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임소정

광장에서 일상으로 "최악 막았지만‥민주주의 이제 시작"

입력 | 2025-04-09 20:29   수정 | 2025-04-0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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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12.3 비상계엄 이후 자신의 시간과 재산을 바쳐 앞장서서 광장을 지키다가 일상으로 돌아간 시민들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강조했듯, 이러한 시민들의 저항 덕분에 비상계엄이 빠르게 해제됐고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는데요.

이들은 그러나, 이제 겨우 최악을 막았을 뿐, 아직 내란을 완전히 끝내고 상처를 치유할 일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합니다.

임소정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겨우내 황량했던 들판은 푸릇푸릇해지고 꽃봉오리는 움틀 준비를 마쳤습니다.

어머니께 맡겼던 과수원으로 꼬박 넉 달 만에 돌아왔습니다.

[김후주/농부]
″진짜 오랜만에 나왔어요. 과수원은 겨울이라고 딱히 막 계속 쉬고 그런 건 아니고요. 봄 준비를 해야 해서…″

내란은 청년 농부 김후주를 광장의 활동가 ′향연′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습니다.

남태령에서, 광화문에서 탄핵과 파면의 순간을 맞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끝이 아닌 시작점에 다시 선 기분입니다.

[김후주/농부]
″한 명만 내려오면은 되는 문제로 (사람들이) 고생을 하신 게 아니고 변화를 위한 행동들이 더 치열하게 해야 될 작업일 수도 있다.″

***

계엄사의 통제를 예고한 포고령은, 작가들을 거리로 향하게 했습니다.

[황선우/작가]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본질적인 저의 업 자체가 되게 흔들리는 상황이었죠.″

절망과 함께 희망을 엿 본 시간.

[김하나/작가]
″모두가 각양각색의 응원봉을 들고 나왔던 것처럼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번 4개월 동안 본 것 같아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이들은 책상 앞에 다시 앉았지만, 내란을 완전히 끝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아직 남았습니다.

[황선우/작가]
″승리라고 말하기에는 누구에게도 승리가 아닌 정말 되게 씁쓸하게 최악을 막은 그런 상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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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의 밤, 학교 밖으로 내몰렸던 학생들.

일상이 얼마나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지 경험한 이들은 ′다시 만날 세계′를 이렇게 그립니다.

[조승헌 /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원 재학]
″세대 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젠더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사람 말고 실질적인 약자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좀 살펴봐주는…″

꽃이 피었지만 아직은 온전히 오지 않은 봄.

계절을 되돌리려는 위협을 막아내는, 여기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김하나/작가]
″아직 단단한 무언가가 있다. 그 위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무언가를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이원석 / 영상편집: 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