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자 ′경성대부 남 대리′. 20대 민정(가명) 씨는 경성대부 남 대리에게 30만 원을 빌렸다. 1주일 뒤 50만 원을 갚으라고 했다. 일명 30/50 대출. 월급을 받으면 바로 갚으려 했지만, 갑자기 허리를 다쳐 일을 못 하게 됐다. 하루 늦어질 때마다 이자가 5만 원씩 불었다. 한 달 반 만에 대부업체 4곳에서 돈을 더 빌렸다. 돌려막기 늪에 빠졌다. 경성대부 남 대리는 피도, 눈물도 없었다. 친구와 회사 동료들에게도 전화해 채무 사실을 알리며 협박했다. 민정 씨는 공포와 수치심에 영혼마저 파괴됐다.
악랄함이라면 왕 차장도 뒤지지 않는다. 정유미(가명) 씨는 처음 왕 차장에게 2백만 원을 빌렸다. 이자가 무섭게 불어났다. 빌리고 갚기를 반복하다 보니 넉 달 만에 빌린 돈이 1,700만 원이나 됐다. 이자만 3,100만 원으로 불었다. 원금에 이자까지 다 갚았다. 그런데도 왕 차장은 더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욕설과 협박은 기본이고, 지인들에게도 전화를 돌렸다. 심지어 딸의 담임교사한테까지 전화했다. 집안은 풍비박산 났다.
불법 사금융의 연 평균 이자율은 414%, 이자만 원금의 4배가 넘는다. 연 20%가 넘는 이자는 모두 불법이다. 지인들에게 전화하는 것도 모두 불법이다. 피해자들은 불법 업체인지도 몰랐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땐 등록 대부업체처럼 보였다. 덫에 빠졌다.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 피해자들이 잇따라 경찰에 신고했지만, 안 잡는 건지 못 잡는 건지 남 대리 같은 불법 대부 업체들은 여전히 활개 중이다. 이런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작년에만 1만여 건. 올해 상반기까지 6천7백 건이다. 대출 금액은 1조 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스트레이트는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는 불법 사채의 실태와 헐거운 우리 금융 안전망을 집중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