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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김세진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입력 2021-08-28 09:51 | 수정 2021-08-2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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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화장실 한번 간 죄(?)로 폭행 당한 배달기사 근황

    보도 이후, 해당 폭행사건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하는 시청자분들이 많았습니다.

    폭행 사건의 원인이 음식점주에게 직접 허락을 맡지 않고 화장실을 썼다는 데서 시작됐기 때문인데요.

    '아니 화장실 한번 썼다'고 저렇게 비인간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가'하는 공분이 많았고, '그 가게에 직접 가보고 싶다'며 주소를 알려 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우선 해당 사건은 지난 5월말 쯤 발생해 현재는 해당 업주가 운전자 폭행 등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가 된 상태입니다.

    오토바이가 출발하려는 데 핸들을 잡아 운전을 방해했고, 운전자가 넘어져 인대를 다쳤기 때문에 단순 폭행이 아닌 운전자 폭행이 되는 겁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해당 음식점주는 문자와 전화 등으로 "당시 장사가 안 돼서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는데 감정이 주체가 안 되어 그랬다"며 사과의사를 밝혔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해당 배달기사는 당시 폭행 트라우마에 시달려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주변 가게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음식점주에게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갖은 욕설과 폭행 당했다는 사실에 모멸감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공중화장실 가면 되는 거 아냐?

    취재진도 처음 제보를 받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취재해보니 대한민국 화장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벌어졌던 곳도 직선거리로 800미터쯤 공중화장실이 있지만 오토바이를 타면 한참을 돌아가야 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말그대로 급한 용무일 경우 오토바이 위에서 참변(?)을 당할 수 있는 겁니다. 선택지는 사실상 자신이 배달하러 간 음식점밖에 없었던 겁니다.

    실제 취재진이 강서구의 배달의 민족이 운영하는 마트의 화장실을 사용하려다 거절당한 배달기사와 함께 가장 가까운 공중화장실을 가봤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마트 안에 화장실이 있어도 배달기사들에겐 열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네이버 지도에서 공중화장실을 검색해서 7분정도 거리의 **교회 공공화장실을 찾았는데 실제 가보니 한 주류 도매점 건물이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공공화장실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은 겁니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으로 잠가 놓은 곳도 많아서 이걸 믿고 참고 가다간 오토바이 위에서 싸거나 노상방뇨 치욕(?)을 당하기 십상입니다.

    음식점 업주만 잘못?

    대부분의 음식점주들은 화장실 사용을 허가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난해부터 '배달앱 갑질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기자가 만난 수십 명의 업주들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배달앱 주문이 폭증하면서 배달기사의 화장실 출입을 거부한 사례가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화장실 사용에는 돈이 들죠. 양변기 1회 비용은 8-10원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에 화장실 청소·관리비용도 생각해야 됩니다.

    손님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지요. 게다가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쓰는 일부 기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화장실 거부 상황이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업주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는 겁니다.

    업주가 책임? 세금으로 '탁' 해결?

    그렇다면 이 갈등을 '화장실 인심'으로만 풀 수 있을까요?

    눈을 돌려보니 영국과 미국 등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한 나라들은 똑같은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우선 영국은 갈등이 코로나 상황에서 더 커졌는데 결국 교통부 장관이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모든 음식점은 배달기사에게 위생문제를 해결할 시설을 제공해야 하고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겁니다.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그렇다고 갈등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지요.

    미국도 배달 노조가 시위에 나서고 뉴욕시에선 배달기사들의 음식점 화장실 사용을 법제화하고 나섰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국내에서도 국가나 지자체가 배달 노동자들을 위해 화장실 등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법이 지난달 통과됐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쓸 수 있는 화장실·휴게실을 지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건데, 이미 서울시나 경기도에서도 이들을 위해 휴게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달기사들은 저런 휴게실이 있는 지 조차 잘 모를뿐더러 실제 배달이 이뤄지는 곳과 떨어져 있거나 멀어, 사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정치권에서 간과한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배달앱사의 책임입니다.

    근본적으로 배달앱 시장이 커져 생긴 문제인데, 이걸 음식점주 책임이나 세금으로만 해결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지요.

    배달앱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이영주 연구위원(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은 이렇게 지적합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휴게시설을 설치하고 화장실을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그 접근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일정 비용을 업주들에게 지원해 주고 식당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훨씬 더 실효적일 텐데 그 비용을 국가나 지자체가 아니라 음식 배달 사업으로 이윤을 얻는 플랫폼 기업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부합할 것입니다."
    [뉴스인사이트] '화장실 없는 일터' 이룩한 플랫폼 경제?
    글쎄, 우린 잘 모르겠다

    배달앱 기사들은 처음 배달을 시작하면 배달앱업체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배달요령과 수칙 등을 2-3일 정도 배우는 건데, 기본적인 노동환경으로 볼 수 있는 '화장실'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달 초기에는 화장실을 찾지 못해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배달앱 업체들은 배달기사들이 화장실을 가 건 못 가건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배달기사들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보지 않고, 사실상 개인사업자 신분의 플랫폼 노동자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랫폼 경제에선 21세기에도 '화장실 없는 일터'가 가능한 겁니다.

    [연관기사] [집중취재M] 가게 주인이 배달노동자 폭행한 이유…화장실 이용해서?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296448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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