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독모임 대표 '마치다 나오미' 인터뷰
관련 리포트 <'전쟁 가능한 일본' 우려 속, 24만 명의 이름을 부르는 이유> 바로가기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31651_37004.html
Q. 5년 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직접적인 계기였습니다. 그 전부터 독일의 유대인 희생자 이름 낭독 행사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막연히 구상은 하고 있었는데, 지인이 시베리아 억류자 4만 명의 이름을 낭독하는 행사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평화의 초석(礎·오키나와전 희생자 추모비) 이름도 낭독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전화(戰火)가 더는 세계로 번지지 않도록 하려면 이 추모비에 새겨진 이름들의 힘을 빌려야겠다 싶어, 그해 4월부터 서둘러 준비해 6월부터 시작했습니다.
Q. 지금까지 2만 2천 명 정도가 참가했다고 들었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많이 모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첫해에는 약 1,500명으로 시작했고, 30분을 한 단위로 해서 500명씩 나누어 진행했는데 대부분 개인 참가였습니다. 그러다 학교 안에서 평화 교육의 일환으로 낭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선생님께서 나타나, 처음 5개교에서 시작한 것이 작년에는 일본 전국 약 45개교로 늘었습니다. 참가자 수도 1,500명에서 작년에는 5,800명까지 늘었습니다.
Q. 참가했던 학교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는 전쟁 체험자의 이야기를 듣는 수동적인 교육이 중심이었는데, 이 활동을 통해 학생 스스로 평화를 발신하는 능동적인 평화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는 선생님들의 감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소감도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막연한 바람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내가 노력하고 싶다",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싶다", "평화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싶다"는 능동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 정말 기쁩니다.

브라질·하와이·호주의 오키나와 현인회(縣人會·오키나와 출신 재외동포 모임)도 낭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해외 낭독은 JICA(일본국제협력기구)가 협력 단체로 참여하고 있어, 분쟁 지역 출신의 JICA 연수생들도 이름 낭독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후 모임 측에서 5년간 한국을 포함해 34개국에서 참여했다고 알려왔습니다.)
Q. 오키나와 전은 태평양전쟁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의미가 있는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참가자분들의 말씀처럼 지상전으로 지옥을 몇 번이고 경험한 전쟁이었습니다. 민간인이 전쟁 피해를 직접 받은 규모로는 역사상 최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민들은 군과 함께 행동하면서 일본군으로부터도, 적군인 미군으로부터도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남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에서 굶주림까지 겹쳤고, '철의 폭풍'이라 불릴 만큼 처절한 전장이었습니다.
'가마(壕·주민들이 피신한 자연 동굴)' 안에서는 일본군의 강압으로 쫓겨나거나, 극한의 상황에서 스스로 가족의 목숨을 끊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오늘날의 드론 중심 전쟁은 공격하는 쪽이 고통을 느끼기 어려운 구조인 반면, 당시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마주 보며 죽고 죽이는 극한의 전장이었습니다. 체험자분들도 "지금의 전쟁과는 전혀 달랐다, 훨씬 더 처절했다"고 말씀하십니다.

평화의 초석 설립 이념과 같습니다. 전쟁에서 죽어간 생명은 적이든 아군이든 모두 같은 생명이라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인도주의를 표현한 것입니다. 초석을 만들 때 미군 이름도 함께 새기는 것에 반대 의견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과거 류큐 왕국의 '만국진량(萬國津梁)'의 정신, 즉 세계 모든 나라와의 가교가 되겠다는 외교 이념이 평화의 초석에도 새겨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저는 이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24만 명이라는 방대한 이름을 어떻게 배분하고 정리하느냐가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평화의 초석 명부는 방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세세하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AI로 (한자로 쓰여진 이름의) 초벌 독음을 만들고 실행위원과 참가자들이 함께 하나하나 검증하며 이름과 읽는 법을 정리해 나가는 작업을 병행해 왔습니다.
33명의 실행위원 모두 직장과 육아,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는 자원봉사자들이라 그 수고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매번 조금씩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낭독을 마친 참가자들이 "이름을 읽고 나서 내가 달라졌다"고 말할 때, 또 지역 낭독 행사장에서 한 어르신이 옆 사람이 읽어준 오빠의 이름이 담긴 명부를 소중히 안고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이름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매번 실감합니다.
Q. 전쟁 희생자의 이름을 낭독하는 행위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전쟁은 싫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는 누구보다 돌아가신 분들이 가장 강하게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름을 빼앗긴 그 순간, 그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나처럼 죽고 죽이는 일은 제발 그만해달라"는 것이 아닐까요. '24만'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이름 하나하나가 가진 힘을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5세, 3세, 1세의 이름이 나오면 낭독하던 분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자신과 같은 이름, 같은 나이의 희생자를 만날 때 전쟁이 비로소 '나의 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낭독할 때도 아이들이 명부의 이름 하나하나와 마주하면서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로하는 추모의 의미도 크지만, 과거를 깊이 배워 지금의 전쟁을 없애야 한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발신하는 것, 그것이 이 낭독의 핵심입니다.
Q.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 그리고 일본 국내에서도 '전쟁할 수 있는 나라'에 가까워지는 흐름 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도 궁금합니다.
전쟁을 막는 것은 국민 모두의 힘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위대도 전쟁을 막기 위한 조직이라고 말하고 있는 만큼, (대원 가운데) 개인으로서 참가를 원하는 분이 있다면 저희는 거부하지 않습니다. 이념의 좌우를 막론한 낭독이라는 점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가만히 있으면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직접 끌어당기지 않으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 전쟁 체험자들의 공통된 말입니다. 그러니 침묵하면 안 됩니다. 이름을 읽으며 무엇을 느끼는지, 지금 일본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거기까지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후 두 번 다시 전쟁하지 않겠다는 헌법을 만들었던 일본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무력이 아닌 방법으로 평화를 지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 낭독을 통해 함께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오키나와는 전쟁에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됩니다. 베트남전 때도 '가데나 기지'(오키나와 소재 미 공군 기지)에서 B-52가 날아가는 것을 억울한 마음으로 바라봤고, 지금도 오키나와 기지에서 이란을 향한 공격기가 출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한국분들께도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오키나와전에서 위안부로 희생된 한국 여성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위안소'가 있던 지역에 살았는데, 피난 전에 그 여성들이 집 밖에 나와 서로 머리를 빗겨주던 모습을 보며 너무나 가엾었다고,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었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었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도 가해자였을지 모릅니다.
전쟁으로 향해 갈 때는 모든 말과 감정이 지워져 가는 가운데 전쟁이 진행되기 때문에, 누구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됩니다. 지금 공격하는 쪽도, 공격받는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키나와전을 함께 배우고, 이름을 함께 읽어가는 이 활동이 세계로 퍼져나가, 전쟁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이 가진 힘으로 세계에 평화가 퍼지고, 지금의 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저도 계속하고 싶고, 언젠가는 젊은 세대가 이어받아 주기를 바랍니다. 저희 활동은 매년 같은 날에 같은 이름을 읽어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전쟁으로 잃어버린 오키나와 문화를 계승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이념 중 하나입니다. 작년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슈리성 터의 흙 속에서 발견된 누룩균을 발효시켜 오키나와 전통주 아와모리(泡盛)를 재현하고, 그 누룩을 8개 양조장에 나눠 다시 시작한 역사를 담아 양조장 분들께 낭독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올해의 테마는 '에이사'(조상의 영혼을 기리며 추는 오키나와 전통 춤)입니다. 저세상과 이승을 잇는 '에이사'가,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서며 이어온 오키나와 문화의 힘을 지금 청년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어가고 있는지를 낭독을 통해 함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실제로 청년회에서 "평화를 생각하며 에이사를 추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매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새로운 테마와 시각으로, 이 낭독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 오키나와 '평화의 초석' 이름 낭독 모임 홈페이지
https://okinawa-ishij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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