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경찰이 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나던 13살 소년을 사살하는 모습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시카고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독립 수사기관 ′COPA′는 경찰 총격 피해자인 13살 애덤 톨리도 군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경찰 영상과 다른 사람의 카메라 등에 잡힌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들 동영상은 지난 13일 유가족에게 먼저 공개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새벽 2시 30분쯤 시카고 서부 라틴계 밀집지 리틀빌리지에서 발생했습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톨리도는 또 다른 용의자 21살 루벤 로먼과 함께 길을 걷다가 순찰 중이던 경찰이 검문하려 하자 달아났고 결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았습니다.
경찰은 톨리도가 총을 소지한 채 달아나다 뒤돌아서서 대항하는 등 위협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동영상에서는 톨리도가 멈춰서서 두 손을 들고 돌아선 순간 경찰이 발포했고 당시 톨리도 손에 총이 있었는지 불분명합니다.
또 다른 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보면 톨리도는 경찰에 투항하기 직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울타리 뒤로 던져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톨리도는 왼쪽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경찰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자동제세동기를 동원했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다른 용의자인 로먼은 지난 9일 검거됐고, 검찰은 그를 불법 무기 사용, 무분별한 발포 및 아동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동영상 시청 후 ″톨리도가 경찰에게 총을 겨눈 증거는 보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COPA의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라이트풋 시장과 톨리도 유가족 변호인은 ″동영상 공개가 유가족·지역사회·시카고시의 치유를 향한 첫 단계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영상을 보는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고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각자의 감정을 평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라이트풋 시장은 ″아들이 끔찍하게 생을 마감한 순간이 담긴 영상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부모 마음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며 ″그들을 더 힘들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두 가지는 명확하다. 첫째 톨리도는 한밤중에 총을 가진 성인과 함께였고,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피격됐다. 둘째 우리 도시에는 제도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청소년들이 너무 많고,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고쳐야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만성적인 총기 폭력을 개탄하면서 ″길거리에 총기가 너무 많다. 연방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총기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인 톨리도는 최근 수년간 시카고에서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피해자 가운데 최연소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시카고 NBC방송에 따르면 동영상을 확인한 주민들은 ″톨리도는 피격 당시 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서 정의를 촉구하는 현수막과 깃발을 들고 거리로 모였고,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항의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주민들은 총격 경찰관 기소를 요구하며 ″사건 발생 후 48시간이 지날 때까지 사실을 은폐한 시카고시 지도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