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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아닌 '동물복지 달걀'? 그래도 사야 하는 이유

'동물복지' 아닌 '동물복지 달걀'? 그래도 사야 하는 이유
입력 2026-02-14 09:00 | 수정 2026-02-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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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복지' 아닌 '동물복지 달걀'? 그래도 사야 하는 이유
    동네 슈퍼나 편의점, 대형 마트에서 달걀을 살 때,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시나요? 아무래도 가격이 중요한 요소겠지만, 달걀의 생산 환경을 표시한 '난각번호'를 확인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난각번호 1번은 닭을 자유롭게 방목하는 '방사 사육'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을 말합니다. 2번은 케이지(닭장)가 없는 축사에서 풀어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3번과 4번은 케이지(닭장) 안에서 사육되는 닭이 낳은 달걀입니다. 사육 방식에 따라 들어가는 생산비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보니, 1·2번 달걀이 3·4번 달걀보다 많게는 1.5배에서 2배까지 비싼 경우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격 차이를 감수하고 1·2번 달걀을 고르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이유 중에는 달걀만 낳다가 생을 마치는 '산란계'들에 대한 연민과 최소한의 배려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1·2번 달걀을 낳는 닭들이 어떻게 사육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까요?

    ■ '동물복지 인증'·'난각번호 1·2번'‥소비자는 믿고 산다

    '1번', '동물복지', '자유 방목'… 상점에 진열된 1번 달걀 제품 포장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포장지 색깔 역시 푸른 들판을 연상시키는 초록빛을 띠는 편이고요. 포장지에 쓰인 내용을 꼼꼼히 보셨다면, 이런 문장이 적혀 있는 것도 확인하셨을 겁니다. "AI 특별방역기간 중 미방사한 제품입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본래 '1번' 달걀을 낳는 닭은 야외 방사를 하는 게 원칙인데, AI 방역 기간에는 정부 지침에 따라 방사 사육을 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1번' 표기를 하지 못해 생산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었다는 게 정부 설명인데요. 지난해 10월 식약처와 농식품부는 AI 방역 기간 자유롭게 방목하지 못한 닭이 낳은 달걀이더라도 '1번' 달걀로 표기하되, 제품에 특정 문구를 표시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습니다.
    '동물복지' 아닌 '동물복지 달걀'? 그래도 사야 하는 이유

    '1번' 달걀 제품 포장지 뒷면에 표시된 '미방사 제품' 안내 문구

    엄밀히 말하면,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AI 특별방역기간인 만큼, 정부 수칙에 따랐다면 이 기간 '1번' 달걀 농가에서 생산된 달걀은 자유롭게 방목한 닭이 낳은 게 아닌 셈입니다. 다만 이 문구를 어디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정부 발표 자료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처럼 달걀 포장지 뒷면에 작은 글씨로 안내 문구가 적혀 있어도, 정부 설명에는 어긋나지는 않는 셈입니다.

    정부도 '미방사 제품'이라는 추가 표시를 하지 않으면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경고하긴 했는데요. MBC 팩트&이슈팀이 '네이버 스토어'와 '쿠팡'을 통해 판매 중인 1번 달걀 제품들 일부를 살펴봤더니, 상품 안내란에 '미방사 제품'이라는 설명 없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확인된 것만 20개였습니다(지난 4일 기준). 이 제품들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당연히 자유롭게 방목하며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기대하며 지갑을 열지 않았을까요?
    '동물복지' 아닌 '동물복지 달걀'? 그래도 사야 하는 이유

    정부 안내에 따라 '미방사 제품' 설명을 추가한 '1번' 달걀 상품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을 찾는 이들이 기대한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동물복지 산란계농장 인증기준'에 따르면, 동물복지 농장에 있는 닭은 케이지(닭장)가 아닌 축사에서 사육되면서, 자유롭게 방목장도 드나들 수 있어야 합니다. 사육 밀도도 1㎡당 닭 7마리에서 9마리까지만 사육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사람에 견줘본다면, 10㎡ 원룸에서 70명에서 90명이 지내는 격입니다.)

    동물권 단체 'PETA'는 국내에서 '동물복지'를 인증받아 운영 중인 일부 농장들의 내부 환경을 지난 11일 공개했습니다. PETA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떠한 시설(농장)도 닭들이 먹이를 찾거나, 햇볕을 쬐거나, 닭의 삶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동물복지' 아닌 '동물복지 달걀'? 그래도 사야 하는 이유

    동물권 단체 'PETA'가 공개한 국내 동물복지 농장 모습 [출처 : PETA]

    <관련 보도>
    털 빠지고 부대껴도 '동물복지' 달걀‥"그래도 찾아요" (26.2.11 MBC 뉴스데스크)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00477_37004.html

    PETA 조사관은 MBC에 "소비자들은 '동물복지' 농장이 생산한 달걀이라면, 건강하고 자유롭게 지낸 닭이 낳은 달걀일 것이라고 믿고 구매하는 것"이라며 "동물복지 인증 제도를 운영하려면,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조사관은 "PETA가 확인한 농장 속 환경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하는 농장주들도 있었다"며 "동물복지 농장 한 곳에서 수십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는 경우도 있는데, 축사 내 사육이라지만 사실상 닭들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을 두고 과연 동물복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공개 중인 '동물복지축산 산란계농장' 내역에 따르면, 국내에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 한 곳당 사육하는 닭은 평균 2만 3천4백여 마리입니다. 적은 곳은 3백 마리, 많은 곳은 40만 마리를 사육하는 등 농장마다 그 규모도 천차만별입니다.

    ■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동물복지'와 '윤리 소비'

    PETA가 이번에 내부 환경을 공개한 농장들은 모두 정부가 '동물복지' 농장으로 인증한 곳들입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정해 놓은 기준에는 적합하다고 판정한 농장인 셈입니다. 

    현재 인증 기준을 살펴보면, 크게는 ▷사양관리 방법 ▷사육시설 및 환경 ▷닭의 상태 평가 등으로 나뉩니다. 각각 대항목의 세부 내용까지 따져보면 70개가 넘는 평가 항목에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야만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런 세부 항목 가운데 대부분은 각종 설비 관리 여부와 사육 밀도, 방목장 환경 등에 대한 것으로, 닭의 스트레스나 건강 상태 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측정할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편입니다.
    '동물복지' 아닌 '동물복지 달걀'? 그래도 사야 하는 이유

    2026.2.11 MBC 뉴스데스크

    평상시 동물복지 농장을 상대로 한 꼼꼼한 관리감독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달걀을 낳는 산란계를 포함해, 소와 돼지, 젖소와 오리 등을 기르는 동물복지 농장은 현재 전국에 502곳입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들은 매년 사후 관리를 받고, 3년마다 재인증도 받아야 하는데요. 현재 인증 업무 실무를 맡은 담당 인력이 10여 명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촘촘한 관리감독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MBC 보도 하루 만인 지난 12일, 농식품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산란계 동물복지축산농장에 대해 동물의 건강 상태와 사육환경 관련 규정의 준수 여부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추진하고, 미흡 농가에 대한 시정명령·과태료·인증 취소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동물복지 농장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인력도 충원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복지 인증 제도 자체는, 그래도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0.05~0.075㎡ 크기에 불과한 케이지(닭장) 안에 갇혀 평생 달걀을 낳는 닭보다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 놓인 닭이 존재하길 바라는 이들이 여전히 '윤리 소비'를 하게 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사육환경과 실제 환경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편, 동물복지의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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