너무 안타깝다', '도움을 줄 방법을 알려달라'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A씨와 B씨를 돕고 있는 미혼모지원단체를 연결해드렸는데, 이후 한 시청자분이 온라인으로 필요한 음식을 잔뜩 구매해 배송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더불어 '돕고 싶다'는 기사 댓글들을 보면서, 국가가 만든 복지 구멍을 시민이 메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즉시 관련 지자체를 찾아 우선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오류 석 달째‥연내 정상화 불투명>
5일 뒤면 다시 1차 정기급여 날이 다가옵니다. 기초생계급여, 장애수당 등 30종을 지급하는데요.
보건복지부는 비상대응본부까지 꾸려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지만, 오는 20일에도 급여가 제대로 지급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MBC가 시스템 복구 진행 상황이 담긴 문건을 확인해봤더니, 지난달 중순까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항목은 65개로, 이 가운데 43개가 작업을 시작조차 못 한 '진행 전' 상태였습니다.
저소득 가구에게 현금성 포인트인 바우처를 지급하는 사업과 장애인 복지, 보육 관련 업무에 필요한 기능들입니다.
개발자 이탈 문제까지 겹쳐 정상화 시점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국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민의 겨울은 더욱 추워지게 됐습니다.
사회
정혜인
'약자 복지' 한다더니‥"남은 건 즉석밥 4개뿐"
'약자 복지' 한다더니‥"남은 건 즉석밥 4개뿐"
입력 2022-11-15 12:52 |
수정 2022-11-1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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