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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퍼즐' 윤종빈 감독 "용산 참사 모티브는 아냐, 리얼리즘 벗고 만화처럼" [인터뷰M]

입력 | 2025-06-05 12:27   수정 | 2025-06-05 12:27
디즈니+에서 공개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나인 퍼즐'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을 만났다. 윤종빈 감독은 장편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제59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에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까지 대중이 사랑하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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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

이번 작품을 연출하며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는 윤종빈 감독이다. "지금까지는 제가 쓴 대본을 바탕으로 연출을 해왔는데, 이번엔 다른 작가의 글을 연출하는 작업이었다. 완전히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에 접근하게 되니 연출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그래서 결과물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 나왔고, 안 해봤던 방식이 계속 나와서 재미있었다. 여배우가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새로운 작업이라 즐거웠다."

윤 감독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리얼리즘 측면에서 가능한 이야기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한샘과 이나 같은 캐릭터가 실제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계속 생겼다.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를 많이 했던 입장에서, 이 작품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아예 현실을 벗어나 만화적인 세계로 설정하고 접근했다. ‘이게 만화라면’이라고 생각하니 받아들여지더라. 캐릭터의 의상부터 미술 톤까지 모두 올리고, 현실과 괴리된 세계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나의 의상도 만화적이고, 한샘이 비니를 쓰고 출근하는 설정도 현실엔 없지만 그런 지점부터 세계관 구축이 시작됐다."

이러한 만화적인 세계관이 낯설게 느껴질 가능성에 대해 그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선택이든 장단점이 따르지만, 리얼리즘을 택했다면 뻔한 형사물이 될 수 있었다. 오히려 안 해본 시도를 한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명탐정 코난, 김전일,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등 작품 속에는 여러 추리물이 등장한다. 추리물에 영향을 준 레퍼런스를 묻자, 그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데 대본을 보면서 이건 형사물보단 탐정물에 가깝다고 느꼈다. 이나라는 캐릭터가 프로파일러지만 탐정처럼 행동하더라. 그래서 의상에도 넥타이나 안경을 넣어 탐정 느낌을 살리려 했다. 연기 톤도 거기에 맞춰 조정했다."

음악적 선택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드보르작의 클래식 음악이 삽입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나가 고등학교 때 즐겨 듣던 음악이라는 설정이었다. 올드팝이나 라디오헤드도 고민했지만 저작권료 문제가 커서 음악감독이 클래식을 추천했다. 이미영의 차에서 나오는 음악은 대본에 작가님이 꼭 써달라고 써두신 곡이었고, 너무 잘 어울려서 승주의 테마처럼 쓰게 됐다. 그 외의 음악은 새로 작곡했고, 작가님이 몇개 더 써준 재즈 음악도 있었는데 대부분 저작권료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퍼즐의 디자인 작업도 중요한 제작 과정 중 하나였다. "처음엔 해외 유명 화풍을 카피할까도 고민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 국내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의 그림을 다 찾아봤다. 그러다 연여인 작가의 작품이 가장 어울려서 부탁드렸다. 그림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아이가 그린 듯하고, 동시에 어른이 그린 것처럼 섬뜩한 요소를 다 갖고 있어서 좋았다. 디테일은 제작진과 조율하며 수정했다. 원래 컬러였는데, 최종적으로는 흑백이 더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되돌렸다. 그림 속 요소들은 작가가 활자로 써둔 설정이 있었다. 예컨대 ‘귓속말하는 여자’,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총을 쏘는 장면’ 같은 것들이 있었고, 이를 시각화했다."

극 중 재개발 지역 '더원시티'는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대본을 보고 작가님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용산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사건의 내용도 다르고, 한국 재개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으로 설정한 것 같았다. 나는 따로 사례를 조사하면서 철거 용역업체 관련 논문도 찾아봤다. 실제 존재했던 악질 사례들을 참고하면서 디테일을 살렸다. 토끼굴 방식이라고 일부러 불을 내서 내쫓는 방식도 있었더라. 논문의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이런 방법이 실제했구나를 알게 되었다"

후속편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아는 한 다음 시즌은 기획되지 않은 걸로 안다. 디즈니+와 카카오엔터의 의지에 달려 있는 문제고, 배우들과도 시즌2 이야기는 해본 적 없다. 게다가 대본이 내가 쓴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나인 퍼즐'은 디즈니+에서 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