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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78개, 1억 5천만 원 뜯겨도…동의했으면 그만?

보험 78개, 1억 5천만 원 뜯겨도…동의했으면 그만?
입력 2021-01-19 20:18 | 수정 2021-01-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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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반지하 방에 살며 한 달 수입의 절반 넘는 돈을 수 십개의 보험료로 내고 있는 지적 장애를 가진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 어제 전해드렸죠.

    그런데 이런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이 모녀 뿐만이 아닙니다.

    장애인들의 경우 이렇게 속아서 보험에 가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빼앗기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보험사도 금융 당국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신수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남편이 쓰러진 뒤 시동생이 재산 관리를 맡으면서, 반 지하 방에 방치된 채 월 수입의 절반 넘게 보험료를 냈던 지적장애인 전 씨 모녀.

    [활동보조인]
    "(처음에 집 안이) 다 강아기 기저귀 패드 깔아놓고, 찬장이고 냉장고 옆이고 바퀴벌레가 그냥 막 드글드글…"

    서울 서초경찰서는 시동생 박 모씨와 보험설계사 홍 모 씨 등 3명을 준사기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소환 조사도 임박했습니다.

    하지만 지적 장애인을 경제적으로 착취해도 이번 사건처럼 밖으로 알려지는 건 극소수입니다.

    [방대욱/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
    "(가해자가) 가족이나 연인 관계일 때는 아예 신고조차를 하질 못했어요 저희가. 고발 자체를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서)…"

    또다른 지적장애인 이 모 씨도 보험설계사의 꼬드김에 넘어가 5년 동안 보험을 78개나 가입했습니다.

    보험금으로 나간 돈만 1억 5천만원.

    빚까지 내 보험금을 내던 사정을 4년 전 직장 동료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김재홍/사기 피해 지적장애인 직장 동료]
    "(당시에) 대출을 받아서 보험료를 납부할 정도니까 본인의 진짜 생활비 20~30만원 빼고는 보험료로 다 들어갔어요 5년 정도."

    사건 초기 78개의 보험 중 사기가 인정된 건 단 4건뿐.

    일부 보험사들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았냐며 환불을 거부했습니다.

    [김재홍/사기 피해 지적장애인 직장 동료]
    "'해피콜'이라고 있거든요. 전화가 와요. '본인이 가입한 게 맞나요?' 전화가 오면 '네'라고 다 한 거예요. (보험사는) '이건 적법한 계약이다, 우리는 변상할 게 없다…'"

    일부 악덕 설계사나 보험사에겐 먹잇감일 뿐이었습니다.

    [정다은/지적장애 모녀 변호인]
    "경제적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경우에는 (신체적) 폭력에 해당하진 않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까지도 굉장히 시간이 걸리고 본인들이 증거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금융감독당국도 언론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방관자에 불과했습니다.

    [김재홍/사기 피해 지적장애인 직장 동료]
    "(처음에) 금감원은 그냥 중간 입장이에요. 다리 역할만 하는 거예요. 서류만 이쪽으로 넘겨주고 (민원을 넣어도 답변이)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네요…'"

    전 씨 모녀에게도 가입도, 본인 동의도 속아서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놓여 있습니다.

    [정다은/지적장애 모녀 변호인 ]
    "통장도 다 뺏긴 상황이었거든요, 신분증도 그렇고. 이분들이 공인인증서도 없으시고 하다 보니까 계좌 거래내역도 아직까지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의심될 정도의 과도한 보험을 걸러내지 못하고 사후 확인 절차에도 구멍이 뚫린 사이 피해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적장애 어머니 사위]
    "(장애인들) 이용해먹고 지들은 배부르게 땅땅거리면서 밥 먹고.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으니 어떻게 잡을 수가 없어요."

    MBC뉴스 신수아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김희건 / 영상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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