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style=″font-family:none;″>‘개입 없다’더니...커져가는 대통령 ‘당무 개입’ 논란</b>
국민의힘의 유력한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식적으로는 출마를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게 된 기묘한 광경. 그리고 이 기자회견까지 오게 된 결정적인 장면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김이 눈에 띄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 임명된 뒤에도 당대표 출마를 접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자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저출산 대책을 반박하며 공격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하자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해임을 시켰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처신’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나경원 전 의원을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대통령실과 이른바 ‘친윤계’가 손발을 맞춰 움직이는 모습은 여러 차례 반복돼왔다.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이 정지되고 비대위 체제로 들어갈 때에나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바꿀 때도 그랬다. 윤 대통령은 ‘친윤계’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는 한남동 관저에서 ‘독대’ 만찬을 갖기도 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당무 개입은 없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이다. 야당일 때에는 ‘친문’을 트집 잡더니 여당이 되어서는 ‘친윤’ 줄서기가 한창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정당은 지지를 잃고 3권 분립은 약화되는 정치의 후퇴를 가져왔다. ‘당무 개입’ 논란을 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지, <스트레이트>가 집중 취재했다.
죄 없는 사람들을 끌고 가 감금하고 폭행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어린 소년들을 섬에 가둬놓고 강제 노역시킨 ′선감학원 사건′. 정부는 부랑자 정리를 지시했고, 경찰과 공무원들은 속칭 ‘아동 수집’에 나섰다. 사망자는 수백 명. 생존자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다. 3,40년 동안 묻혀있던 진실은 최근에서야 드러났다. 3년 전 시작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덕분이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에 직접 개입했던 법무부와 행안부, 보건복지부, 경기도에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하지만 경기도만 사과했을 뿐, 다른 부처는 아직 사과도 배상도 없다.
이 와중에 지난 연말 진실화해위원회에 새 위원장이 임명됐다. 김광동 신임 위원장. 각종 역사 왜곡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다.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이 개입했다거나, 계엄군의 헬기 사격 주장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 주장한다. 법적으로 공인된 역사까지 부정하고 있다. ‘제주 4·3 사건’과 ‘대구 10월 항쟁’도 공산주의에 의한 폭동이자 무장 투쟁이라 주장한다. ‘대구 10월 항쟁’은 현재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 중이고, ‘대구 10월 항쟁’은 이미 1기 위원회가 진상규명한 사건인데, 이걸 2기 위원장이 부정하고 있는 거다. 심지어 재조사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런 김광동 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은 ‘진실 규명과 국민 통합의 적임자’라며 임명했다. 민주화 운동 단체들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국가 폭력이라는 진상이 드러났는데도, 배상은커녕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나라. 역사적 사실까지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나라. 2기 위원회가 진상을 밝혀야 할 사건은 4천여 건. 김광동 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고,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