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나연

퇴사자가 자료 반출‥대법 "통상 입수 가능 자료면 배임 아냐"

입력 | 2025-05-19 11:59   수정 | 2025-05-19 12:01
퇴사자가 회사 자료를 반출했더라도 통상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정보라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지 않아 배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습니다.

대법원 1부는 지난달 24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퇴사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는 필러 등을 제조하는 의료기기 연구개발업체 총괄팀장으로 근무하다 2019년 퇴직하고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연구개발·제조하는 업체를 차렸습니다.

전 직장에서 필러를 제작할 때 사용하던 원재료의 시험성적서와 동물이식 실험 결과보고서, 견적서를 빼낸 그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이를 바탕으로 동일 원료로 필러를 생산해 특허청에 제조 방법을 특허 출원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심과 2심은 해당 자료가 전 직장 제조 필러의 주된 원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고, 퇴사자가 고의로 자료를 반출한 사실도 인정된다면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자료를 영업상 주요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려면 그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에 해당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통상 입수할 수 없고, 보유자가 그 사용을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해야 한다″는 판례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전 직장 또한 원재료를 다른 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한 만큼, 시험성적서는 그 제조업체가 작성해 제공한 일종의 보증문서에 불과하고 그와 차이가 없는 분석증명서를 제조업체의 홈페이지에서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퇴사자가 반출한 동물이식 실험 보고서 또한, 구체적 제품명이 없을 뿐 아니라 실험 결과의 주된 내용이 이듬해 발표된 학위 논문에 담겨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견적 정보 역시 당시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통상 입수할 수 있는 정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자료들은 원재료에 관한 것으로 전 직장에 제작하는 필러와 관련이 없거나, 전 직장의 재료로 어느 특정 제품이 사용되는지 나타나 있지 않다″면서 ″각 자료를 종합해도 원재료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넘어 필러의 주된 원재료로 사용한다는 정보까지 도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원재료를 필러 제조에 사용하기 위해 여러 실험·검사나 가공공정 등을 거쳐야 해 전 직장이 시간·비용을 들였다고 해도 해당 자료는 이런 실험·검사 등에 관한 자료도, 구체적 제조 방법에 관한 자료도 아니″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