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털 빠지고 부대껴도 '동물복지' 달걀‥"그래도 찾아요" (26.2.11 MBC 뉴스데스크)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00477_37004.html
<'동물복지' 달걀 찾는 소비자‥이 달걀 탄생하는 '동물농장'의 모습은?>

지난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10여 명의 소비자에게 달걀을 고를 때 주로 무엇을 고려하는지 물어봤더니, 가장 많이 나왔던 대답은 '동물복지' 인증 여부와 '난각번호'였습니다. 알의 매끄러운 표면과 크기가 뒤를 이었는데요.
특히 중요하게 본 건 달걀에 새겨진 난각번호의 가장 끝자리였습니다. 닭의 사육 환경을 뜻하는데 1번은 방사, 2번은 축사 내 방사, 3번은 개선된 케이지(닭장), 4번은 기존 케이지를 말합니다. 1, 2번은 비좁은 닭장 없이 좀 더 넓은 곳에서 닭을 기르는 방식이고 3, 4번은 닭을 철창에 가둔 채 알만 낳게 하는 방식입니다.
난각번호 1번 혹은 2번을 충족함과 동시에 농장의 조명이나 홰, 깔짚 유무 등 70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동물복지' 인증이 부여되는 거고요. 이렇게 인증받은 달걀은 가격도 적게는 1~2천 원, 많게는 1.5~2배 가까이 비싼데요. 동물복지가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마트에서도 매대에 난각번호를 따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난각번호 역시 1번과 2번이었는데, 그 이유로는 "닭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습니다. 닭이 조금이라도 넓은 환경에서 지내면 동물 입장에서도 좋고, 여기서 나온 달걀 역시 더 신선할 거란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기사 상단에 첨부한 리포트 영상 먼저 보시고, 아래 이어지는 기사를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닭이 날갯짓조차 하기 어려운 빽빽한 축사와 스트레스 등으로 깃털이 잔뜩 빠진 닭들, 심지어 한쪽에선 죽은 닭의 뭉치까지‥ 일부 동물복지 인증 농장의 현실입니다.
<"할‥할 말을 잃었어요"‥충격과 공포의 '동물농장'>

"어떻게 (난각번호) 2번인데 이렇게‥ 이렇게 키우죠? 슬퍼요. 너무 안쓰러워요. <혹시 좀 상상하시던 모습이 있으세요?> 저는 1, 2번이면 자유롭게 방목하고 그러는 줄 알았어요. 근데 지금 너무 충격적인 걸 봐서‥ 충격이에요. 정말." (윤효숙, 서울 은평구)
"충격적이네‥ 사람으로 치면 교도소에 가둬놓은 것도 아니고‥ 좀 그러네요 마음이. 안쓰럽고 답답하네요. 평창 대관령 목장처럼 방목해서 하는 것까진 아니어도 이렇게 무질서하게 할 거라고 생각을 안 했거든요." (유근광, 서울 은평구)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환경은 아니네요. 충격적이죠. 실망스럽고. 흑염소나 그런 것처럼 완전한 방목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자유롭고 그런 것들인데‥" (이미광, 서울 은평구)
"이게 자유 방목이 맞아요? 어쩌면 좋아, 너무 불쌍하다. TV 프로그램 같은 거 보면 성공한 양계장은 좀 깨끗하고 넓었던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걸 떠올리면서 사서 먹었죠. '적어도 내가 사 먹는 1번 달걀은 3, 4번보다 건강한 닭이 낳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남영신, 서울 은평구)
"제가 생각하던 모습이랑 달라서‥ 어렸을 때 엄마, 아부지가 (닭을) 직접 키워서 달걀 나오면 먹고 그랬거든요." (이영주, 서울 은평구)
<달걀 90%는 여전히 A4 1장보다 좁은 닭장에서‥>

그렇다면 케이지는 얼마나 좁을까요? 가장 열악한 수준인 난각번호 4번의 마리당 최소 면적은 0.05제곱미터입니다. 이 크기는 0.06제곱미터 너비의 A4용지 1장보다도 좁습니다.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비좁은 공간에 갇힌 닭들은 철창 밖으로 겨우 목만 내밀고 살아가는 겁니다.
이 모습을 본 소비자들은 충격을 넘어 할 말마저 잃었습니다.
"너무 충격적인데요. 할‥ 할 말이 없어. 할 말이, 말이 안 나와요. 어떻게 (닭이) 목만 내놓고 철장에 이렇게 되죠? 정말 이거는 지금 말이 안 된다고 봐요. 너무 놀랐어요. 정말 이거는 개선돼야 하겠네요." (윤효숙, 서울 은평구)
"너무했다‥ 너무 가둬놓으면 안 되지. 완전히 상태가 안 좋지. 좀 풀고 한 번씩 나갔다가 와야 좋지. 사람도 운동하는 게 좋잖아요. 똑같아요." (조숙자, 서울 은평구)
이렇게 끔찍한 사육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가 크게 퍼지고 달걀에서 살충제까지 발견되자, 닭끼리 다닥다닥 붙어사는 케이지가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그래서 마리당 최소 면적을 1.5배 늘린 0.075제곱미터까지 넓히도록 지난 2018년 축산법이 바뀌었습니다. 최소한 가장 열악한 환경인 난각번호 4번이라도 없애자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생산자의 시설 정비 등을 고려해서 7년을 유예해 2025년부터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업계 측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최소 면적을 늘리면 사육 가능한 마릿수가 줄어 달걀 수급이 불안정해진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들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2년을 다시 유예해 줬습니다. 결국 개선안은 2025년부터 2년 늦춰진 2027년 9월에 시행될 예정인데 이 역시 또 미뤄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상황입니다.
<"늘 했던 것처럼, 그래도 복지 달걀 살래요"‥모든 닭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1, 2번이) 케이지에 갇혀서 모이 먹느라고 목만 나와 있고 알만 낳기 위해서 그런 것보다는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환경이 좀 더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이영주, 서울 은평구)
그래도 한 마리의 닭이라도 더 철창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이런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복지 산란 농장 비율도 최근 5년간 매년 늘었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닭 사육환경 실태가 전해진 뒤, 바로 다음 날 농식품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산란계 동물복지축산 농장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추진하겠다"며 "미흡 농가에는 조치를 취하고 인증기관 인력을 충원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관리 대상인 동물복지 농장은 소수입니다. 대부분의 닭은 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날갯짓조차 하지 못하며 평생을 살아갑니다. 말뿐인 '동물복지'가 진정한 '동물의 복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