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재은/한림대 교수·21대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
″이번에는 정말 이제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급한 불을 끄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 13% 보험료율은 사실은 우리가 40% 급여율 기준으로도 한참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한 사실은 보험료율이에요. 결국은 기금이 고갈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제 안을 짜는 것은 우리한테는 ′고려해서는 안 되는 옵션(선택항목)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요.″
◀ 이휘준 ▶
이번 국민연금 개혁처럼 수치를 조정하는 걸 ′모수 개혁′이라고 부르고 전반적인 연금 체계를 다시 짜보자는 걸 ′구조 개혁′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이제 ′모수 개혁′으로는 부족하고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거고요.
◀ 신준명 ▶
네, 연금 정책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국민 부담도 늘리지 않으면서 은퇴 노령층 지원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 개혁′을 설계하는 건 복잡하지 않지만, 실제로 ′구조 개혁′으로 나아가는 건 풀기 쉽지 않은 ′난제′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박옥희/기초연금 수급자]
″<기초연금 받으면 좀 도움이 되세요, 생계에?> 아유, 그럼요. 매달 그렇게 나오는 게 큰 돈이죠.″
[조재길/기초연금 수급자]
″(기초연금으로) 쌀, 이제 반찬 뭐 이렇게 사가지고 하고 아까 애들이 보태주는 것은 이제 기본적으로 전기세, 수도세, 무슨 다양하게 세금 뭐 이런 거 내는데.″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소득 보장장치입니다.
국민연금과 달리 재원을 100%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우리나라에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도입된 건 지난 2008년, 심각한 노년층 빈곤 문제때문이었습니다.
2014년 기초연금으로 개편되며 지급액은 월 8만 4천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됐고, 지금은 1인 세대엔 월 최대 34만원, 부부 세대에는 최대 54만원까지 지급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2014년 44%에 이르던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9년 만(23년)에 38%로 감소했고, 외환위기 이후 급증했던 노인 자살률도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장]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이 도입되는 시기에 두 번에 걸쳐서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현저하게 줄어들어요.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메꿔줬다. 그리고 그때는 특히나 이제 (저소득층인) 무학, 초졸 어르신들이 많은 거를 좀 기초연금이 메꿔준 효과가 있다.″
뚜렷한 효과를 거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서울에 실거래가 7-8억원 대 아파트 2채를 보유한 55년생 은퇴자 김 모 씨.
한 채는 전세를 줬습니다.
젊을 때부터 모아온 노후 자금에 매달 받는 국민연금 60만원, 그리고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큰 어려움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국민연금공단에서 기초연금 대상자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기초연금 수급자]
″집 두 채고 뭐 이제 이사 오고 뭐 하면서 좀 현금이 좀 있었어요. 그냥 ′아, 나는 안 되는구나′ 하고 있다가 나중에 이제 그 고지서가 오는 바람에 신청을 했더니 뭐 그래서 신청했더니 이제 그 돈이 나온 거예요.″
올해 정부가 밝힌 기초연금 선정 대상자의 소득 기준액은 월 228만원.
복지부 모의계산기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이 얼마까지인지 계산해 봤습니다.
별다른 자산 없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 1인 기준으론 월 437만원까지, 부부합산으론 월 740만원까지 벌어도 기초 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실 거래가 8억원 정도 되는 공시지가 5억 5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 2백만원대의 소득이 있더라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28만원이라는 기준액이 자산과 현금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게 아니라 실제 소득에서 ′기본공제′ 명목으로 112만원을 뺀 뒤 0.7을 곱해 나온 값이기 때문입니다.
기초연금 대상자를 전체 노인의 70%로 설정한 제도가 그대로이다 보니,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석재은/한림대 교수·21대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
″표면액이 너무 높을까봐 그런 측면들이 있어요. 지금 (소득 하위) 70%를 유지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이거를 이렇게 오픈하는 것이 굉장히 국민들, 특히 이제 노인 혐오도 많고 노인들에 재정 투입을 하는 것에 대해서 세대 갈등적인 그런 분위기도 있기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자 가운데 공시지가 12억원 이상 되는 집을 보유한 세대는 539세대, 25억이 넘는 집을 보유한 세대는 12세대가 있었습니다.
[기초연금 담당 공무원]
″실질적으로는 공시지가의 2배 정도 되는 금액을 이제 실거래되는 아파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재산으로는 많이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죠. 집이 세 채, 네 채가 있는데도 기초연금 받는 사람이 있는데 ′왜 나는 자가 한 채밖에 없는데 기초연금도 못 받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얼마 전 노인 세대로 접어든 1950년대생의 빈곤율은 1930년, 40년대생의 절반 수준입니다.
더구나 올해부터 노인 세대에 편입되는 60년대 생, 이른바 ′86세대′엔 고속 성장 시절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며 자산을 구축한 고학력 고소득자들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노인 빈곤율은 2050년 쯤이면 30%, 2070년대에는 20% 초반까지 감소하는 걸로 예측됩니다.
[김우창/카이스트 교수·21대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
″연령대별로 순자산을 보면 60대 이상이 20대, 30대, 40대보다 꽤 큰 폭으로 순자산이 많으십니다. 다만 그 안에서 양극화가 심해서 특히 고령층, 말씀하신 30년대, 40년대생 분들이 가난하신 거죠.″
2014년 435만명이던 기초연금 수급자는 23년엔 650만 명으로 증가했고 2030년엔 914만 명, 2050년엔 1천3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27조 원인 기초연금 지출액은 GDP의 1.5% 수준인 무려 46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습니다.
단일 복지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예산.
그래서 이 정도 예산이면 연금 구조 개혁의 충분한 재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소득 하위 70%라는, 사실상 인구 대비 비율로 유지돼 온 기초연금 기준을 구체적인 소득 수준으로 바꿔 빈곤층 노인들에게 집중해서 지급하고 이렇게 절감한 예산을 국민연금에 투입해 기금 고갈을 막으면 국가나 개인의 부담은 늘지 않으면서 노년 소득은 보장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김우창/카이스트 교수·21대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
″가난한 어르신들 양극화가 된 거예요. 그럼 그분들(저소득층)께 좀 더 많이 드리고 그러면 기초연금 재정을 많이 줄일 수가 있겠죠. 그러면 세이브(절감)되는 게 장기적으로는 GDP(국내총생산)의 1%가 넘습니다. 그러면 그 GDP 1%를 국민연금에 좀 빨리 투입해서 2030년부터 투입을 하면 기금이 영속되거든요.″
관건은 ′기초연금′이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방법입니다.
가장 큰 유권자 집단이기도 한 노년층을 향해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 모두 기초연금 증액을 외쳐왔습니다.
[박근혜/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2012년 12월 10일)]
″65세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문재인/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전주 덕진노인복지회관 정책발표회, 2017년 4월 18일)]
″′모두 3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해드리겠다′ 그렇게 공약했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대한노인회 방문, 2022년 1월 10일)]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좀 많이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