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사회
기자이미지 우종훈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입력 2023-02-05 12:21 | 수정 2023-02-05 14:39
재생목록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 CCTV에 찍힌 그날의 진실은?

    [관련 보도] [단독] "이젠 집에 몰래 들어가기까지"‥알고보니 한전 직원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49127_36199.html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지난해 11월 10일, 전남 구례군에서 벌꿀 농사를 짓는 백춘기 농민은 저온 창고에 우유와 유자차, 복분자 진액 등 농산물 가공품을 넣었다가 단속에 걸렸습니다.

    농사용 전력을 쓰는 곳은 농산물만 넣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겁니다.

    물론 10년간 농산가공품을 넣지 말라는 계도나 알림을 받지 못했습니다.

    백씨는 억울했지만 위약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백 씨는 마당에 설치한 CCTV를 돌려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단속 전날인 9일, 누군가 저온 창고 문을 몰래 열고, 사진을 찍어간 것입니다.

    화면에 잡힌 건 한 손에 서류를 들고, 검은색 점퍼를 입은 한 남성.

    단속에 나왔던 한전 직원이었습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MBC 보도가 나가고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한전은 보도 해명 자료를 냈습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무단 침입이 아니라 고객 동의를 구했다는 내용입니다.

    한전 보도자료를 본 백씨는 펄쩍 뛰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백춘기/ 전남 구례군 농민, (MBC 기자 인터뷰)]
    "언제 허락을 맡아요? 내가 밖에 있으니까 내일 오면 어쩌겠냐고 해서 그런다고 한 건데요."

    ■ 한전의 이상한 해명

    한전의 해명은 사실일까?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지난해 11월 9일, 백 씨와 단속 직원이 나눈 51초 동안의 통화 내역입니다.

    그러니까 CCTV에 한전 직원이 찍힌 날입니다.

    [백춘기/ 전남 구례군 농민]
    "전화가 왔더라고요. 한전 직원이요. 내가 바깥에 있으니 그 다음날 오라고 하니까 그다음 날 왔더라고요."

    백 씨는 인터뷰에서 밝혔듯 당시 통화 내용은 '집에 없으니 다음날 오라'는 말이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합니다.

    반면 한전은 동의를 구했으니 무단 침입이 아니라는 근거로 이 통화 내역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CCTV가 공개되기 전 한전의 해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전은 '전화로 동의를 구했다'가 아니라 CCTV에 찍힌 사람이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전력 관계자 (MBC 취재진 통화(2023.1.26.)]
    "고객이 없는 상태에서 사진 찍거나 위약을 적발하기 위한 활동을 한 사례가 없다."

    "직원과 통화해보니 농민이 없는 상황에서 단속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단속 직원의 방문 날짜, 시간까지 한전에 이야기해준 상태였습니다.

    한전의 주장대로 '전화 통화를 하고 허락을 받았다'면 '허락받았다'는 해명이 먼저인데, 보도 전 한전은 CCTV에 찍힌 사람이 우리 직원이 아니라는 해명만 내놓은 겁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 이미 단속했다면서 왜 또?

    백씨는 무단침입이 아니라는 한전의 해명에는 또 이상한 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없으니 내일 오라'고 한 통화 다음날 CCTV에 찍힌 한전 직원이 찾아왔지만,

    어제 창고 안 사진을 찍었다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한전 직원의 전날 찍은 사진이 허락을 맡고 벌인 단속이라면 굳이 다음날 또 저온 창고를 뒤져가며 단속할 필요가 있었냐는 겁니다.

    백씨의 가족들도 당시 상황을 뚜렷이 기억합니다.

    백씨가 CCTV를 확인하고 크게 화를 내며 한전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위약금을 안 내겠다고 하자 가족들이 말리며 백 씨 몰래 한전에 찾아갔기 때문입니다.

    한전 구례지사에 찾아가 읍소해 위약금을 낮춘 뒤, 수십만 원을 먼저 한전 계좌로 송금한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백춘기 씨 며느리]
    "10년치 다 해야 하는데 봐줘서 1년만 계산한대요. 그러면 우리 1년 동안 여기 넣은 것을 선생님(한전 직원)은 어떻게 보증하시냐고 하니 그러면 우리가 안 넣었다는 증거가 있냐고 해요. 안 넣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냐고."

    백씨는 당시 CCTV를 확인한 뒤 일주일쯤 뒤 저온 창고에 자물쇠를 채우기도 했습니다.

    무단 침입에 대한 분노와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 무단침입 당했다는 농민 또 있었다.

    한전이 주인 동의 없이 단속했다는 주장을 하는 농민은 백씨 뿐만이 아닙니다.

    한 고로쇠 채취 농민인 한 모 씨도 저온 창고에 김치 등 가공품과 농사용 전력으로 전기차를 충전한 사실이 단속됐습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한 씨는 전기를 잘못 썼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한전의 단속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신이 집에 없었는데, 허락 없이 창고 문을 한전 직원이 열었다는 겁니다.

    당시 한씨 측 직원도 사장인 한 씨가 없다고 한전직원에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당시 건물에 있던 직원 (인터뷰)]
    "저는 문 연 것까지는 모릅니다. 소유주분을 찾는 것 밖에 모르고 그 담당 제가 그래 찾으셔서 전화를 드렸죠. '그래서 여기 저온 저장고 문을 열겠다' 그런 말씀은 저에게는 안 하셨습니다."

    한전의 단속 내규를 살펴봤습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단속 시 고객의 승낙을 받고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고객은 농사용 전기를 쓰며 요금을 내는 농민 당사자입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 "누가 단속하지 말라 그랬나?"

    한전이 국회의원실에 밝힌 전국 농사용 전기 위약 사례는 지난 5년 동안 6천 7백여 건, 위약금은 2백 23억여 원입니다.

    농민들은 농사용 전기 단속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불분명한 단속 방법과 위약금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겁니다.

    [전남 구례군 농민]
    "어디까지가 되냐고 했더니 양파는 껍질 안 깐 것. 오이는 생으로 된 오이. 감도 곶감은 안 되고 그냥 감. 그래서 저희가 처음은 흥분했죠."

    특히 이 같은 농민들의 지적은 지난해 한전의 수협 상대로 한 소송이 패소하면서 더 커지고 있습니다.
    [탐정M] 우리 직원 아니라더니‥이젠 '허락 받았다고?'
    군납용 수산물인 '말린 명태'는 수산물이 아닌데 농사용 전력을 썼다며 42억여 원의 위약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패소한 겁니다.

    그렇다면 한전이 농산가공품에 위약금을 물리는 행위도 틀린 거 아니냐는 주장이 농민들 사이에선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화보다는 단속에만 열중하는 보이는 한전의 모습을 농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관련 보도]

    [제보는 MBC] 김치는 안 돼‥농가에 수백만 원 위약금 폭탄 (2023.1.18.)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46924_36199.html

    한전 '김치 단속'에 농민들 집단소송‥한전 "단속 더 자주" (2023.1.19.)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47336_36199.html

    [단독] "이젠 집에 몰래 들어가기까지"‥알고보니 한전 직원 (2023.1.26.)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49127_36199.html


    광주MBC

    "기준없는 단속 한전, 농민에게 사과하라" (2023.1.30.)
    https://kjmbc.co.kr/article/4RuGeblN_GyhzoSwSoD

    수십억씩 혜택 본 대기업들, '농사용 전력 제외' (2023.1.31.)
    https://kjmbc.co.kr/article/7m3_zkRwCTxXlHBO

    "'농사용' 전력 '농업용'으로 바꿔야" (2023.1.31.)
    https://kjmbc.co.kr/article/MapClo6IwhRmnI9IHETq

    우는 농민 매질 한 한국전력 (2023.2.1.)
    https://kjmbc.co.kr/article/wq86Ywu6-EnT2ELV

    한전, 농사용 전력 대기업 위약금은 5년간 2건 225만원이 전부 (2023.2.3.)
    https://kjmbc.co.kr/article/6cA65cJEPs-ECicC2i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