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세영

블랙박스에 남지 않은 '마지막 4분'‥"보조 배터리도 없었다"

입력 | 2025-01-11 20:19   수정 | 2025-01-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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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제주 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소식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밝혀줄 핵심 증거는 ′블랙박스′인데요.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고기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기까지 마지막 4분간의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블랙박스에는 비상시에 필요한 보조배터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세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정상적으로 착륙을 준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메이데이′를 외친 건 오전 8시 59분.

그리고 4분 뒤,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습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 4분간의 기록이 블랙박스에전혀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블랙박스는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 두 가지로 이뤄집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상태가 온전한 음성기록장치를 자체 분석해 지난 4일, 4분간의 기록이 없다는 걸 이미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파손된 비행기록장치뿐 아니라 음성기록장치까지 미국 교통안전위원회로 함께 보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습니다.

두 기록장치에서 모두 최후의 4분간의 기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종실에서 인위적으로 블랙박스를 정지시킬 수는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최인찬/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
″(′서킷 브레이커′는) 조종사가 비행 중에, 운항 중에 함부로 뽑으면 안 되게끔 되어 있어요. 법적 처벌을 받게끔 되어 있어요.″

결국 전문가들은 엔진 2기가 모두 작동을 멈추면서 전력 공급이 끊겨 블랙박스가 꺼졌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에 대비해 항공기 블랙박스에는 비상용 보조배터리 설치가 지난 2018년부터 의무화됐는데, 사고기는 그 이전에 제작돼 예외였습니다.

실제 국토부 관계자는, MBC 취재진에게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에는 보조배터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정윤식/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두 개가 다 안 됐다는 것은 무슨 전기 시스템에 의해서 실제 데이터를 보내 음성 데이터든, 비행 기록 데이터든 이런 것들을 거기(블랙박스)로 보내야 되는데 못 보냈다는 거예요.″

사고조사위는 블랙박스의 이상 ″원인을 알 수 없다″면서도 관제 기록이나 공항 CCTV 같은 자료로 원인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핵심 증거 기록이 누락된 만큼, 앞으로 원인 규명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세영입니다.

영상편집: 민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