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고발사주 의혹′이 보도되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국정원 개입설′을 제기하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신고자 조성은 씨가 언론 보도 전에 당시 박지원 국정원장과 점심 식사를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는 과거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친분이 있었습니다.
[김기현/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2021년 9월 12일)]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는 매우 특수한 관계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박지원 게이트′라고 불릴 수 있는 사건이, 이 사건이 불거진 배경이라는 강한 의심을 제기합니다.″
조 씨가 언론에 고발장 사진을 넘긴 건, 박 원장과 식사를 하기 한 달 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당시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 보수 시민단체는 ′국정원 개입설′을 끊임없이 제기했습니다.
[전혁수/전 뉴스버스 기자(′고발사주 의혹′ 최초 보도)]
″벽이 하나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아직도 생각나는 게 그 ‘손준성 보냄’이라는 사진을 저희가 처음 공개했을 때 그 폰트 바뀌면, 핸드폰 폰트 바꾸면 바뀌는 거잖아요. 이게 조작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황당했죠.″
고발장을 조성은 씨에게 전달했던 검사 출신 김웅 전 의원은 손준성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됐던 김웅 전 의원은 ′고발사주′ 보도 직후 여러 언론과 인터뷰했습니다.
처음엔 고발장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했지만, 며칠 뒤에는 이를 다시 부인했습니다.
또 ″손준성 검사에게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인터뷰도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최종 입장은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였습니다.
[김웅/당시 국민의힘 의원(2021년 9월 8일)]
″그럼 제가 기억이 안 나는데 기억난다고 거짓말을 해야 되겠습니까. 반대로 한번 이야기를 해볼게요. ′제가 기억이 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여러분은 그걸 믿어주시겠습니까.″
한 달여 뒤, 김 전 의원과 조성은 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됐습니다.
[김웅-조성은(2020년 4월 3일 통화, 출처: PD수첩)]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만들어서 일단 보내드릴게요.> 그 고발장을 할 때 이제 그 대검을 찾아가는 느낌을 있잖아요. <그렇죠. 찾아가야 돼요. 찾아가야 되는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김 전 의원은 이 녹취 속에서 자신이 말한 ′저희′가 검찰을 가리키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김웅/당시 국민의힘 의원(2021년 10월 20일)]
″′저희′라는 말에 대해서 자꾸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검찰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 전 의원은 또 ′고발사주 의혹′이 보도된 당일엔 휴대전화를 새로 교체했고,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는 버렸다며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공수처가 자택과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당일, 수행비서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공수처는 검사 신분이 아니었던 김웅 전 의원을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했습니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첩 넉 달 만에 조성은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김웅 전 의원은 단 한 차례만 조사한 뒤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조성은/′고발사주 의혹′ 공익신고자]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정말 노골적이구나′, ′노골적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막 대놓고 그런 이야기를 했을 정도예요. ′(김웅) 변호사′냐고…″
5년이 흐른 지금, 스트레이트는 다시 한번 고발장을 누구에게 받았는지 묻기 위해 김 전 의원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여러 차례 전화도 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공수처가 유일하게 기소한 손준성 당시 검사는 사전 구속영장 심사에서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구속을 피했지만, 끝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수사와 재판 내내 자신은 고발장을 보낸 기억이 없고, 고발장을 누가 작성한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고, 1심 결심 공판에서는 ″진술을 거부한다″는 답만 70번 이상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2023년에는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달 사직했습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임 모 검사는 ′고발사주′ 보도 이후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에서 탈퇴하고, 휴대전화에는 포렌식을 방지하는 앱을 깔기도 했습니다.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도, 대검 감찰부가 압수하기 전에 공용 휴대전화를 초기화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의 오른팔이었던 한동훈 검사에 대한 감찰은 강한 반대에 가로막혔습니다.
[한동수/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수사로 전환해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해서 하겠다′ 그래서 ′병행해서 하겠다′라고 하니까 (윤석열 총장이) 그때 뭐 ′쇼하지 마. 쇼하면 안 되잖아′ 이런 이야기도 저한테 하더라고요.″
결국, ′고발사주 의혹′ 수사와 재판은 단 한 사람도 처벌하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공수처는 올해 6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며 ′고발사주 의혹′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고발장 작성을 직접 지시했는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모든 정황 증거가 명백한데도, 입을 굳게 다물고, 각종 법 지식을 동원해 빠져나간 법 기술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