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손구민

[존 볼턴 인터뷰①] "트럼프, 김정은과 평양에서 몇 달 안에 만나려 할 것"

입력 | 2025-05-05 18:54   수정 | 2025-05-07 16:53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이 한창일 때, 단호한 표정과 하얀 콧수염으로 우리의 시선을 끈 인물이 있었죠.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입니다.

만약 7년 전 그 북미 협상 무렵에 존 볼턴의 조언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귀 기울여 들었다면,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볼턴의 말대로 했다면, 트럼프는 북한에 여러 발의 폭탄을 떨어뜨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볼턴은 트럼프에게 ″북한 핵실험장을 선제 타격하고, 특히 서울을 위협하는 DMZ 부근 북한 포병부대에 대규모 재래식 폭탄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제안했었습니다. (『그 방에서 일어난 일』, 존 볼턴, 2020년)

″그것이 서울을 가장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는 게 볼턴이지만, 많은 한국인들로선 북한과의 전면전 가능성에 생각만 해도 아찔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트럼프는 볼턴의 강경 대북 기조에 동의하지 않았고, 둘은 북한 말고도 이란과 러시아 등을 두고 충돌을 거듭했습니다. 결국 트럼프는 볼턴을 임명한 지 1년 반 만인 2019년 9월 경질했습니다.

백악관에서 쫓겨난 뒤 2020년 출간한 그의 책 <그 방에서 일어난 일>에서, 볼턴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을 ′멍청한 실수′(foolish mistake)라고 평가했습니다. 그 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2차 회담을 제안하는 편지를 보내오자, 트럼프에게 본인이 ″그런 쥐똥만 한 나라(rat-shit little country)는 당신을 또 만날 자격이 없다고″ 조언해줬다며 북한을 향한 적개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볼턴은 이제 대표적인 ′트럼프 저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그가 트럼프 1기 정부에 입성하기 전까지 보수성향 채널 폭스뉴스 고정 패널이었다면, 요새는 진보성향 채널 CNN 단골손님이 됐습니다. 트럼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참모출신이자 이제는 트럼프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자로서, 볼턴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해야할 한국의 새 정부에게 참고할 만한 시각을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선 북한에 대한 볼턴의 강경한 시각은 진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방위비·무역 협상, 또 북미 협상까지 준비하려면, 트럼프를 꿰뚫고 있는 볼턴의 분석은 모두가 들어볼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MBC는 지난달 볼턴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터뷰는 화상으로 약 30분 진행됐습니다. 볼턴은 ″트럼프가 몇 달 안에 다시 김정은을 만나길 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에 깊은 고민이 있어 그런 게 아니고, 단순히 또 언론 조명을 받으려 그러는 것뿐″이라고 혹평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언론 조명받고 싶어 김정은 만나려 할 것″</strong>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Q. 트럼프 대통령은 곧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거라고 했습니다. 지난 선거에서도 트럼프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요. 조만간 김정은을 만나는 것이 트럼프의 우선순위에 들어가 있다고 보십니까?</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트럼프의 우선순위에는 이미 많은 의제가 쌓여있습니다. 지금 그의 가장 우선순위는 관세 전쟁인데 그가 친구라고 여기는 나라들과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관세전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철학이나 국가안보 전략이 없습니다. 그는 국제 관계를 매우 개인적인 차원에서 바라봅니다. 외국 정상과 개인적인 관계가 좋다고 느끼면, 미국과 그 나라 간에도 좋은 관계라고 간주합니다. 이런 분석이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지만, 트럼프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분명합니다.

그의 행동 방식에도 이런 관점이 반영되죠. 트럼프는 자신과 푸틴이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에 진지하게 나서지 않아도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유대가 없습니다.
김정은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2018년에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고까지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푸틴, 시진핑, 김정은 모두 트럼프의 취임 초기에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외였습니다. 그들이 좀 더 적극 나섰으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트럼프,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김정은은 아니다″</strong>

김정은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트럼프와의 빠른 통화를 시도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그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는 입장일 것입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다시 대화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큰 뉴스’가 되기를 바라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싱가포르 회담이나 하노이 회담, 2019년 DMZ를 넘어 북측으로 들어갔을 때처럼 말이죠.

아마 다음 대형 뉴스는 트럼프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만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질적인 성과는 없겠지만, 트럼프는 언론의 조명을 원하니까요. 이런 일이 몇 달 안에 벌어져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겁니다.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Q. 몇 달 안에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시는 이유는 뭔가요?</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100일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인데, 루스벨트 이후로 첫 100일 동안 무엇을 해냈는지를 기준 삼아 대통령을 평가하곤 하죠. 아직 북한 문제는 진전이 없지만, 트럼프는 첫 100일 동안 너무 많은 일을 몰아서 하느라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뿐, 만남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는 5월에 중동으로 첫 해외 순방을 떠나는데, 일단 다시 여행을 시작하면 아시아 방문, 특히 베이징이든 평양이든 방문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겁니다.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Q.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이 다시 만나게 되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제 생각에 최선의 시나리오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만남이 단순한 사진 촬영 이벤트에 그치고, 핵 문제에 대해 아무런 합의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아무런 전략 고민도 없이 김정은을 만나려 할 것이니까요.

트럼프 1기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사실상 오바마 행정부의 노선을 따랐습니다. 전략적 인내라고는 부르지 않았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는 시도도, 협상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고, 특히 탄도미사일 분야에서는 이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정밀한 목표 타격 능력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그 기술을 러시아가 제공하고 있을 걸로 의심됩니다. 북한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한 대가로 말이죠. 러시아가 북한에 잠수함 발사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북한 소식 안 들린다고 위협 줄어든 거 아냐″</strong>

우리가 매일 북한 소식을 듣고 있지 않는다고 해서, 또는 북한의 수사가 잠시 자제되고 있다고 해서 위협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위협은 매일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그 사실을 외면해 온 것입니다.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Q. 볼턴 대사께선 싱가포르·하노이에서 북미가 비핵화에 관한 그 어떤 졸속 합의도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성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지난 싱가포르·하노이 회담은 실패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트럼프가 김정은을 다시 만날 때가 오면, 한국은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당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간 대화에 배제되었다고 느끼고 회담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이 푸틴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면서 자신들은 그 자리에 초대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그건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트럼프는 아직도 북한의 위협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단지 자기 홍보의 기회로 여깁니다. 그래서 평양 방문이든 어디에서 김정은을 만나든, 그런 이벤트가 그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사실 싱가포르와 하노이 회담을 일종의 성공으로 봅니다. 나쁜 합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물론 제 기준이 낮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나쁜 합의를 할 가능성도 있었고, 북한은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행동해왔습니다.

<i>(하노이 회담 전인 2018년 12월, 볼턴은 미 공영라디오 NPR에 출연해 북한의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를 언급한 적 있습니다.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는 기존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발언이었지만, 완전한 비핵화 없인 제재완화도 없다는 입장은 분명히 한 겁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제재 해제를 교환하자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제시했다고, 볼턴은 자신의 책에 적었습니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제안에 ″해제가 아닌 일부 완화는 어떠냐″며 일부 받아들일 뻔했는데, 볼턴은 책에서 ″이 순간이 단언컨대 회담에서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떠올렸습니다. 볼턴은 김정은이 이 역제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반면, 당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북한이 과감한 행동을 보이고 미국도 제재를 부분 해제해주면 돌파구가 만들어질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와 볼턴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립니다.)</i>

북한은 늘 제재 해제나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결국 제재는 해제되고 경제 지원은 받아낸 뒤에도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는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증거는 그 반대입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실전 배치 가능한 형태로 개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만약 그들이 정말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면 대화를 계속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그들은 협상을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죠. 저는 그게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미국이 북한을 막을 수 있다고 보지만, 지난 25년 이상을 허비해왔습니다. 김씨 정권을 충분히 강하게 압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방위비 압박에는 ′레몬으로 레모네이드 만들자′ 생각해야″</strong>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Q. 트럼프는 한국을 상대로 관세 부과와 동시에 방위비 인상, 그러니까 투트랙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관세 전쟁은 트럼프와 미국이 저지른 심각한 실수입니다. 여러 방식으로 미국에 피해를 줄 겁니다. 트럼프는 하루는 관세를 발표하고, 다음날엔 예외를 둡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또 다른 예외를 추가하죠. 이런 변덕스러운 상황에서 무역 전쟁에 말려들기보다는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게 나을 겁니다. 지금 한국 통상 당국은 그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이 일본 등과 관세 문제에 대해 함께 협력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에 대해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협상 시에는 트럼프가 주로 숫자만 보고 판단한다는 점을 고려해 더 큰 전략적 논의로 이끌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왜 미군 기지가 한국에 있는지, 그것이 북한 억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점점 더 커지는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말이죠.

말하자면, 신맛 나는 레몬을 받아들었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자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트럼프가 더 큰 그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점점 더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동맹을 약화시키기보다는 강화해야 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존 볼턴 인터뷰 ②> ″한국의 미래, 대만 미래와 깊이 연결″에서 후속 기사가 이어집니다.</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