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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제자리인 '택배비'…죽음 부르는 '저가경쟁'

20년째 제자리인 '택배비'…죽음 부르는 '저가경쟁'
입력 2020-10-21 20:11 | 수정 2020-10-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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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택배비 2500원.

    우리가 보통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하는 돈인데, 지난 20년동안 이 택배비가 단 한푼도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해마다 물가도, 또 임금도 오르고 있지만, 택배 기사들만큼은 같은 돈을 벌기 위해서 점점 더 많은 택배를 날라야 한다는 얘긴데요.

    생활 전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택배기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열악한 가격구조, 김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여주 일대에서 7년째 택배를 하고 있는 정의수씨.

    오늘 배달할 물량은 3백여개.

    정씨의 트럭 안을 살펴봤습니다.

    다양한 크기와 무게의 상자들이 빼곡합니다.

    이 상자들의 택배 가격이 얼마인지 바코드를 찍어봤습니다.

    20kg 가까운 상자는 1600원.

    그런데 가벼운 소형 상자는 2200원으로 나옵니다.

    스무배나 크고 무거운 택배를 나르고도 더 적은 돈을 받는, 불합리한 가격 구조인 겁니다.

    [정의수/택배기사]
    "지금 2천200원이고 이게 1천600원짜리잖아요. 이 부피에 이게 몇 개가 들어가겠어요? 이런 것들만 많아지면 내 수입은 점차 늘지가 않는 거죠, 줄어드는 거죠."

    일반고객이 택배를 보낼 때는 무게에 따라 돈을 더 내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착됐지만, 물량이 많은 온라인 유통사들은 택배회사와 계약할 때 '건당 얼마'로 계약할 뿐 아니라, 그마저도 대폭 깎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의류 쇼핑몰에서 보낸 택배의 가격을 찍어봤습니다.

    1650원.

    고객이 옷을 살 때 결제한 택배비 2천5백원이 아닌, 1650원만 택배회사로 들어왔다는 의미입니다.

    이른바 백마진으로 의심되는 사례인데, 백마진이란, 쇼핑몰들이 고객에게서 받은 택배비 일부를 챙기는 행태로, 보통 500원에서 700원씩 떼는 게 관행처럼 돼있습니다.

    택배사들끼리 과도한 수주 경쟁을 벌이다보니, 리베이트가 일상화된 겁니다.

    원래 택배비 2500원에서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돈은 7-8백원 정도. 여기서 기름값과 보험비 등을 빼면 4-5백원 정도가 남는 건데, 이런 식으로 제값을 못 받는 물량이 많다보니 이마저도 남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데 맞춰 택배비도 오른다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택배비는 물가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건당 3천2백원 정도였던 평균 택배비는 2018년엔 2천 2백원대로 떨어졌습니다.

    통계청 서비스 물가지수를 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세차료는 2.4배, 이삿짐 운송료는 1.7배 올랐지만, 택배이용료는 유일하게 내렸습니다.

    반면, 기사들이 날라야 할 택배 주문량은 2013년 15억개에서 2018년 25억개로 폭증하는 추세입니다.

    물건은 쏟아지는데, 건당 들어오는 돈은 줄다보니, 기사들은 같은 액수를 벌기 위해 점점 더 많은 택배를 나를 수밖에 없습니다.

    택배회사들도 택배비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업계 1위인 CJ 대한통운이 27년 만에 처음 택배비를 10% 올렸다가, 쇼핑몰들의 계약 취소 등에 부딪혀 5개월 만에 없던 일로 해야 했습니다.

    [유성욱/택배기사]
    "(쇼핑몰들이 다른 택배사에) "운임을 인하해줄 수 없느냐" 이렇게 (제안)해서 갈아타고… 이런 것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택배요금이 실질적으로 인상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저가 경쟁 구도 속에 하루 13,4시간씩 일하다 쓰러지는 택배기사들.

    그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외면해왔던 택배 서비스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택배비 현실화에 대해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 : 남태현 / 영상편집 :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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