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두 달 전 공사가 시작된 호남선 고속철도 2단계 구간입니다.
그런데 철도 노선이 좀 희안합니다.
이렇게 s자로 휘어져 있습니다.
당연히 곧바로 가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겠죠.
공사에 2조 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운행 시간이 겨우 2분 빨라진다고 합니다.
고속철 역사들은 더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자리한 경우가 많은데요.
누가 고속철도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걸까요.
이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용산발 목포행 KTX 열차.
광주 송정역을 지나면 시속 100km대로 속도가 떨어집니다.
광주에서 목포까지는 아직 일반 철도입니다.
이곳을 고속화하는 공사가 두 달 전 시작됐습니다.
77킬로미터 구간 공사에 2조 3천억 원이 듭니다.
시간이 얼마나 단축될까?
현재 광주-목포 구간 운행시간은 35분.
그런데 고속철이 완공돼도 33분이 걸립니다.
겨우 2분 줄이자고 2조 원 넘게 쓰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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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건 무안공항 때문입니다.
무안국제공항은 2007년 완공된 이후, 이용객이 없어 애물단지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역에서는 KTX 역을 만들어달라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결국 2017년 정치권은 기존 노선을 변경해, 무안공항역 신설에 합의했습니다.
그 결과 KTX 노선이 무안공항을 경유해 S자 모양으로 휘게 됐습니다.
[허재철 / 전남도청 철도팀장]
"철도를 놔주면 바로 접근할 수 있으니까 이용률이 반드시 늘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책 연구기관 KDI의 예측은 다릅니다.
무안공항이 활성화돼 이용객이 하루 평균 6천 명을 넘더라도, 그 중에 KTX 이용객은 하루 250명, 4%도 안 된다고 예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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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노선이 정치권에 휘둘린 건 처음이 아닙니다.
KTX 공주역.
명색이 KTX 역인데, 주변은 논과 밭입니다.
이름만 공주역이지 공주 시내에서 16km, 차로 30분이나 걸립니다.
이러니 이용객이 하루 440명에 불과합니다.
공주역은 원래 계획에 없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오송에서 곧바로 호남선으로 연결하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충청 지역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KTX를 요구하자,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 역을 만들었습니다.
[지자체 담당자]
"공주로 치우칠 수도 없고, 논산으로 치우칠 수도 없고. 4개 시·군의 수요, 지역 정치권이나 이런 데서도 굉장한 요구를 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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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입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예비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주 도심 통과 고속선 신설'
'목포-충청-강릉을 잇는 강호축 건설'
'GTX 조기 착공'
[신영철/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그런 개발 공약들이 표하고 직결된다고 보여지니까 자유롭기 어렵겠죠. 여당, 야당 없이 다 똑같이 얘기해요."
물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성만 따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원칙은 필요합니다.
[박흥수 /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항상 눈앞에 보이는 선거라든지 또는 정치적 이권 이런 것만 잣대로 한 번 노선이 결정되면 100년, 200년 가는 거거든요."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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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문현
2조 3천억 원 짜리 고속 철도…줄어든 시간은 고작 '2분'
2조 3천억 원 짜리 고속 철도…줄어든 시간은 고작 '2분'
입력
2021-08-16 20:19
|
수정 2021-08-2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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