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전국에는 산업 단지가 1천 2백 곳 넘게 있습니다.
산업 활동의 결과물로 생산품도 있지만 폐기물도 나옵니다.
그런데 요즘 폐기물이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산업 단지가 늘고 있습니다.
매립지가 부족한 탓인데 새로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산업 활동의 그림자, 폐기물 문제를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이재민 기자가 현장부터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부산 강서구에 있는 산업 폐기물 매립장입니다.
축구장 30개 크기로 큰 규모지만,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뒤 악취가 퍼지면서 주민 수천 명이 고통을 호소해 다음 달까지 영업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최준석/부산 신호동 환경대책위원장]
"나이 드신 분들은 병원에 가 있고. 그러니까 이 자체가 냄새를 맡으면 구토가 나고 머리가 아프고.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집에 들어오면은 냄새가 안 빠져 나갑니다."
이 곳에서는 광석 찌꺼기와 공사장 자재 쓰레기, 하수 침전물 같은 산업 폐기물을 하루에 350톤 매립하고 있었습니다.
부산에 하나밖에 없는 매립장이 문을 닫자 주변 산업 단지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녹산 산업 단지입니다.
마당에 염색 폐수를 처리하고 남은 폐기물인 '슬러지'가 포대 째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일부 폐기물은 다른 지역 매립지로 보내고 있는데, 톤당 비용이 16만원에서 20만원까지 늘었습니다.
[이경식/부산 녹산패션칼라협동조합 이사장]
"매립장이 영업 정지를 한 달간 먹는 바람에 지금 버릴 데가 없어 가지고…비싼 운임을 들여 가지고 포항이라든지 경주에다가 지금 버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산 지역 산업단지는 현재 23곳.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는 업체는 경북이나 전남, 충남까지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감은근/폐기물 처리 업체 대표]
"재활용이 되는 것도 있지만 재활용이 안 되는 부분을 매립을 가야 되지 않습니까. 석면을 처리할 때 인근에 없어서, 고형화를 하기 위해서 충남까지 올라갔습니다."
다시 운영을 시작하면 급한 불은 끄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부산 전체에서 폐기물 매립지가 여기 한 곳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2025년에는 운영을 종료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산업 단지 19곳이 추가로 들어서면, 폐기물이 늘어나 종료 시점보다 2년 앞선 2023년 이미 포화상태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매립장을 새로 만들면 되지만, 쉽지 않습니다.
추가로 들어서는 산업 단지 19곳 가운데 현행법상 의무적으로 매립지를 만들어야 하는 곳은 4군데.
그러나, 부산과학산단 매립장은 공사를 절반 정도 진행하다 주민 반발로 중단했고, 3곳은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부산시청 관계자]
"싫어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아서 그게 문제죠. 주민들이 싫어하는 시설을 먼저 조성하고 산업 단지를 만드는 게 안 맞나…"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강원 영월군의 한반도면.
황조롱이와 수달 등 멸종 위기종이 살며 람사르 습지로도 지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2.5킬로미터 떨어진 시멘트 폐광산에 560만 톤 규모 산업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설 계획인데,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업체측은 "첨단 공법을 도입해 환경오염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희문/강원 영월군 주민]
"석회암 지역은 틈이 많고 또 동공이 많습니다. 차수막 설치를 잘한다고 할지라도 침수가 발생해서…"
"매립장 증설을 즉각 철회하라!"
경북 포항에서는 산업 폐기물 매립장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이 나오자 주민들이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고, 전국에서 가장 큰 매립장을 짓기로 한 충남 당진에서는 시민단체가 공익 감사를 청구하기로 하는 등 곳곳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영상취재:이향진, 윤병순/영상편집: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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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재민
"악취에 밥도 못 먹어"…폐기물 매립장 곳곳 충돌
"악취에 밥도 못 먹어"…폐기물 매립장 곳곳 충돌
입력
2020-09-28 20:51
|
수정 2020-09-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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