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덕영

살인적인 베를린 주거비‥시민들 "민간 주택 공공 소유로 바꾸자"

입력 | 2025-11-16 18:32   수정 | 2025-11-1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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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죠.

독일에서도 10년 사이 월세가 두 배 넘게 오르자 주민들이 집을 아예 ′공공 자산′으로 바꾸자며 시위까지 나섰다고 합니다.

시장 논리를 넘어선 이 발상, 실현 가능할까요?

베를린에서 이덕영 특파원입니다.

◀ 리포트 ▶

독일 베를린의 한 연립주택 앞에 수십 명이 이 집의 세입자가 되기 위해 모여듭니다.

집안을 자세히 살펴보지만, 세입자로 선정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입니다.

집주인의 1차 선택을 받아도 2차 설문, 3차 면접까지 통과해야 최종 월세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네카 캄펜]
″집주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저와 남자친구가 함께 버는 소득 금액이에요.″

지어진 지 100년도 넘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6층 집에 3백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없어서 문제입니다.

[미하엘 토멜]
″4개월 동안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160곳이나 162곳 정도 될 것 같은데요?″

넘치는 수요에 부족한 주택 공급.

최근 10년 새 베를린의 월세는 두 배가량 치솟았습니다.

[미하엘 토멜]
″중산층이 (베를린에서) 아파트를 구하는 건 매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대형 부동산회사들이 임대료를 끌어올리고 있단 지적이 나오면서 이들이 보유한 주택을 공공 소유로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베를린 전체 주택의 20%를 보유한 걸로 추정되는 이들이 투기 목적으로 월세 올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견디다 못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집은 ′상품′이 아닌 ′인간의 권리′라며, 부동산 회사들이 보유한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리자/주택 공공 전환 운동 대변인]
″베를린 임대 주택의 상당 부분은 수익과 성장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는 거대 영리 기업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용 가능한 주택이 부족해지고 임대료가 급등했습니다.″

지난 2021년, 이를 위한 베를린 주민투표가 실제로 실시됐습니다.

주택을 공공이 사들여 소유하자는데 60% 가까운 주민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베를린 주의회는 투표 결과에 따라 주택 공공 소유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논의 중입니다.

부동산 회사들은 임대료 급등은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며 반발합니다.

이에 정치권도 미온적이어서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주민들은 후속 조치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몸을 뉠 집은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이라는 베를린 시민들의 요구는, 우리에게도 생각할 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류상희(베를린) / 영상편집: 이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