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는지 들여다 보려고 해도 국익을 해친다, 개인 정보다, 이런 이유로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죠.
MBC는 높다란 국회 담장을 허무는 <공개가 곧 감시> 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재산이나 발언 등 다양한 의원들의 정보를 온라인에 상시적으로 공개할 예정인데요.
먼저 의원들이 국회를 떠나면서 어떤 자료를 남기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총리의 주민 등록번호와 무기 구매 계획 같은 민감한 정보들을 그냥 내다 버리고 있었습니다.
먼저 김세로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국회 청소노동자가 의원실 앞에 쌓인 서류 더미를 손수레에 옮겨 싣습니다.
의원회관 맨 꼭대기 10층부터 가장 아래 3층까지 방을 비우는 의원실마다 서류 뭉치가 한가득입니다.
[국회의원회관 청소노동자]
("이렇게 하루에 몇 번을 나르세요?")
"한 15번? 어휴 엄청 힘들죠, 감당 못 할 정도로 (나오니까…)"
서류 뭉치가 모이는 지하4층 주차장입니다.
매일 버려지는 각종 문서가 이렇게 사람 키만큼 높이 쌓였습니다.
이런 국정감사 자료집을 비롯해 예산 심사자료, 그리고 '대외비'라고 적힌 문서들도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취재팀은 이달 초 엿새 동안 어떤 자료들이 버려지는지 지켜봤습니다.
방위사업청의 한 대령이 의원실에 제공한 비공개 문건입니다.
구매 예정인 최첨단 전략 무기의 사업기간, 사업비, 협상 대상 국가가 나옵니다.
주52시간 시행을 앞두고 국회와 정부가 어떻게 의견을 나눴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대외주의> 자료도 있습니다.
철거민 등 6명의 생명을 앗아간 2009년 용산참사 수사기록과 사망자 부검감정서도 버려졌습니다.
[A 의원 보좌진]
"극소수의 정말 중요한 자료들 같은 경우에는 그냥 하드카피(복사물)로 받기도 하거든요. 그런 자료들 같은 경우에는 (버려서) 보관이 안 돼 있는 경우가 많고…"
개인 정보가 담긴 문건도 많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보면 정 총리의 아파트 동·호수 등 집주소와 금융기관 계좌번호, 500926으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그대로 나옵니다.
[국무총리 공보실 직원]
("500926-XXXX 이게 맞나요?")
"저도 사실 주민번호 한 번도 못봤습니다. 그런 개인정보는 제가 접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가지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차량번호도 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아내와 아들, 딸 등 온가족 여권 사본이 아무렇게나 버려졌습니다.
[B 의원 보좌진]
"처음에는 가지고 있었는데, 임기가 다 끝나버렸잖아요.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는거지…"
[C 의원 보좌진]
"5월 초는 거의 그냥 짐 싸는 분위기? 기록물 남기고 그럴 정신이 없어요…"
보좌진이 개인적으로 챙겨도 그만입니다.
[A 의원 보좌진]
"제 캐비닛, 개인 캐비닛에다 넣고 있거든요. 나중에도 이거는 참고를 해야겠다는 자료는 그렇게 하는데…"
[C 의원 보좌진]
"USB에 담아서 달랑 가버리면, 자기 가져갈 자료만 담아서 가면 끝나는데…"
불출마나 낙선으로 국회를 떠나게 된 의원은 모두 168명.
하루 평균 2톤이었던 폐지 등 재활용품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4톤으로 갑절로 늘었습니다.
국회사무처 측은 폐지는 재활용업체가 모두 파쇄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외부로 유출될 일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영상취재: 박종현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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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세로
[공개가 곧 감시] 내다버린 '총리 개인정보·국방문서'…국회서 무슨 일이?
[공개가 곧 감시] 내다버린 '총리 개인정보·국방문서'…국회서 무슨 일이?
입력
2020-05-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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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5-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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