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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백승우, 장슬기

[고교생 논문] 끌어주고 밀어주는 '논문'…연구실에선 무슨 일이

[고교생 논문] 끌어주고 밀어주는 '논문'…연구실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9-10-16 19:42 | 수정 2019-10-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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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 두 건의 논문을 두고 저희는 할 얘기가 더 남아 있습니다.

    이 내용 취재한 백승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첫번째 논문에는 아이와 엄마가 등장하는데 사실 성이 다르다보니까 모자 지간이라는 걸 확인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두번째 논문은 아예 가족 사이가 아니란 말이죠.

    동료 교수한테 부탁했다는 사실, 대체 어떻게 밝혀냈는지 배경 설명이 좀 필요하죠?

    ◀ 백승우 기자 ▶

    사실 그 논문에 우리팀 장슬기 기자가 공저자로 돼 있습니다.

    지금은 탐사기획팀에서 데이터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지만, 당시엔 서울대 박사 과정이었고요.

    그래서 이 논문이 작성된 앞뒤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 앵커 ▶

    장슬기 기자, 직접 나와 있습니다.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이 논문인데 장 기자 이름이 있네요.

    논문은 어떤 내용이었죠?

    ◀ 장슬기 기자 ▶

    유명인의 트위터를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알아보는 내용인데요.

    동료 대학원생과 함께 데이터 분석을 했고요.

    논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도교수였던 한 교수가 거의 다 썼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장 기자가 제1 저자로 돼있어요.

    ◀ 장슬기 기자 ▶

    논문 제출을 한 교수가 직접 했기 때문에 출판되고 나서야 제가 1저자인줄 알았습니다.

    ◀ 앵커 ▶

    저자 순서는 한 교수한테 전권이 있었다.

    이런 얘기 같습니다.

    그런데 이 고등학생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단 말이죠.

    직접 만난 적이 있습니까?

    ◀ 장슬기 기자 ▶

    제 일정표도 그렇고, 기억도 그렇고, 논문과 관련해선 2014년 12월 31일 오전 10시에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게 유일합니다.

    ◀ 앵커 ▶

    그럼 이 학생은 어떤 역할을 했던 거죠?

    ◀ 장슬기 기자 ▶

    네, 논문 기획은 한 교수가 했고요.

    한 교수가 영어논문이고, 미국에서 오래 학교를 다녔으니 서론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고등학생에게 제안했습니다.

    나중에 학생이 서론을 한 교수에게 직접 보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모릅니다.

    ◀ 앵커 ▶

    논문을 보니까 22페이지이고 서론이 한장하고 반이 안됩니다.

    백 기자, 어쨋든 논문 작성에 참여는 한 거 아닙니까?

    ◀ 백승우 기자 ▶

    네, 교육부에 물어봤는데요.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봐야겠지만, 논문 전반에 관여하지 않고, 연구 결과도 나오기 전에 서론만 쓴 거라면 영작이다, 그러니까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단서를 달았습니다.

    ◀ 앵커 ▶

    사실 어떻게보면 장 기자가 고등학생 저자 논문 생산에 도움을 준 당사자란 말이죠.

    또 제 1저자예요.

    ◀ 장슬기 기자 ▶

    네, 당시에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해도해도 너무한다"라는 생각도 했지만…

    둔감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 교수가 "부모에게 입시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럴 때 도와주면 크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을 때 아차싶었습니다.

    ◀ 앵커 ▶

    이 말에 대해서 한 교수 반론도 들어봐야죠?

    ◀ 백승우 기자 ▶

    네, 오늘 문자메시지가 여러차례 왔는데, "본인 기억으로는 부모의 심정이 그럴 것이라는 일반론적인 얘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보내왔습니다.

    또 순수한 동기에서 한 거라고도 했습니다.

    ◀ 앵커 ▶

    백 기자, 일부 시청자 입장에서는 장 기자가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이제와서 고백하는 게 이해충돌 아니냐, 또 당사자가 보도에 참여하는게 취재 윤리에 맞냐, 이런 지적을 할 수 있어요.

    ◀ 백승우 기자 ▶

    네, 저희도 취재 과정 내내 수 차례, 오늘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고, 투명하게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보도의 공익적 가치가 크고, 장 기자가 연구실 내부의 목격자라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다만 해당 건에 대해선 장 기자와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검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앵커 ▶

    저희도 내부적으로 충분한 고민의 과정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이렇게 일종의 '자기 고백'을 통해 고등학생 저자의 실체를 밝혀냈지만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맡기듯 부모는 빠져 있고 여러 연줄을 통해 부탁할 경우, 은밀한 관계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추적한 끝에 추가로 밝혀낸 게 더 있는데 여기엔 제자 교수나 대학원생한테 부탁 아닌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상호 기자가 보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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