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윤소영

[단독] 신입사원의 악몽‥"성범죄 신고하자 회사는 '발설 말라'"

입력 | 2025-07-15 20:35   수정 | 2025-07-15 23:03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최근 상호를 ′에치와이′로 변경한 한국야쿠르트의 공장에서, 여성 사원에 대한 지속적인 직장 내 성범죄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그런데 본사 측에서 이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며 피해자에게 서명까지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소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입사 2개월 차, 신입사원의 악몽이 시작된 건 공장 야간 근무부터였습니다.

몸이 아파 상사인 40대 남성 파트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는데, 마사지를 해준다며 피해자의 온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피해자 (음성변조)]
″현실 감각이 없고, 신고 이런 거는 그때 당시에는 생각도 못 했어요.″

상사는 회식 자리에서도 술 취한 피해자를 자신의 차량에 강제로 태운 뒤 강제 추행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피해자 (음성변조)]
″너무 괴로워서 근데 그 사람이 제 몸 어디 한 곳 자기 손이 지나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또 다른 남자 동료 직원도 상가 복도에서 피해자를 추행했습니다.

수습 신분에다 집안 형편 때문에 직장을 관둘 수도 없었던 피해자는 지속적인 성추행을 참다못해 9개월 만에 회사에 피해를 알렸습니다.

[피해자 (음성변조)]
″잠을 아예 못 자고, 괴롭고, 숨이 안 쉬어지더라고요 잘‥ 약을 먹으면서 이제…″

그렇게 어렵사리 진상 조사가 시작됐지만, 피해자는 회사로부터 공장 동료들과 외부인에게 피해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피해자 앞에 놓여진 건, 한 장의 확인서.

면담한 내용을 사내 구성원, 외부인에게 절대 알리지 말라는 내용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조사 담당자는 회사 조사가 끝날 때까지 경찰 신고도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합니다.

[피해자 (음성변조)]
″발설하지도 말라는 그런 확인서를 받아 가니까 저는 더 압박감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죄인 같았어요.″

2차 가해를 피하기 위해 주로 가해자나 회사 구성원에게 받는 비밀 유지 각서를 피해자에게 요구한 건 침묵을 강요한 거나 다름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슬아/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
″공론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든 아니면 외부에 신고하든 뭘 하든 피해자의 몫이기 때문에 이걸 사실 회사가 강제할 수는 당연히 없는 거죠.″

결국 피해자는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고 상사는 징계 없이 자진 퇴사, 남자 동료 직원은 감봉과 함께 다른 공장으로 전보됐습니다.

에치와이 측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한 데 대해, ″2차 피해를 막고 회사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답했습니다.

MBC뉴스 윤소영입니다.

영상취재: 장우창 / 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