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24 11:58 수정 | 2020-09-24 12:02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통일부 재단에 사기친 탈북민</strong>
탈북민 단체 대표가 정부 지원금 수천만 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는데도, 통일부와 지원금을 준 남북하나재단은 3년 넘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M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틍일부 등록 법인인 ′비전코리아′의 김미화 대표는 지난해 11월 사기죄로 실형 6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MBC가 입수한 1,2심 판결문을 보면, 김씨는 다른 단체에서 일하던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단체 대표와 짜고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으로부터 6천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탈북 여성 쉼터 만든다며 6천만 원 챙겨</strong>
주택을 배정받지 못한 여성 탈북민을 위해, 쉼터를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받은 돈인데, 실제 쉼터는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서류를 꾸밀 때 쉼터라고 한 곳은 김 대표의 지인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이어 2015년 김 씨는 또 다시 쉼터 운영, 취업 지원 등의 사업을 하겠다며 ′비전코리아′를 설립했습니다.
이전 단체에서의 쉼터 사업을 이어가려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비전코리아′는 설림 2년 뒤인 2017년 ,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전경련을 압박해 친정부단체를 지원하고 관제 집회를 사주한 의혹을 밝힌 검찰의 ′화이트리스트′ 수사에서 그 실체가 드러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어버이연합′에 계좌 빌려주고 관제 집회 동원</strong>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고 친정부 집회를 주도한 ′어버이연합′이 여러 단체 계좌를 활용해 전경련과 국정원의 자금을 받았는데, 2015년과 2016년엔 ′비전코리아′ 계좌가 쓰였습니다.
2015년 6월 2일 우리은행 계좌로 8천 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6개월 동안 5억 4천만 원을 수령했습니다.
말그대로 돈벼락을 맞았지만 당시 수사가 지원금을 주도록 압박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처벌에 집중하면서, 이 돈이 어떻게 됐는지는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김미화 대표는 ′비전코리아′ 외에도 ′자유민학부모연합′, ′탈북어버이연합 ′등 여러 단체 대표를 맡으면서 탈북민들을 친정부 집회에 동원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관제 집회에 참석했던 이 모 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에 몇시까지 오라 하면 많이는 못벌어도 2만원 받았다″며 ″2천 원은 수수료로 김미화씨에게 줬다″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정치활동′ 적발에도 3년간 아무 조치 안한 통일부</strong>
탈북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겠다는 설립 목적과 전혀 다른 정치 활동을 한 사실이 이미 드러났지만, 지난 3년 간 통일부는 ‘비전코리아’에 대해 사무검사와 같은 감독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사가 없었으니 설립 취소 등의 처분도 없었습니다.
반면, 같은 검찰 수사에서 관제 정치 활동이 드러난 ′월드피스자유연합′의 경우, 이듬해인 2018년 소관 부처인 외교부에 의해 설립 허가가 취소됐습니다. 법인 설립 목적 이외 활동을 했고 사무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연락도 두절됐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초 통일부는 김미화 대표가 지원금을 빼돌릴 당시 소속이 ′비전코리아′가 아닌 통일부 미등록 단체인 ′탈북난민인권연합′이었다며 검사에 나서기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정치활동 등과 관련한 사항을 묻는 MBC 질의에 대해, ″사무 검사를 실시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현재 등록된 사무실 주소도 가짜인 만큼 사무 검사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설립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통일부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은 김 씨가 빼돌린 지원금 6천만 원을 회수하는 데에도 소극적입니다.
남북하나재단 측은 ″김씨 등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지원금 회수를 검토할 것″이라며 법률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사이 김 대표는 시가 11억여 원인 자신 명의 강남 아파트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단체 대표 사망해도, 사무실 사라져도 방치</strong>
이렇듯 탈북 단체에 대한 통일부의 관리 감독이 허술했던 탓에 사무실도, 대표도 없는 통일부 등록 ′유령 법인′은 쉽게 발견됩니다.
북한 실상을 소개하는 강연활동을 하겠다며 통일부에 등록한 평화통일탈북인연합회는 대표 혼자 활동하는 사실상 1인 단체입니다.
현재에도 통일부에 등록된 상태지만, 대표 김모 씨가 이미 수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상 ′유령 단체′인 셈. 등록 사무실도 사라졌습니다.
2014년 설립된 ′한민족예술문화진흥협회′는 남북 문화의 이질감을 해소한다며 통일부에 등록했습니다. 역시 활동이 중단돼, 홈페이지가 도박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습니다.
단체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단체 대표가 중국으로 떠났다″고만 밝혔고 지부장 A 씨 역시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실토했습니다.
통일부는 앞으로 등록 법인 433곳 가운데 109곳, 등록 비영리민간단체 180곳 모두를 차례로 사무 검사하고 이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입니다.