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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_영상] "우두머리가 길 잃어서?"…중국 도심 난데없는 코끼리떼

입력 | 2021-05-29 12:03   수정 | 2021-05-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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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코끼리 15마리가 도심 속 아스팔트 도로를 유유히 활보합니다.

한줄로 무리지어 가는 코끼리 떼의 뒷모습은 야생 초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유 있는 코끼리들과 달리 깜짝 놀란 사람들은 ″빨리 대피하세요″라고 소리치며 황급히 도망갑니다.

이 코끼리들은 중국 윈난성 남부의 멍양쯔 자연보호구역에서 서식하던 야생 코끼리들입니다.

윈난성에는 야생 코끼리가 3백 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1년 반 전부터 무리를 지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 발견된 15마리의 코끼리 떼는 27일 저녁 윈난성 중심도시 쿤밍에서 불과 120k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고, 28일에는 인근 산속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방 당국은 먹이를 던져 코끼리를 유인하고 대형 차량 등으로 도로를 막아 코끼리의 도시 진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코끼리 떼는 27일 저녁까지 민가 부근을 배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주민은 ″코끼리가 상점 앞을 지나갔다″면서, ″경찰이 거리에 나오지 말도록 했으며, 주민들이 건물 옥상에서 구경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시 코끼리가 거리를 돌아다니다 상점 앞에 멈춰서고, 심지어 가옥의 철제문과 부딪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행히 아직 코끼리 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412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56만㎡의 농경지 피해가 발생하는 등 직접적인 손실액이 68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1억9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당국은 드론을 이용해 코끼리의 동선을 추적하는 한편, 코끼리 떼가 인구 밀집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 모니터링요원은 ″당초 코끼리를 포획하려했지만, 15마리를 동시에 마취해 잡으면 위험하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면서, ″마취 후 40분 이내에 코끼리 의식 회복을 도와줘야 하는데, 이때 마취가 안 된 코끼리가 있으면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윈난성 임업초원국 관계자는 ″코끼리가 인구 밀집지역으로 진입하면 통제가 어려워지고 먹이도 부족해지며 또 사람과 충돌할 위험도 커진다″면서, ″코끼리 떼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고 서식지로 돌아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은 ″집 마당에 옥수수와 소금 등 코끼리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두지 말라″면서, ″코끼리가 놀라면 공격할 수 있는 만큼 마주칠 경우 구경하거나 장난치지 말고, 폭죽·불꽃 등으로 쫓아내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또 ″코끼리가 야간에 활동하는 만큼 밤에 해당 지역에 가지 말고, 개가 짖으면 코끼리가 개와 그 주변을 공격할 수 있으며, 색깔이 밝은 옷을 입지 말라″라고도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끼리 무리들이 한 곳에서 서식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 이동하는 것은 코끼리의 우두머리가 경험 부족으로 길을 잃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은 대장정이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