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뉴스데스크
엠빅뉴스
14F
정치
사회
국제
경제
문화
스포츠
뉴스투데이
현인아
[기후환경 리포트] 아열대 팽창해 짙어진 비그늘, 30만 도시 덮친 가뭄 공포
입력 | 2025-09-22 07:38 수정 | 2025-09-22 10:28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가뭄이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5일 강릉시 오봉저수지의 모습입니다.
푸른 물이 넘실대야 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예년 이맘때 저수율은 70% 안팎, 그러나 이달 중순 저수율은 역대 최저치인 11.5%까지 떨어졌습니다.
군용 헬기 두 대가 인근에서 싣고 온 물을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저수지로 쏟아냅니다.
뒤이어 산불 진화용 산림청 헬기 세 대가 나타나 거대한 물줄기를 토해냅니다.
각지에서 몰려온 급수차들이 뿜어낸 물이 저수지로 떨어집니다.
저수지 바닥에 떨어진 물이 작은 시내를 이뤄 취수탑 쪽으로 흘러갑니다.
수위를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가뭄 상황이 얼마나 긴박한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올여름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오봉저수지의 수위는 90%를 넘었습니다.
[김인열/한국농어촌공사 오봉지소장]
″4월에 영농 시작하기 전에 93%에서 시작했어요.″
가득 찼던 물이 몇 달 만에 11%까지 떨어지는 상황은 전문가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박상덕 / 강릉원주대 토목공학과 교수]
″정말 예상 밖이었고요. 가물어도 식수에 사용할 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거든요. 한 번도 없어요.″
올여름 강릉에는 187mm의 비가 내렸는데 폭염으로 증발한 물은 578mm나 됐습니다.
수입보다 지출이 3배나 더 많으니 가득 찼던 저수지도 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인은 예년보다 강력하게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입니다.
예년과 올여름 북태평양 고기압 규모를 비교해 보면 올해가 월등히 더 큽니다.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동풍보다 서풍이 압도적으로 많이 불었습니다.
많은 비를 머금은 비구름이 태백산맥을 넘을 때 서쪽에 비를 다 뿌려 동쪽에는 뜨겁고 건조한 바람만 부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비의 그늘 효과라고 말합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산맥의 동쪽은 완전히 건조해지는 그래서 강수의 그늘에 해당되니까 강수의 그늘 효과라고 합니다. 태풍이 오지 않은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강화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2주째 주말마다 강릉에는 기다리던 비가 내려 가뭄의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올여름 영동 지방 가뭄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건 속초의 대응입니다.
이것은 지난 2021년 속초에 지하댐을 건설하는 장면입니다.
지하댐은 하천 지하에 차수 벽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지하수의 수위를 높여 물을 얻는 방법입니다.
원통형 구조물이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집수정으로, 여기서 모은 물을 정수장으로 보냅니다.
사실 속초는 1995년 이후 8번의 제한 급수를 겪는 등 물 때문에 오랜 기간 고통받아 왔습니다.
속초는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2개의 지하댐을 건설하고 20개의 암반 관정을 뚫었습니다.
오래된 상수관을 보수해 줄줄 새는 물을 막고, 물이 부족한 정수장으로 물을 보낼 수 있는 도수관도 만들었습니다.
도수관을 마지막으로 이런 대책이 올여름 이전에 마무리돼 가뭄의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최흥수/속초시 맑은물관리센터 소장]
″(처음에는 새 도수관이 효자 될 줄 몰랐다면서요?) 전혀 몰랐습니다. 언젠가 쓰겠지 하고 예비를 했는데 딱 바로 올해 쓰게 된 거죠.″
이곳은 속초의 정수장 중 하나에 물을 공급하는 취수원인데, 가뭄으로 땅 위로 흐르는 물은 다 말랐습니다.
도수관을 통해 인근 정수장에서 하루 3천5백 톤의 물을 끌어와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런 대책에도 속초에는 강릉보다 비가 조금 더 와서 운이 좋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최흥수 소장]
″속초도 강릉처럼 비가 그렇게 안 왔으면 우리도 비슷했을 거예요. 아마.″
전문가들은 시군단위 대응을 넘어서는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상덕 교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지역하고 물이 필요한 지역하고 불일치가 있잖아요. 그런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방법이 유역 통합 물 관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올여름 강릉이 겪은 재난은 전국 어디서든 반복되고 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예상욱 교수]
″기후 적응을 좀 더 서둘러야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가뭄은 천재지변이지만 가뭄의 충격이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질지는 인간의 대응에 달렸습니다.
기후 환경 리포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