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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입력 2021-03-28 09:00 | 수정 2021-03-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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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청와대 보고 국정원 사찰 문건 연속 공개

    MBC는 민주노총 법률원과 언론노조 등의 협조를 얻어 이명박정부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70여 건을 입수했습니다. 이들 문건 하단에는 배포처가 적혀있는데 대통령실장과 정책실장, 정무수석, 민정수석, 사회정책수석 등입니다.

    이렇게 배포처에 '정무수석'이 적시된 문건은 15건입니다. 이 가운데 14건은 현재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던 시기였고 1건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정무수석에 재임하던 때였습니다.

    국정원 2차장 산하 국익전략실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이 문건들에는 국정원의 권한과 직무범위를 벗어난 각종 사찰 정보와 정치 관여 및 공작 계획 등이 담겼습니다.

    MBC는 그 원문을 차례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박형준 정무수석'이 관여한 정황이 확인된 문건은 이번까지 공개합니다. 앞선 두 차례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①
    https://imnews.imbc.com/news/2021/politics/article/6128854_34866.html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②
    https://imnews.imbc.com/news/2021/politics/article/6129800_34866.html

    국정원, '철도노조' 문건을 정무수석에게 보낸 이유?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철도노조·민노총간 공조활동 강화에 면밀 대처" 문건
    -2010년 2월 10일 청와대 수신, 2월 12일 파기.


    국정원은 당시 철도노조가 민주노총 "4월 총파업의 전위대를 자임"하며 "투쟁 수순밟기에 돌입"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 측과 정치권의 대응 지침을 제시합니다.

    "사(使)측은 지난해 불법(不法)파업 관련 진행중인 파업참가자 징계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강성 조합원 대상 근태관리 노력을 배가"하라고 돼 있습니다.

    또 "조합비 인상 문제를 계속 부각, 집행부에 대한 반감을 촉발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 문건의 배포선에 당시 박형준 정무수석이 포함된 이유는 정무수석의 주요 업무인 정치권 대응 전략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민노총과 야당의 국정조사 추진에 따른 대응논리 적극 개발과 함께 부당성을 집중 전파, 파업을 둘러싼 이슈화 기도를 차단"해야 한다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세종시 수정안 처리', '공무원노조 와해'…국정원의 국정 현안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차주 국정(國政)현안 및 관심 사항"
    -2010년 2월 17일경 청와대 수신, 23일 파기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앞두고 국정원은 "대통령(大統領)의 리더십·치적 홍보와 함께 국회(國會) 민생법안 처리 등으로 국정지지 외연을 더욱 넓혀가야"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국정홍보 계획, 쟁점법안 처리 전략, 방송사 노조와 공무원 노조 대상 공작 방침까지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우선 필요한 건 전략적 홍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격(國格)을 제고한 치적을 공유하는 호기가 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야당의 비판은 "좌파(左派)정부 잃어버린 10년을 부각,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역공"하면 된다고 조언합니다.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친박 '조준' "의총으로 명분 쌓고 세 대결 대비"

    특히 중요한 국정 목표는 세종특별시법 개정안 처리. 당시 친박계 의원들의 당내 반발이 심상치 않던 때였습니다.

    국정원은 "친박(親朴)측의 반발 등 파열음 분출 소지"가 있으니 "의총(議總)등 내부 논의 과정을 가속화, 절차적 정당성 등 명분 확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지지 그룹의 내부결속을 다지면서 중도파 의원 개개인 별로 맞춤형 설득을 병행, 본격적 인 세(勢)대결에 대비"할 것을 요구합니다.

    당정 관계 조율은 청와대 정무수석의 핵심적인 업무입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은 '정무수석'을 배포처에 포함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25일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고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전해왔습니다.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공무원 노조, 신고 전부터 '불법화' 준비

    당시 또다른 현안은 전국공무원노조의 합법화 문제였습니다.

    2009년 10월 이명박정부는 공무원노조의 합법 지위를 박탈합니다.

    노조는 설립신고서를 다시 노동부에 접수하려 했지만, 당시 노동부는 일부 규약을 문제 삼아 두 차례 반려했습니다.

    그리고 3번째 신고를 앞두고, 청와대엔 국정원이 파악한 노조의 동향과 대응 전략이 올라옵니다.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전국공무원노조는 규약 제정 등 노조 설립 요건을 보완, 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재(再)제출할 계획"이라며 치졸한 방법을 대응책으로 보고 합니다.

    "각급 기관별 복무관리 점검반을 가동, 근무시간 중 순회홍보·투표 및 근무지 이탈 등 불·탈법 행위들을 정밀 채증하여 신고서 반려 카드로 활용"하자는 겁니다.

    혹시 모를 사소한 불법 행위를 적발해 '반려 카드'로 쓰겠단 의미인데, 이미 신고서가 접수되기도 전부터 신고 내용과 상관없이 반려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놓은 겁니다.

    언론을 통한 여론 공작 방침도 단골처럼 덧붙었고 검찰과 경찰도 진행 중인 공무원의 정당 후원금 수사를 "가속화"하라는 기획도 제시됐습니다.

    방송사 '장악' 계획도 논의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익히 알려진 이른바 MBC 장악에 대한 논의도 현안으로 올랐습니다. 국정원은 새 사장으로 "국정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인사를 엄선"해, "MBC 정상화 작업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어 방송사의 "좌파(左派)노조의 막가파식 투쟁 기도"를 "징계및 사법처리 확행"해야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실제 김재철 사장이 부임하면서 국정원의 MBC '정상화 전략'이 집행되기 시작했고 지난 12일 대법원은 김재철 사장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

    직무범위 일탈에…실제로 '실행'된 문건

    문건을 분석한 하태승 변호사는 국정원법상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은 물론, 정치 관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노총 법률원장인 신인수 변호사도 "국정원이 컨트롤타워가 돼서 노동부와 검찰, 경찰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며 "문건 내용은 국정원의 거짓말이나 '뻥튀기'가 아니라 분명히 집행된 부분"임을 강조했습니다.
    [단독] 박형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 '사찰 문건' 원문 공개 ③
    실제 문건에 적힌 대로 3번째 노조 설립 신고서 역시 반려됐고 공무원노조는 박근혜 정부까지 9년 동안 법외노조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앞서 서술했듯 철도노조도, MBC 노조 관련 내용도 모두 이행됐습니다.

    박형준 후보, 언제까지 '보고받은 적 없다' 해명만?

    취재 과정에서 MBC가 확인한 청와대 '대외비 문건 수신현황'을 보면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사회정책수석실'에만 국정원 사찰 문건이 176건 보고됐습니다.

    이틀 걸러 한 건 꼴입니다.

    제목이 정확히 기재된 176건의 목록과 관련 재판 기록 등을 근거로 정보공개 청구를 한 끝에, 국정원으로부터 '정무수석'이 함께 배포처로 기재된 문건을 15건을 입수했습니다. 이 가운데 14건이 박형준 수석 재임 시절입니다.

    따라서, '출처 불명의 괴문서'라거나 '선거용 공작'이라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의 비판은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 주로 노조 관련 문건들을 입수해 분석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국정원이 '정무수석'을 타깃해 보고한 문건이 어느 정도나 될 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 시절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한나라당 의원은 MBC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문건은 우편 넣듯이 배포선에 넣으면 간다"며 배포선에 적힌 대로 전달되는 게 맞다고 밝혔습니다.

    [단독] 박형준만 못 받았다?‥임태희 "사찰문건 우편물 가듯 전달"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30352_34936.html

    임 전 실장은 자신이 국정원에 사찰을 요청한 적은 없다면서도, "정보기관장이나 국정원 윗사람들이 조금만 생각이 있다면 첩보로도 생산을 하면 안 되는 것들을 많이 한다"며 "사실은 야단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박 후보는 거듭 "이런 보고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만 하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혹시 '당선만 되면 없어질 이야기'라는 판단 아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받아 공직에 나서려는 공당의 후보라면, 충분한 근거를 갖춰 제시하는 언론의 문제제기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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