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아파트를 다시 찾아갔지만,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차량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일말의 기대를 갖고 일단 집 주변부터
행방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파트 바로 건너편 골프장에서
그의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
(한국 부부가 한 부부가 치고는 있어. 연습장처럼)
(근데 거기(연습장)는 없더라고. 그러니까 이미 지금 라운딩을 (돌고 있는 거 같아))
4시간이 지나 마지막 18번 홀에
모습을 드러낸 이인규 전 중수부장.
마지막 퍼팅을 성공시킨 그는
함께 공을 친 미국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라운딩을 마무리했습니다.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골프 카트를 정리를 하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습니다.
(저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배주환 기자라고 하는데 잠깐만 얘기 좀 나눌 수 없을까요. 변호사님)
이인규 씨는 갑자기 한국 취재진과
맞닥뜨리게 되자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디 여기까지 오셨어요? 근데 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이른바 ′논두렁 시계′ 언론플레이에 대한
입장부터 물어봤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관련해서, 보도 관련해서 작년에 한 번 입장문 내셨었잖아요.) “그게 다죠 뭐.”
이인규 씨는 과거 입장문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국정원이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이고,
당시 대검 중수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국정원 개혁위나 해당 언론사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식으로 결과가 나와서 변호사님께서 혹시 근거 같은 거를 갖고 계시는 건지...)
“제가 그 말한 거기 언론에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그러면 그때 그 당시에 정황이나 보도 시점 관련해서 그렇게 판단하고 계신 거예요?)
“네네”
국정원이 배후라고 지목한 근거는 뭘까.
먼저 수사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을 찾아왔던 사실을 들었습니다.
시계 수수 의혹을 언론에 흘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주자는 제안을 국정원이 먼저 했다는 거듭된 주장.
이 씨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자신을 찾아왔던 국정원 직원의 실명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그분 성함은 기억을 못 하세요. 혹시? 그 IO(정보관)?)
“IO(정보관) 기억하죠. 권ㅇㅇ”
이어지는 설명.
“저는 제 방에 국정원 직원 들어오는 걸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내가 부속실한테 들여보내지 말라고 그런다고요. 이상하잖아요. 그 국정원이 왜 검찰청에 드나들어요. 이건 아닌데 권ㅇㅇ(국정원 직원)이란 사람도 저는 그날 처음 본 것 같아요. 국정원 IO(정보관)라는데 어쨌든 두 사람이 왔더라고요. 국정원 명함을 내밀더라고요. 그래서 야단을 쳐서 돌려보내고 바로 총장께 보고하고.”
(초면에 그런 제안을 한 건가요?)
“네”
국정원의 제안을 거절한 다음날
KBS에 명품시계 보도가 나갔으니 국정원이
직접 언론에 흘렸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단순한 심증이 아니라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앞에도 국정원이 와서 그러고 그 KBS 기사는 국정원이 하니까 그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요.”
그렇다면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는
오보를 한 SBS 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일까.
이인규 씨는 취재기자가
대검 중수부 관계자에게 정보를 들었다는 SBS의 자체 조사는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라는 게 뭐 이렇게 들어보니까 일반 직원한테 들었다는 거예요. 검사가 아니라...일반 직원한테 들어서 우리한테 확인도 없이 써요? 제가 생각할 때는 못 믿겠다는 거죠. 저는”
논두렁이라는 표현도
금시초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애초에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 당시에는
논두렁이라는 얘기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난 모르는 일이고 부인이 받고 그거 어떻게 했냐고 그랬더니, 내다 버렸다. 내가 내가 물어봤더니 내다 버렸다 하더라 그게 다예요.”
논두렁이라는 단어 자체도 검찰에서 나온
단어가 아닌 게 확실하다는 게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그걸 갖다가 우리가 일부러 막 그렇게 정치인을 위해서 논두렁으로 만들어요. 갑자기? 검찰이 그렇게 머리가 좋습니까? 밖을 논두렁으로? 제가 볼 때는 검찰이 흘렸다면 밖에 내다 버렸다고 그 정도로 얘기 하겠죠. 논두렁이라니. 거기 논두렁 있는지도 모르고 근데 논두렁이라는 표현을 해서 이게 이상하다 그러니까 저는 그렇게 (국정원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여러 가지 정황상”
이인규 씨가 ′논두렁 시계 언론플레이′에 대한 국정원 개혁위의 조사에 응했는지를 놓고서는 이 씨와 국정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정원 개혁위 조사 내용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지난 7월 10일 조사관과 전화 통화 시 ′논두렁′ 보도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면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였음.″
“그건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죠.”
(그게 약간 과장이 됐군요. 왜곡되고)
“그래요. 나는 국정원에다가 얘기해주고, 해주고 나 이렇게 해서 나왔잖아요.”
2년 전, 국정원 개혁위의 진상 조사가
시작된 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나자
잠적설이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이 씨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2년이 넘는
미국 장기 체류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민 오신 게 아니신 거예요?)
“이민이요? 아니에요. 이민 오고 싶네요. 요새 같으면 하도 시끄러워서 근데 돌아갑니다.”
(그럼 아예 한국으로 가서 쭉 계실...)
“네, 계속 있는데 또 이제 또 올지 모르죠. 미국에. 근데 아예 지금은 들어갑니다. 또요”
(그럼 여기 공부하러 오시거나 이런 것도 아니신가요?)
“공부도 하고 겸사겸사 왔죠.”
이인규 씨는
도피성 출국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해라는 게 그럼 제가 피했으면 설에 제사 지내러 들어가겠어요?”
(설에도 왔다 가신지 몰랐는데)
“설에도 왔다 갔어요.”
(가족 분들 이렇게 만나시고?)
“만나고, 그것도 2주일? 열흘, 12일 있었는데”
미국 교민들은 행방이 묘연했던 이 씨에 대해 자체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법적으로 한국을 오가는 데는 전혀 제약이 없는 듯했습니다.
오히려 미국에 온 뒤 한국 국가기관에서는
단 한 번도 연락받은 적이 없다며
당당해했습니다.
“진짜 웃기는 게 아니 국정원에서 오든, 검찰에서 오든 아무도 오라는 사람도 없고 그리고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노무현 시계 조사한다고 그러더니 발표하는데 자료도 없더라고요.”
이 씨는 곧 귀국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럼 일각에서 피하시려고 미국 오신 거 아니냐. 뭐 이런)
“아닙니다. 돌아갑니다. 이제”
(곧 돌아가세요? 귀국하실 예정이세요?)
“네네. 한국에서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