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손하늘

[단독] "참사 2분만에 교통통제" 경찰 허위 보고, 누가 작성했나?

입력 | 2022-12-25 09:00   수정 | 2022-12-25 09:00
10·29 참사 발생 직후 경찰이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이 현장에 즉시 도착해 교통을 통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내용은 MBC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천준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특별시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역에 담겼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 ″용산서장, 참사 2분 뒤 현장에서 차량통제″ 서울경찰청의 이상한 보고서</b>

서울시 안전총괄실과 자치경찰위원회 등 266명이 초대된 ′모바일 상황실′ 단체 대화방. 참사 3시간이 지났을 무렵, 이상국 자치경찰총괄과장이 이 대화방에 서울경찰청의 상황보고서를 올렸습니다. 결재권자는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 정 모 경정. 늑장 보고 등 혐의로 특별수사본부에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문제의 보고서를 보면 밤 10시 17분, 그러니까 참사 2분 뒤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조치사항이 적혀 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 ″22:17 경찰서장 현장 도착, 운집된 인파 분산을 위해 녹사평역~제일기획 도로상 차량통제 지시 및 안전사고 예방 지시″ </blockquote>

이 문건은 서울청 내부와 서울시는 물론 상급기관인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에 즉시 보고됐습니다.
하지만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현장 도착시각은 참사 발생 50분이 경과한 밤 11시 5분입니다. 차량을 통제하라는 이 서장의 무전 지시는 밤 11시 10분에야 처음 등장했습니다. 명백한 허위 보고서가 작성된 겁니다.
<b style=″font-family:none;″>◆ ″2분만에 교통통제″ 첫 허위 보고서, 국회에는 제출하지 않았다</b>

경찰은 참사 직후 ①″용산경찰서장이 2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보고했다가, 이게 문제가 될 것을 짐작했는지, 이튿날 오후에는 ②″5분만에 무전으로 차량 통제를 지시했다″며 보고서 내용을 슬쩍 바꿨습니다. 둘 다 허위보고입니다.
′2분만에 교통통제 지시′라는 허위 내용을 처음 거론한 문제의 보고서는 서울경찰청이 30일 새벽 1시 25분 12초에 전파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누구의 지시로 누가 작성했을까?
국회 국조특위는 경찰에 ″참사 당일부터 사흘째까지 서울경찰청이 수신·발신한 정기보고와 수시보고 등 상황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이 문제의 보고서는 쏙 빼놓고 제출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 ″심각합니다, 급합니다″ 교통통제 하긴 했나?</b>

′모바일 상황실′ 단체방에는 또 서울시 공무원들도 경찰력을 투입해달라는 요청을 7차례나 반복한 사실도 담겨 있습니다. 구조 작업이 한창이던 밤 11시 24분,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하던 안전총괄실 소속 주무관이 ″경찰을 적극 투입해 축제 인파에 대응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6분 뒤에는 재난협력팀장이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 필요, 경찰 최대한 협조 필요″라고 요청했고, 1분 뒤 이승복 안전총괄과장은 ″자치경찰과장 협조를 요청했다″고 알렸습니다.
이후 서울시 안전총괄과장은 이상국 자치경찰과장을 아예 대화방에 초대해 ″경찰 최대한 협조 필요″라고 두 차례 알렸습니다.
밤 11시 40분쯤 재난협력팀장은 현장 사진을 찍어 ″심각합니다, 경찰 최대한 협조해서 병원 이송 길 터줘야 해요. 급합니다″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5분 뒤에도 ″차량 통제가 빨리 필요하고 구급차 길 터주세요″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런 대화 내용을 보면, 당시 현장에서 교통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용산경찰서장이 2분만에 교통 통제를 지시했다고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실제로는 참사 90분이 지나도록 교통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 부실한 자료제출, 국정조사 기간 충분할까?</b>

서울시는 국회의 요구를 받고 ′모바일 상황실′ 대화내역을 제출하면서, 처음에는 내용을 알 수 없게 제목만 제출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사중인 자료는 제출하면 안 된다″고 버텼지만, 결국 의원들의 계속된 요구에 자료를 내놨습니다.
천준호 의원은 ″기관들이 제출한 자료가 매우 불성실해 사실상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요구하려면 국정조사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야가 기간 연장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국정조사 활동 기한은 이제 2주 뒤에 종료됩니다.

(자료제공: 국회 국조특위 천준호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