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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혁
[노동N이슈] 황건적 보호법? 누구를 위한 '노란봉투법'인가
입력 | 2022-10-01 20:21 수정 | 2022-10-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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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하청 노동자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지난달 국회에 발의됐는데요.
한 정치인은 이 법안을 놓고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파업을 조장하는 건 어느 쪽인지, 또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떤 사람들이 보호를 받게 되는지 차주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월 10일, CJ대한통운 본사.
택배노동자들이 건물로 진입해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2020년 택배노동자 17명이 과로사하자, 택배사들은 별도의 분류인력을 투입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맺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노조와 대화조차 거부했습니다.
″택배노동자 목숨 값이다. 대화에 나서라.″
(나서라. 나서라.)
그리고 21일 농성 끝에 돌아온 건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직접적인 계약 관계도 없는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업체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장재혁/CJ대한통운 손배소 당사자]
″오로지 CJ에서만 근무를 하는 거고, CJ에서 받는 수수료를 갖고 생활을 하는 사람인데, CJ가 사용자가 아니면 누가 사용자냐 이거죠.″
철골구조물 안에 스스로를 가둔 31일 간의 농성.
불황 탓에 깎였던 만큼, 임금 좀 올려달라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과는 교섭할 의무가 없다는 게, 대우조선해양의 일관된 답변이었습니다.
[유최안/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대한민국 모든 비정규직 하청노동자가 똑같은 입장에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CJ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시작과 동시에 불법 딱지가 붙고, 끝난 뒤에는 손배소가 따라옵니다.
[윤애림/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나는 사용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나한테 압박을 가하는 것은 다 너희 업무방해야′라고 하면서 불법으로 낙인찍기 때문에 불법 파업이 되는 거죠.″
현행 노조법상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는 하청업체 경영진으로만 해석될 때가 많습니다.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보니 교섭을 하고, 파업을 해봐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그래서 노조법을 개정해, ′진짜 사장′인 원청업체도 사용자에 포함하자는 게 ′노란봉투법′의 내용입니다.
[이용우/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불법 조장법이 아닙니다. 정상화시키자는 겁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제대로 좀 보호하자.″
대화할 권리조차 없어, 불법파업으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
이들을 포함해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손해배상 액수는 지금까지 3천5백억원이 넘습니다. //
[김득중/쌍용자동차 손배소 당사자]
″왜 저 작은 철장 안에 자신의 몸을 가두고 저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느냐고 하는 그 이유, 그 본질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
MBC 뉴스 차주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