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세로

이춘재 "자백하면 경찰 곤란"…경찰 "진실이 중요"

입력 | 2019-12-30 06:16   수정 | 2019-12-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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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경찰 프로파일러와 대화하며 자백하던 과정이 공개됐습니다.

이춘재는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던 여덟 번째 사건을 언급하면서 ′경찰이 곤란하면 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진실이 중요하다″는 프로파일러의 설득에 자신이 벌인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김세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9월 26일 이춘재가 부산교도소에서 작성한 자필 메모입니다.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

하얀 종이에 살인사건의 숫자를 비롯해 자신이 벌였다는 범행 숫자를 적었습니다.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뒤 일주일이 지나, 6번째 대면조사가 이뤄지던 도중에 나온 자백이었습니다.

이춘재는 당시 경찰 프로파일러에게 윤 모 씨가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복역했던 여덟 번째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여덟 번째 사건도 자신이 한 걸로 밝혀지면 ′경찰이 곤란해지는 것 아니냐′, ′곤란하면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이춘재를 조사하던 공은경 프로파일러는 ″그런 건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이춘재는 자신이 벌인 사건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정오 무렵 시작된 조사는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런 당시 상황은 여덟 번째 살인사건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재심의견서′ 가운데 이춘재 사건 기록을 공개하면서 드러났습니다.

[박준영/재심 청구인 ′윤 모 씨′ 변호사]
″이춘재의 진술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에서 이춘재가 소극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을 막은 건 프로파일러였던 건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박 변호사는 또 최근 여덟 번째 살인사건에서 국과수 감정서를 놓고 검찰과 경찰이 마찰을 빚은 부분을 언급하며 당시 프로파일러가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었던 것처럼 두 기관이 원칙을 지킨다면 대립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