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국회의장(비상계엄 관련 긴급 기자회견, 12월 4일)]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곳곳에서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는 계엄군과 본청 사수에 나선 국회 보좌관들, 당 관계자들의 대립이 벌어졌습니다.
[안귀령/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떨어져 움직이지 마.〉″
″부끄럽지도 않냐, 부끄럽지도 않냐고.″
30여 분 뒤, 책상과 의자로 첩첩이 막힌 출입구를 피해 계엄군은 창문을 깨고 본청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국회 보좌진이 내부에서 소화기를 뿌리며 계속 저항한 데다, 계엄군 역시 물리력 사용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회 3층에 위치한 본회의장 진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새벽 0시 48분.
재적의원 과반 출석이 이뤄지자 본회의가 시작됐습니다.
야당의원은 172명이 모였지만 국민의힘 의원은 18명만이 본회의장에 도착했습니다.
10여분 뒤, 표결에 참여한 국회의원 190명의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된 지 158분 만이었습니다.
[우원식/국회의장(국회 본회의, 12월 4일)]
″비상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는 악수를 나눴습니다.
곧이어 기자들 앞에 선 한 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한동훈/국민의힘 대표(12월 4일)]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이번 계엄 선포는 실질적인 효과를 상실했습니다.″
이 대표도 불법적인 계엄 선포는 즉각 무효라고 밝혔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12월 4일)]
″여러분을 지휘하는 것은 불법 계엄을 선포한, 위헌 무효인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아니라 여러분은 국민의 주권자의 명령에 따라야합니다.″
개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했습니다.
[천하람/개혁신당 원내대표(12월 4일)]
″탄핵이 아니라 더 강력한 처벌을 해도 모자란 미치광이 짓을 대통령이라는 윤석열이라는 작자가 벌이고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윤석열은 즉각 하야해야되는 국면이다.″
국회에 출동했던 700여 명의 계엄군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헌법 77조 5항은 국회 제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할 때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엄 해제 담화는 3시간 반 가까이 지나서야 발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비상계엄 해제 대국민 담화, 12월 4일)]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하였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습니다.″
잠시 뒤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습니다.
선포 6시간 만이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내란 주동′ 윤 대통령과 김용현 </strong>
◀ 이휘준 ▶
한때 계엄설은 음모론으로 치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은밀하게 계엄과 내란이 준비된 정황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이른바 ′충암파′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정치권에는 김 전 장관이 남북간 국지전을 유도하려 했다는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신준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V C R ▶
정치권에서 계엄령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 8월입니다.
윤 대통령이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씨를 국방부 장관에 내정한 직후였습니다.
[김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최고위원회의, 8월 21일)]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세력 발언으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입니다.″
이른바 ′충암파′.
김용현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충암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알고 지낸 선후배 사이입니다.
여기에 방첩사령부 사령관 여인형 중장과 도·감청 업무를 담당하는 777사령관 박종선 소장.
그리고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2명의 장관 중 한 명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충암고 출신입니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 시절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비롯해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중장, 특전사령관 곽종근 중장을 공관으로 불러 만찬을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김용현/당시 국방부 장관 후보자(인사청문회, 9월 2일)]
″지금 이런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 그러면 어떤 국민이 과연 이게 용납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군에도 따르겠습니까?″
대통령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혜전/대통령실 대변인(8월 26일)]
″음모론 뒤에 숨어서 괴담 선동만 하지 말고 근거를 제시하십시오.″
하지만 괴담의 방패막 뒤에서 계엄 음모는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계엄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중심으로 상당히 은밀하게 추진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회의장에 도착해서야 계엄령 선포 계획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국회 행안위, 12월 5일)]
″제가 가니까 장관님들하고 몇 분이 와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가서 대통령을 뵀더니, 이제 ′계엄을 선포한다′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법에 규정된 계엄사령관 임명에 대한 심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엔 군서열 1위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이 아니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습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계엄 선포 1주일 전 김명수 합참의장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려보내면 원점을 타격하라는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반대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이후 합참의장을 건너뛰고 육참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겁니다.
그런데 이 계엄사령관조차 대통령 담화를 보고 계엄 선포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포고령 역시 직접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박안수/전 계엄사령관(국회 국방위, 12월 5일)]
″다시 계엄 상황실로 지정된 곳으로 갔었는데 아무도 없고, 저와 같이 간 4명 정도가 있었습니다. 군인으로서는 최고의 전문가이지만 계엄 상황은 조금 약해서 ′어떡하냐, 어떡하냐′ 하면서 시간이 좀 지나갔습니다.″
병력 투입도 김 전 장관의 지시였습니다.
[조국/조국혁신당 대표-김선호/국방부 차관(국회 국방위, 12월 5일)]
″〈누가 지시했습니까? 차관님이 지시하셨습니까?〉 차관이 지시할 위치가 아니고 그 병력에 대한 투입 지시는 장관께서 하셨습니다.″
계엄에는 국방부 직할 방첩사령부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소속 부대가 동원됐습니다.
세 부대 모두 김 전 장관의 만찬에 초대됐던 바로 그 사령관들이 지휘하는 부대입니다.
[김병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이진우/전 수도방위사령관(김병주 의원 유튜브, 12월 6일)]
″〈장관의 지시를 받았습니까, 계엄사령관의 지시를 받았습니까?〉맨 처음에는 출동할 때는 장관님 지시를 받았습니다.″
계엄사령관이 임명되기도 전에 가장 먼저 중앙선관위에 군인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방첩사령부 대원들이 나타난 겁니다.
[김용빈/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국회 행안위, 12월 5일)]
″계엄령이 선포된다고 해서 선거관리 업무가 이관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왜 계엄군이 저희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이들은 선관위 정보관리국 사무실에 진입했습니다.
개인정보와 선거 관련 정보 등이 담긴 서버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이후 특전사도 선관위에 도착했고, 경찰도 동원됐습니다.
[조지호/경찰청장(국회 행안위, 12월 5일)]
″제가 기억하기로는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도 있으니 경찰에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국회에 투입됐던 특전사 707특임단에는 이번 출동이 북한과 관련된 상황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전달된 상태였습니다.
707 특임단은 평시에는 대테러 업무를 수행하고 전시에는 북한 지휘부에 대한 참수 작전을 수행하는 우리나라 국방의 최정예 부대입니다.
대원들은 출동 직전에야 실제 어떤 작전을 하게 될지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곽종근 특전사령관도 대기 명령을 받은 뒤, 보도를 보고 계엄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이 내린 명령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곽종근/전 육군특수전사령관-김병주/더불어민주당 의원(김병주 의원 유튜브, 12월 6일)]
″전임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들을, 의원들을 밖으로 어떻게 좀 빼내라′ 지시를 〈국회의원들을요?〉 예. 〈본회의장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 예. 그 지시를 받았는데.″
윤 대통령도 곽 사령관에게 전화해 707특임단의 이동상황을 물어봤다고 했습니다.
[곽종근/전 육군특수전사령관-김병주/더불어민주당 의원(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든가, 전화를 받았든가 또는 한 적은 없습니까?〉707이 이동할 때 ′어디쯤 이동하고 있느냐′라고 그때 한 번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거 이상은 따로 없습니다.″
계엄군의 국회와 선관위 장악 시도가 한창이던 새벽 1시쯤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계엄사령부 상황실을 방문했습니다.
[추미애/더불어민주당 의원-박안수/전 계엄사령관(국회 국방위, 12월 5일)]
″〈대통령은 뭐라고 했습니까, 지통실(지휘통제실)에서? 그 부분도 말씀 제가 정확히 드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 〈대통령이 있었죠?〉 계속 안 계셨습니다. 〈계속은 있지 않았지만 있었죠?〉 네, 방문하신 적 있습니다. 〈네. 그럼 대통령이 이 내란, 반란 수괴범인 거예요〉″
김용현 전 장관은 일부 언론에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지난 4월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게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것이었냐는 질문에는 맞다고 답하면서 최소한의 필요조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내란죄를 자인한 셈입니다.
김 전 장관은 여전히 ″종북 주사파를 비롯한 반국가세력을 정리하지 않고는 자유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 ″대통령님의 생각″이라며 계엄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