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직후 검사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검사는 유가족들에게 믿기 힘든 말을 꺼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자식을 잃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당한데, 검사의 이 말에 유가족들은 속에서 천불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해당 검찰청에 사실인지 물었더니, 그 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취지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말을 꺼낸 건 검찰 차원의 지침은 아니고, 당시 검사의 ′자체 판단′이라고 했다.
하지만 감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는 유가족은 한둘이 아니다. 지역도 다 다르고, 담당 검찰청도 다르다. 전국 검사들의 자체 판단이 우연히 일치했던 걸까? 검찰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닐까? 대검찰청에 물어봤더니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했다. 들은 사람은 있는데, 말했거나 시킨 사람은 없다. 검사의 상상하기 힘든 발언, <스트레이트>가 12월 4일 단독 보도할 예정이다.
여전히 믿기 힘든 10.29 참사. 158명의 아들딸들이 가족 곁을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참사 규모에 비해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유가족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유가족들조차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기 힘들다. 유가족간 소통을 정부가 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족들에겐 슬퍼할 권리도 없다. 영정 사진과 위패가 없는 분향소. 정부는 유가족들의 동의를 받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유가족들에게 물어본 적도 없다. 유가족 연락처는 물론 명단도 없어서 유가족들을 연결해줄 수 없다며 발끈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 발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 유가족은 국회에서 무릎을 꿇었다.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제발 부모의 마음으로 진상을 밝혀달라고 애원했다. 스트레이트는 슬퍼할 권리조차 잃어버린 유가족들을 만났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대통령님을 징계한 죄?</strong>
<i>친정집까지 압수수색‥검찰 수사 받는 박은정 부장검사 인터뷰</i>
지난 9월 추석을 코앞에 둔 어느 날, 23년차 현직 부장검사의 친정 부모가 사는 집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70대 노부부로서는 말로만 듣던 ′압수수색′이었다. 딸 박은정 부장검사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음을 실감했다.
박 검사의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2년 전 박 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이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감찰하고 징계하는 과정에서 실무를 총괄했다. 이때 내부 감찰 자료를 징계위원들에게 불법으로 제공했다는 등의 의혹이다.
사실 보수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이 사건은 작년 6월, 이미 무혐의 종결됐다. 넉 달 뒤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문제가 없었다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올해 6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수사를 다시 하겠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일까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박 검사는 출석 조사도 성실히 받고, 휴대폰도 비밀번호와 함께 제공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친정집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것이다.
박 검사에 따르면, 심지어 검찰은 방어권 차원에서 제공돼야 할 고발장 사본도 제대로 등사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현직 부장검사인 나에게도 이 정도로 가혹한데, 평범한 국민들에게는 검찰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박 검사는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SNS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일터인 검찰 조직에 공개적으로 저항했다. ″′수사로 보복하는 것은 검사가 아니라 깡패′라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예전 언급에 적극 공감한다″며 ″다만 그 기준이 ′사람′이나 ′사건′에 따라 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왜 박 검사는 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됐을까. 박 검사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고, 사건의 이면을 파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