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욱

비화폰 '원격 삭제' 정황‥윤석열·홍장원·김봉식 3대 '증거 인멸'

입력 | 2025-05-26 19:51   수정 | 2025-05-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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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경호처의 비화폰 기록 가운데, 세 사람의 것이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체포지시를 받았다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또 계엄의 이유로 개인적인 가정사를 들었다는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록입니다.

왜 하필 이들의 기록만 삭제한 건가 싶은데, 삭제 시점도 공교롭습니다.

이재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6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자신의 비화폰 통화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12월 3일 오후 10시 53분, 수신 대통령님′.

홍 전 차장은 이때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홍장원/전 국가정보원 1차장 (지난 1월 22일)]
″조금 강한 어투라서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습니다만 하여튼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같은날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기록이 삭제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원격으로 비화폰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며 ″일반 휴대전화와 비교하면 ′초기화′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화폰 서버는 대통령경호처가 관리하는데, ′원격 삭제′를 누가 지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원격 삭제′가 실행된 12월 6일은 홍 전 차장이 ′체포 지시′를 공개한 뒤, 윤 전 대통령이 홍 전 차장을 ′경질′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던 때였습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삭제된 비화폰 정보가 복구 가능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증거 인멸 혐의와 관련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쓰던 비화폰 사용자 정보도 함께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봉식 전 서울청장은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의 이유로 ′개인적인 가정사′를 언급했다″고 말해 왔습니다.

[김봉식/전 서울경찰청장 (지난 2월 13일)]
″특검이라든지 이런 부분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들입니다. 대통령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저는 그 당시 느낌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수사를 앞두고 내란 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증거를 지우려 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경찰은 비화폰 3대의 정보가 지워진 다음날, 김성훈 전 차장이 경호처에 비화폰 전체 데이터 삭제를 지시한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문건엔 ″관리자 서버에서 원격 로그아웃 시 단말기 내 통화 기록이 삭제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경찰은 해당 문건과 ′원격 삭제′가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삭제 지시를 누가 내렸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편집: 민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