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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입력 2025-07-01 14:54 | 수정 2025-07-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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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2007년 '이슬람 제대로 알기' 기획 취재를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란을 잇따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거쳐왔다는 이유로 이란 테헤란 공항에서 밤늦도록 억류된 기억도 납니다.

    당시 기획의 취지는 "종교 이슬람과 중동의 실상을 한국인의 시각에서 편견 없이 살펴보자"였습니다.

    계기는 2004년 '김선일 피랍 사건'에 이어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 사건'입니다. 분당샘물교회 교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조직 탈레반에 납치됐고 이 중 두 명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한국 사회는 테러조직 탈레반의 잔혹성을 이슬람 전체로 확장시켜 이슬람을 테러 종교로 변질시키는 인식이 만연해 갔습니다. 당시 MBC는 이슬람권 내 극소수 테러 집단 탈레반 때문에 4대 종교 중 하나이자 신자 19억 명의 이슬람 전체를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기획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오늘은 당시 <살람 이슬람>이라는 타이틀로 5일 연속 방송된 리포트 중 세 번째 꼭지 '<살람 이슬람> 팔레스타인, 끝없는 충돌'을 되살려보려 합니다.

    [살람 이슬람] 팔레스타인, 끝없는 충돌
    https://imnews.imbc.com/replay/2007/nwdesk/article/2073425_30657.html

    이스라엘군 총격에 사망한 16살 소년
    [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도착한 뒤 분리장벽을 넘어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수도 라말라에 들어간 지 몇 시간이 안 돼 장례를 치르고 있는 한 가정집을 발견했습니다. 그 집 아들 16살 함마드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스라엘군은 "라말라 주택가를 정기 순찰하던 중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장갑차를 공격할 목적으로 달려들어 방어 차원에서 사격했다"고 발표했지만 함마드와 함께 있다 총상을 입은 친구 3명은 "이스라엘군 장갑차가 신기해 손을 흔들며 다가갔을 뿐"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실상을 살펴보니 '이스라엘군에 의한 민간인 피격'은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에선 심심찮게 터지는 사건이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최면성 공포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과잉 대응(민간인 사살)을 일으킨다"는 증언도 들었습니다.
    [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최면성 공포'의 깊이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쉽게 확인됩니다. 집이 없거나 부모를 잃은 난민촌 아이들은 이방인, 한국의 MBC 취재진이 탄 차량을 향해 물병과 막대기를 던졌습니다. 난민촌 학교 교사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친구들이 총격으로 숨지는 걸 직접 목격하고 자란 탓에 낯선 이를 경계하고 자기 방어를 위해 공격성을 표출한 거"라면서 이해를 당부했습니다. 총성과 죽음을 곁에 두고 성장한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외상후스트레스성장애'라는 숙명적 집단 질환을 앓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한 본능형 공격성이 길러졌다는 겁니다.

    병원, 학교도 폭격 "하마스를 겨냥했을 뿐"

    이스라엘군 장갑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을 뿐이라던 함마드와 친구들에게 총을 발사한 사건의 기억은 2023년10월7일에 터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직후 자연스럽게 소환됐습니다. 전쟁 발발의 책임이 어느 측에 있는지는 여기에서 따지지 않겠습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병원에, 학교에, UN 난민촌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습니다. 폭격의 명분은 늘 "그곳이 하마스의 은신처이고 이스라엘을 향한 추가 테러를 차단하기 위한 자위권"이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그렇게 소탕한 하마스 세력이 얼마나 될까요? 공습 작전은 성공적이었을까요?
    [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하마스 최초 공격 당시 1천2백 명을 포함해 전쟁 기간 사망자까지 2천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반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사망자는 5만 5천 명 정도입니다. 가자기구 보건부는 사망자 중 60~80%가 민간인, 특히 어린이가 1만 5천 명이 넘는다고 말합니다.
    [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전쟁 발발 직후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 다만 하마스 테러로 희생된 만큼만 보복하라"고 주문한 '비례성 원칙'과 '(군-민간)구분의 원칙'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 삼으려는 전략에 대응했을 뿐"이라고만 해명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10.7 하마스 테러'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고 하마스 소탕 작전 이후 이란이 지휘하는 반이스라엘 성향 '저항의 축'을 하나씩 하나씩 타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란혁명수비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네타냐후의 후견인' 미국은 바이든 민주당 정부를 이어 트럼프 공화당 정부까지 흔들림없이 네타냐후를 응원하고 무기를 지원했습니다.
    [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트럼프-네타냐후 위험한 궁합 '가능성'을 타격

    이스라엘은 '저항의 축'이 쇠락해가는 틈을 놓치지 않고 급기야 이란 본토의 핵 시설과 미사일 공장을 공격했고 자신들의 타격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 등 세 곳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직접 때리게 했습니다. "남의 나라 전쟁에 총알 하나 쓰는 것도 아깝다"는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와 한 목소리를 내던 트럼프로선 큰 맘 먹고 방위비를 지출했습니다.

    "깎아준 세금만큼 부족한 세수는 관세 인상으로 채우겠다" "백악관에 입성하면 하루 만에 가자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핵심 공약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는 트럼프의 곤궁한 처지, 전쟁이 끝나면 실각은 물론이고 전쟁을 핑계로 중단된 이스라엘 내 형사 재판(사적 수수 및 부패, 뇌물 수수 및 배임 등)이 재개돼 구속될 처지인 네타냐후의 절박한 위기감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궁합을 형성했고 전쟁의 공포를 중동을 넘어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전쟁을 계속해야 정치적 생존이 가능한 네타냐후, 즉각적이고 가시적 성과가 시급한 트럼프는 한 목소리로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가속화해서 언제든 핵무기를 개발한 가능성이 크다"고 외칩니다. 물론 확인된 없습니다. 그저 가능성.. 핵확산금지조약 NPT 가입국으로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감시를 받아온 이란을 두고 NPT 미가입국 이스라엘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의심해 타격의 명분으로 삼은 겁니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진행하던 와중이었습니다. '물증 대신 의심에 기반한 가능성'... 장갑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팔레스타인 소년 함마드 피격 사건에 등장했던 그 '가능성'과 겹친다면 "비약이 심하다"는 비판마저 감수하겠습니다.
    [인싸M] 네타냐후, 누구를 위해 전쟁하는가?
    이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인가?

    하마스를 편들자는 것도 아니고 이스라엘 전체를 비판할 뜻도 없습니다. 네타냐후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려는 진짜 이유가 과연 이스라엘의 '테러 없는 미래'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견고한 안위'를 위해서인지 묻고 싶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미 작년 11월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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