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조재영

민주당, '윤석열 내란죄' 삭제? 찐빵 없는 찐빵?‥"어이가 없습니다"

입력 | 2025-01-06 15:24   수정 | 2025-01-06 15:59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 혐의를 탄핵 사유에서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이 핵심을 제외한다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입니다.″
- 그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민주당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겠다는 건 탄핵소추안 의결이 졸속으로 이뤄진 사기탄핵이고, 거짓으로 국민들을 선동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입니다. 탄핵소추안은 글자 하나, 조사 하나를 바꾸는 데에도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합니다.″
- 어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hr>

″더불어민주당과 국회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갑자기 ′내란죄′를 뺐다, 삭제했다, 철회했다″며 국민의힘이 최근 총공세, 반격에 나섰습니다. ″찐빵 없는 찐빵″, ″민주당의 사기 탄핵 자백″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일까요?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대체 왜 그랬을까요?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립니다. 탄핵소추 의결서는 한 글자도 바뀐 게 없습니다. 민주당이 새로 탄핵안을 제출한 것도 아닙니다. 민주당이 원래 제출했던 탄핵소추 의결서 그대로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국회 탄핵소추단에서 간사 직을 맡고 있는 최기상 민주당 의원(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이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MBC에 설명한 내용입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 [최기상/국회 탄핵소추단 간사]

Q.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한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에 새로 제출한 건가요?
″아니요. 탄핵소추안을 새로 작성해서 낸다거나 그런 게 전혀 아닙니다. 내란 행위 자체는 하나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되고, 동시에 헌법 위반도 되고, 계엄법 위반도 해당됩니다. 그래서 (그 세 가지 중) ′형법상′ 내란죄는 굳이 헌법재판소에서 판단을 안 해도 되겠다고 우리가 짧게 서면을 냈습니다. 재판부에서 ′그러면 그 부분은 철회하는 거냐′, 이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았고 그게 끝입니다. 그 내용은 (공개된) 헌법재판소 인터넷 영상에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Q. 앞으로 탄핵안을 새로 작성해서 낼 예정인가요?
″그럴 계획 없습니다. 1차, 2차 변론준비기일 때 구두로 이 부분을 서로 얘기한 것이고, 탄핵안을 다시 작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하도 다툴 게 없으니 이렇게라도 나오는 것 같은데, 저희로서는 어이가 없는 부분입니다.″ </blockquote>

그런데 국민의힘은 왜 저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일단, 최 의원의 말이 맞는지, 헌법재판소 변론준비기일 1,2차 당시 기록을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작년 12월 27일, 1차 기일 당시의 기록입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color:#222″> [국회 측 대리인]
″저희는 자칫 헌법재판 탄핵심판 절차가 형사재판으로 변모될까 봐 우려됩니다. 가급적 헌법재판의 성격에 맞게 내란죄 등을 소추의결서에서 다뤘지만, 그걸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서 이러한 요소들을 ′헌법 위반 사실′로서 주장해서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할까 합니다.″

[정형식/헌법재판관]
″그러면 지금 형법상의 내란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특수공무집행 방해죄 또는 계엄법 위반 이런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다 ′헌법 위반′으로 포섭을, 다시 정리를 하시겠다는 취지인가요?″

[국회 측 대리인]
″네, 그렇습니다. 가령 계엄법 위반의 경우에도, 그것이 계엄법 위반이지만 헌법적 의미가 있는 계엄법 위반일 경우에는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서 주장하도록 하겠습니다.″ </blockquote>
같은 날, 주심 재판관인 정형식 헌법재판관도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는 다르다′고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형사재판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엄밀하게 개별 증거의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다 따져야 합니다.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고 수십 수백 명의 증인을 불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color:#222″> [정형식/헌법재판관]
″탄핵사건이 여러 건 들어와 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이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사건입니다만,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죠. 무조건 앞 사건부터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하는 사건부터 하자고 해서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피고인 권리 보호하고는 약간 다릅니다. 헌법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게 제일 큰 목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탄핵이 만약 인용되면 파면에 그치는 것이지, 그 이상의 것은 없습니다. 그런 면이 있고, 그래서 어느 면에서는 형사소송처럼 엄밀하게 증거를 따지거나, 그런 개인적인 권리 보호를 형사소송만큼 보장해 주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진행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그런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처음부터 그랬지만 신속하게 이 탄핵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이 해야 될 걸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보장해 드리는 한도 내에서는 해드리고, 그 대신 협조를 해주셔야 합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시거나 이렇다고 하면 저희는 그거에 대한 제재를 하겠습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고요. 재판에서는 항상 그러니까요. 그렇게 하고, 신속하게 하지만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의 요구하는 사항들을 충분히 반영을 해서 심리를 진행할 겁니다. 그 점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blockquote>
지난 1월 3일, 2차 변론준비기일 당시 기록도 확인해 봤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color:#222″> [정형식/헌법재판관]
″지난 준비기일에 형법 위반 주장과 관련해서, ′헌법 위반′으로 재구성하시기로 하셨지요?″

[국회 측 대리인]
″네, 그렇습니다. 재판부께서 유형적 사실관계로서 정리를 해주신 것으로 이해를 했고, 그래서 그 사실관계로서, 그러니까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합니다. 그래서 자칫 이 헌법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헌법 위반 사실 관계로써 다루고 주장함으로써 헌법재판의 성격에 맞는 주장과 입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그게 재판부께서 저희에게 권유하신 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형식/헌법재판관]
″그러면 계엄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가 내란죄, 직권남용죄,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철회한다는 그런 취지신가요?″

[국회 측 대리인]
″사실상 철회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헌법 위반′의 관점에 한정해서 판단을 구한다, 이런 사실관계는 그대로 가져갑니다.

[정형식/헌법재판관]
″형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철회한다는 것이고… 예, 그렇게 정리하겠습니다.″ </blockquote>

12월 27일의 논의를 1월 2일 다시 정리하면서 ″철회″라는 단어가 쓰인 게 전부입니다. 그것도 ″주장을 철회한다″로 쓰였습니다. 사실관계는 철회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철회″라는 단어를 국민의힘이 강조하기 시작하더니 돌연 ″내란죄 삭제″, ″내란죄를 뺐다″고 과장하며, 급기야 마치 탄핵소추 의결서에서 ′내란죄′를 뺀 것처럼 둔갑한 겁니다.

자, 위의 얘기를 한 번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형법상 내란죄′ 혐의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판단해서 감옥에 보낼지 말지까지 결정하는 곳이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고, 그래서 앞으로 윤석열이란 사람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게 놔둘지, 아니면 대통령직에서 즉시 파면할지를 결정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국회 측 대리인단은 헌법과 계엄법, 형법을 모두 위반한 ′내란 행위′에 대해, 형사재판 대상인 ′형법 위반′ 판단을 제외하고, 더 핵심적인 ′헌법과 계엄법 위반′에 초점을 맞춰서 탄핵심판을 진행하자고 얘기한 겁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내용을 받아들였고요. 앞으로도 탄핵심판 과정에서,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주요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판단한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변경한 게 없고 쟁점에 대한 판단 기준만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문서를 새로 제출할 필요도 없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i><국회,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손질해 헌재에 제출(속보)></i></strong>

이건 최근 기사의 제목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1월 23일 당시 연합뉴스 기사 제목입니다.

<i>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 탄핵소추 수정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 그는 ″대통령의 행위가 뇌물죄냐, 강요죄냐 하는 부분은 법원의 형사재판에서 판단할 부분이지, 헌재가 가릴 문제는 아니다″며 ″대신 이들 행위에 대해 헌법상 자유민주주의, 국민주권주의, 시장경제질서 위반 등 조항을 적용해 헌재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i> (2017.1.23 ′연합뉴스′ 기사)

″대통령의 행위에 대한 ′형법상 판단′은 헌법재판소가 가릴 문제는 아니다.″

위의 논리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의 사유를 변경하고, 탄핵심판 절차를 이끌고, 최종적으로 ′파면′ 결과를 받아냈던 2017년의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손질′이 가능하고, 거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검사 출신 법조인입니다.

이 글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볼까요. 권 원내대표는 ″찐빵 없는 찐빵″이라는 궤변까지 만들어 냈지만, 헌법재판소 기록과 과거의 선례가 증명하듯, ″찐빵은 찐빵″입니다. 아마 권 원내대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