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공식석상에 선 대법원장의 말에는, 내란사태 이후 사법부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들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물론 유감 표명조차 없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며 오늘 신임 법관 임명식과 지난해 임명식에서 거론했던, ′국민으로부터의 공감′ ′국민의 신뢰′ ′사법권은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위임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소리를 항상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아닐까요?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열린 오늘 신임 법관 임명식.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 독립′을 강조했습니다.
[조희대/대법원장]
″헌법은 재판의 독립을 천명하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직 독립된 재판을 통해서만 사법부에 주어진 헌법적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고…″
지난해 임명식에서는 법 조항을 인용한 부분을 빼면 독립을 언급한 건 한 차례뿐이었는데 올해는 재판 독립을 다섯 차례 언급했습니다.
룸살롱 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귀연 재판장에 대한 윤리감사 결과 발표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적인 생활에 대한 주의도 길어졌습니다.
재판 독립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법관의 절제된 처신과 언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희대/대법원장]
″공적인 영역은 물론 사적인 부분에서도 신독의 정신을 되새기며, 언제 어디서나 항상 자신을 삼가고 절제하는 자세를…″
한편, 여권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조금 전 시작됐습니다.
토론을 주관하는 재판제도분과위원회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상고심 개선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는 상황과 관련해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재판을 해왔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파기환송이나 구속취소 같은 결정이 사법부의 신뢰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사법부와 여권의 대립 같은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한 평판사는 한덕수 회동설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귀연 재판장을 억지로 직무배제하는 게 오히려 사법 독립에 대한 개입이 될 수 있다고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